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조회 너무 포괄적…대상도 줄이고 보관·폐기 규정 마련해야 [김대근이 소리내다]
2021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자료 논란에 이어 최근에는 검찰에 의한 ‘통신이용자정보’ 조회 논란이 떠들썩하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를 위한 통신이용자정보 요청으로 언론인과 정치인 및 일반 시민을 포함한 3000명 이상에 대한 정보를 조회한 것이다. 통신 사찰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검찰은 현행법에 따른 적법 행위라고 해명했지만, 2021년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이 광범위한 통신 자료 조회를 ‘사찰’로 규정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검찰의 해명은 궁색한 점이 없지 않다.
여기서 문제가 된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요청은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한 것으로 수사기관 등이 재판·수사·형의 집행 또는 국가 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방지를 위해 이용자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가입 및 해지 일자·전화번호·아이디(ID) 등 통신 서비스 이용자의 기본 인적사항을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해 받는 제도다.
이와 구별되는 제도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이 있다.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한 것으로 수사기관 등이 수사 또는 형의 집행을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상대방 전화번호, 통화 일시 및 통화 시간 등 통화 사실과 인터넷 로그 기록, 접속지 자료(IP Address), 발신기지국 위치 추적 자료 등을 전기통신사업자로부터 취득하는 제도다. 여기서 수사기관은 법원의 허가(통신 영장)를 받아야 하고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2022년 헌법재판소는 수사기관 등에 의한 통신 자료(현 통신 이용자 정보) 제공 요청이 강제력이 없는 임의 수사라서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고, 통신 자료가 수사 등 정보 수집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므로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통신 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 통지 절차를 두지 않은 것이 적법 절차 원칙을 침해한다고 하여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후속 조치로 지난해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돼 ‘통신자료’를 ‘통신이용자정보’로 명칭을 변경하고, 통지 유예가 가능한 사후 통지를 도입했다.
수사기관의 취재 차단 가능성도
그러나 헌법재판소 해석과 이어진 법률 개정은 수사기관 등에 의한 자의적이고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통제하지 못한다. 실제 통신이용자정보(통신자료) 제공은 공수처가 문제됐던 2021년에는 504만 건이었으나 2022년 533만 건, 2023년 575만 건으로 계속 증가했다. 이런 행태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개인의 사생활, 통신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수사기관이 제보자 등을 파악하고 취재를 차단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언론 자유와 취재원 보호 등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형식적인 사후 통지와 포괄적인 유예 제도가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의 날개를 달아주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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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 개정에도 해마다 제공 늘어
사생활과 통신자유 침해 우려
통신비밀보호법으로 규율해야
」
헌재 소장의 별개 의견 주목
지난 2022년 이종석 헌법재판소 재판관(현 헌법재판소장)은 별개 의견에서 통신 자료 제공 요청이 적법 절차 원칙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과잉 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먼저, 통신자료 요청 사유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과 통신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한다. 수사나 정보 수집의 초기 단계에서 용의자나 피해자를 특정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성명·생년월일·주소·전화번호 정도의 통신자료만을 받아도 충분하다. 또한 취득한 통신자료의 보관 기간이나 폐기 절차 등 사후 관리에 관한 규정을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아 국민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 등에 의하여 남용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최장 7개월인 통지 유예 기간 줄여야
이 시점에서 별개 의견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와 함께 전향적인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2015년 유엔 자유권위원회 및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권고한 것처럼 국가가 정보 주체의 의사에 반해서 개인정보나 메타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 대한 사전적 통제다. 특히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식별번호에 그치지 않고 표준식별번호로 기능하는 연결자(key data)가 될 수 있어서 엄격하게 수집돼야 한다. 둘째, 수사기관 등이 취득한 통신 이용자 정보의 보관 기간과 폐기 절차 등 사후 관리는 법률에 직접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셋째, 통지 유예의 기간은 보다 짧게, 사유는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될 필요가 있다. 현행과 같이 최장 7개월의 통지 유예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제공된 현황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구제를 하기 어렵다. 또한 통신 이용자 정보 제공에 대한 통지 유예는 수사의 신속성과 밀행성을 감안하더라도 모든 사유가 ‘~의 우려’라는 추상적 위험만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사기관 등이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요청은 전기통신사업법이 아니라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규정돼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의 적절한 운영과 전기통신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법이고,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 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라서 각각 취지나 체계가 사뭇 다르다. 개인의 사생활과 밀접한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을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과 달리 볼 것이 아니라, 통신비밀보호법에서 함께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가가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취합·축적·이용할 수 있는 오늘날, 권력은 오·남용되기 쉽고 개인은 순식간에 국가의 관리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개인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인격체이자 자기 정보의 유일한 주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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