[너섬情談] 기적의 논리

2024. 9. 1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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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보는 자세가 온갖 나쁜 결과 낼 수도정신적 태도가 삶에 미치는 영향은?한의원은 신기한 공간이다.

핸드폰을 보는 자세에 생사가 걸려 있다는 논리의 과감성이 실로 인상적이었음은 물론이거니와, 그 문구에 담긴 놀라운 절제력에서 나는 모파상보다 간결하고, 마크 트웨인보다 주제에만 천착한 글쓰기를 배웠다.

물리적 자세 하나가 이토록 우리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니, 정신적 자세와 태도는 그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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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소설가

휴대전화 보는 자세가 온갖 나쁜 결과 낼 수도…
정신적 태도가 삶에 미치는 영향은?

한의원은 신기한 공간이다. 그 안에서만 작동되는 논리가 있는 듯하다. 한동안 허리가 꽤 아팠다. 처음에 방문한 신경외과에서는 내 척추가 S자 모양이 아닌 일자 모양이며, 누적된 피로로 인해 디스크 초기 증세가 의심된다 했다. 한데, 한의원에서는 내 질병이 척추가 아니라, 골반을 감싸는, 그 이름도 생소한 ‘장요근’의 문제라 했다. 그래서 통증이 허리 쪽에서 느껴진다 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치료를 받았는데, 놀라운 속도로 통증이 사라졌다. 질병에 대한 접근법이 다른 것이다.

한데 한의사는 질병뿐만 아니라, 세상만사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 같다. 한의원 벽에는 마치 태풍 대비위원회의 경고 문구처럼 실로 긴박한 느낌의 폰트와 그림으로 장식된 포스터가 붙어 있다. 포스터에는 원이 하나 그려져 있고, 그 중심에는 ‘현대인의 자율신경실조가 만들어지는 악순환 구조’라고 쓰여 있다. 그 원은 자세히 보면 화살표로 이어져 있는데, 개별 화살표 위에는 짧은 키워드가 적혀 있다. 키워드는 아주 소박하고 사소한 문구로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나쁜 자세로 휴대폰 사용.’ 이는 ‘목 굳음’으로 연결되고, ‘수면의 질 저하(불면증의 시작)’부터는 다음과 같이 연결된다.

‘기운 없음, 활동량 감소, 식욕저하, 소화불량’ → ‘기분저하, 만성피로, 만성 두통, 우울감’ → ‘카페인 의존(교감신경 흥분)’ → ‘카페인에 의존한 체력 소모로 실제 누적된 피로 증대.’ 이 대목에서 원장이 현대인에게 고하고 싶은 절심함이 느껴지는 데, 그는 ‘가짜 체력으로 버팀’이라고 쓴 후 그 옆에 괄호를 치고 ‘존버’라는 실로 화끈한 용어를 쓴 것이다(한 명의 환자라도 더 구원하기 위해, 사회적 체면까지 포기한 그의 용단에 박수를 보낸다).

이후 키워드는 ‘자율신경 조절 능력 저하’ → ‘점점 더 심한 수면의질 저하(만성불면증으로 진행)’ → ‘잠이 안 오니 누워서 휴대폰 사용’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예상했다시피, 이 마지막 문구는 다시 ‘나쁜 자세로 휴대폰 사용’으로 돌아가서 마치 충격 받은 내 머리처럼 계속 돌고 있다. 그렇다. 휴대폰 사용을 바른 자세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인은 불면증과 두통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고 있고, 이로 인해 때로는 삶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까지 느끼는 것이다.

그러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 휴대전화기를 어떤 자세로 봐야 하는가. 한의원에서는 독서하는 자세로 보라고 한다. 책상에 앉아서 정자세로 휴대폰을 보라는 것이다. 이는 혁명문구처럼 충격적이었다. 대체 누가 이렇게 휴대폰을 본단 말인가. 휴대폰을 보고 싶은 내 욕구가 강풍을 만난 담배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내 눈길을 더 잡아 끈 게 있다. 핸드폰 사용과 우울증까지의 연결고리만 쓰여 있지, 우울증이 심할 경우 생을 끝낼 수도 있다는 자극적인 문구가 없는 것이다. ‘존버’라는 세속적 표현까지 과감히 쓸 만큼 열규하지만, 이 대목에서는 놀라운 통제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핸드폰을 정자세로 앉아 보기 때문이겠지. 핸드폰을 보는 자세에 생사가 걸려 있다는 논리의 과감성이 실로 인상적이었음은 물론이거니와, 그 문구에 담긴 놀라운 절제력에서 나는 모파상보다 간결하고, 마크 트웨인보다 주제에만 천착한 글쓰기를 배웠다. 결국, 자세 하나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것이 핸드폰을 보는 자세이든, 집필에 임하는 자세이든.

한의원 벽에 적힌 이 기적의 논리는 내 사고를 며칠간 지배했다. 물리적 자세 하나가 이토록 우리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니, 정신적 자세와 태도는 그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겠는가. 자세 하나가 중요하듯, 삶에서 사소한 것이 없다는 것, 이 얼마나 대단한 진리인가. 결국, 이 모든 게 허리가 아파서 얻게 된 교훈이니, 이처럼 세상만사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다. 그러니, 슬픔 속에서도 웃음을 발견하려는 자세로 살아갈 수밖에.

최민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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