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스나이퍼’ 박진호 “운동 덕분에 새 삶 시작”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은 체육대학생은 공무원이 되려고 했다. 하지만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살려 ‘휠체어를 탄 스나이퍼’로 변신했다.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2관왕 박진호(37·강릉시청)의 이야기다.
지난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 카페에서 만난 박진호는 순식간에 파리 시민들에게 둘러싸였다. 사람들은 빛나는 금메달을 목에 건 그를 향해 끊임없이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박진호는 메달을 손수 걸어주면서 미소를 지었다. 박진호는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축하를 받은 건 처음이다. 파리에서 행복한 추억을 쌓았다”고 했다.
박진호는 지난달 31일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어 3일에는 50m 소총 3자세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박진호는 10년 넘게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을 자신이 깨는 최고 사수였다. 유독 패럴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2개나 따냈다.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패럴림픽 기록을 세우며 압도적 기량을 뽐냈다. 그는 “처음 운동을 접하면서 접한 글귀가 있다.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멈추면 도태는 시작된다’는 말이다. 몸이 받쳐주는 한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점차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진호는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해 체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25세였던 2002년 낙상 사고로 척수 장애를 입었다. 박진호는 “병원에 있을 때 사회복지과를 찾아가 상담을 하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생각했다. 그런데 전공을 살려 운동을 하는 게 더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체육학을 전공해 여러 종목을 접했는데, 그중에서도 총에 끌렸다”고 설명했다.
박진호는 이번 대회에서 신설된 대한민국 선수단 최우수선수상(MVP)까지 받았다.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29표 중 23표를 얻어 보치아 정호원(5표)과 트라이애슬론 김황태(1표)를 제쳤다. 박진호는 “가문의 영광이다. 패럴림픽에서 가장 공헌도가 높다는 뜻이니까 영광”이라고 했다.
중도 장애인들은 대개 장애를 얻고 나서 좌절한다. 박진호 역시 그런 시간을 겪었다. 박진호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장애인들에겐 운동이 꼭 필요하다. 나도 운동을 하면서 사회생활이 다시 시작됐다”며 “요즘은 체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졌다. 장애인들은 집에만 머물지 말고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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