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10대 대거 연루된 딥페이크 성착취 쇼크
타인의 사진을 합성한 성착취물을 제작해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딥페이크(deepfake)는 딥러닝과 페이크의 합성어인데, 딥러닝 기술을 사용한 이미지 합성 기술이다. 서울대 N번방 사건과 인하대 딥페이크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사실 모두 몇 년 전부터 운영됐다.
그런데 딥페이크 성착취물 실태를 확인해 보니 지난 2021~2023년 경찰에 신고된 허위영상물 사건의 피해자 527명 중 59.8%(315명)가 10대였다. 또 허위영상물 사건의 피의자 중 10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2021년 65.4%, 2022년 61.2%, 2023년 75.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관련 범죄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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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자·피해자 모두 10대 압도적
유럽은 유해 콘텐트 삭제 의무화
정부·국회·법원 적극적 대처해야
」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포 행위는 ‘허위영상물 편집 등’ 죄에 해당한다. 이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죄보다 법정형이 낮고 소지·시청 행위는 처벌하지도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사람의 은밀한 신체 부위를 직접 찍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사람 얼굴에 다른 자료를 합성하는 형태이므로 큰 죄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다. 그래서 더 쉽게 퍼진다.
어떤 범죄든 기세를 꺾기 위해서는 중한 처벌에 앞서 검거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문제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유포 통로가 텔레그램이라는 점이다. 2013년 서비스가 시작된 텔레그램은 한국 수사기관의 자료 제공 요청에 회신하지 않고 있다. 미국·유럽 등 다른 나라 수사기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런데 프랑스 경찰이 지난달 러시아 출신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를 체포해 예비 기소했다. 미성년자 성착취물 수사 과정에서 프랑스 측의 협조 요청을 무시하자 직접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텔레그램과 상시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는 취지로 프랑스 당국에 긴급 공조를 요청했다.
이와 별개로 한국은 당분간 위장수사를 다소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 위장수사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특례법’에만 도입됐다. 일선 마약 수사에서 법원은 범의유발형 함정수사가 아닌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수사에서도 수사기관이 대화방에 직접 잠입해 적극적인 거래를 하면서 실시간으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피의자 중에 상당수가 10대라는 점은 수사기관과 법원의 고민을 깊게 하는 대목이다. 이 범죄는 법정형도 낮지 않고, 그 자체로 고도의 지능적인 방법이 동원되면서 지인에게 유포되는 형태라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피의자들이 상당히 많고 가담 정도에 차등이 있을 경우 모두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어떤 경우이든 개별적 심사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 비교적 가담 정도가 중하지 않은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수강명령이나 사회봉사명령 등으로 구성된 보호처분이 집단적 행동 중 희석된 죄의식을 일깨우고, 이 행위가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 이상의 큰 범죄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경찰은 텔레그램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범죄의 방조 혐의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고, 각종 국제기구와 공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사실 텔레그램은 대화방과 결제창에 걸려 있는 상업 광고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어 범죄 방조로 볼 여지가 다분하다. 이에 따른 수사는 범죄수익 몰수와 추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 브라질 대법원은 혐오 발언 등을 퍼뜨리는 계정을 중지시키라는 요구를 따르지 않은 X(옛 트위터)에 대해 사용 금지를 결정했다. 한국 법원도 당분간 딥페이크 성착취물 수사와 관련해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
당장 올해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은 플랫폼에 유해 콘텐트 삭제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하면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국회의 입법에도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교육부도 학생과 교원 피해 사건 처리, 심리 지원, 예방 교육과 인식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성배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경찰청 인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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