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체육계 부조리, 사회 전반의 ‘공정’ 돌아보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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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의 폭로로 불거진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불합리한 운영 방식이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안 선수가 문제를 제기한 국제대회 출전 제한(협회가 선발한 국가대표가 아닐 경우) 규정은 올림픽·아시안게임 44개 종목 중 유일하게 배드민턴에만 있는 독소조항이었다.
배드민턴협회와 안 선수의 갈등은 구시대 시스템과 신세대 감수성이 정면충돌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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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의 폭로로 불거진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불합리한 운영 방식이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안 선수가 문제를 제기한 국제대회 출전 제한(협회가 선발한 국가대표가 아닐 경우) 규정은 올림픽·아시안게임 44개 종목 중 유일하게 배드민턴에만 있는 독소조항이었다. 라켓 등 경기용품을 협회가 지정한 후원사 것만 사용토록 강제한 것도, 지도자에 대한 복종 의무와 불응 시 처벌 규정을 둔 것도 배드민턴협회뿐이라고 한다. 특히 ‘복종 의무’는 트라이애슬론의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이후 체육계에서 공식 철폐된 것인데, 배드민턴협회는 여전히 적용해 왔다. 협회장이 후원물품을 횡령·유용한 혐의도 제기됐다. 안 선수의 울분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불공정과 비상식의 고질적인 관행을 우리는 뿌리 뽑지 못한 터였다.
안 선수 사건 이후 체육계 부조리를 파악 중인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은 지금까지 13개 종목에서 70여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대한사격연맹이 파리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약속된 포상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부터 지방 중학교 레슬링 선수들이 갑자기 육상대회에 차출됐던 황당한 일까지 망라됐다. 체육계는 수십년간 폭행, 갑질, 뇌물, 승부 조작, 선발 비리 등 숱한 사건과 진통을 겪으며 구시대의 악습을 없애려 노력해 왔다. 많은 선수들이 상처를 입고, 심지어 목숨을 잃어가며 들춰낸 까닭에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여겼지만, 아직도 구석구석 병폐가 남아 있다. 공정 감수성이 어느 세대보다 예민한 지금의 선수들에게 이런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에 가깝다. 시급히 뜯어고쳐야 한다.
이것은 체육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문제다. 한국 양궁의 경쟁력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에서 나왔듯이, 사회 각 분야에 잔존하는 불공정과 부조리를 놔두고선 새로운 세대의 역량을 끌어내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없다. 배드민턴협회와 안 선수의 갈등은 구시대 시스템과 신세대 감수성이 정면충돌한 사건이었다. 사회 전반에 공정 눈높이를 높여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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