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오물풍선, 의도된 화재?…군 “조잡한 장치 오작동”

이근평 2024. 9. 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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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북한 오물풍선이 떨어져 불이 났던 경기 파주시 광탄면의 한 창고. [연합뉴스]

최근 북한이 띄운 오물 풍선으로 인한 화재로 국민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군 당국은 이를 의도된 폭발이라기보다는 장치 오작동으로 발생한 의도치 않은 사고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직은 ‘낙하 후 수거’라는 기존 대응 방식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도와 관계없이 실제 피해가 발생하고 대형 화재로 번질 우려도 있는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경기 김포시 고촌읍 공장 화재 현장에서 북한의 오물 풍선과 종이 잔해물로 보이는 물체들이 발견됐다. 8일에도 경기 파주시 광탄면 창고 옥상으로 북한의 오물 풍선이 떨어지면서 불이 났다. 당시 확인된 8729만 3000원의 재산 손해는 현재까지 오물 풍선에 의한 피해 중 가장 규모가 컸다.

이에 국민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물량 공세 양상을 보이는 북한 오물 풍선이 이미 현실적 위협으로 자리 잡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닷새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풍선을 내려보냈다. 해당 기간 띄운 풍선은 1600개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군 관계자는 10일 “북한이 쓰레기 풍선의 폭발을 통해 화재를 의도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인화성 물질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넓은 범위에 쓰레기를 퍼뜨리는 게 본래 목적인데, 이에 실패하고 불시착한 풍선이 예기치 않게 화재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오물 풍선은 풍선과 쓰레기를 담은 비닐,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선과 여기에 부착된 발열 타이머 등으로 구성된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발열 타이머에선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로 비닐을 태워 내용물을 공중에서 흩뿌리는 방식이다. 문제는 풍선에 바람이 빠져 설정된 시간보다 이르게 추락할 때 공중이 아닌 지상에서 발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가을철 건조한 기후 환경에서 자칫 북한 오물 풍선이 대형 산불을 일으킬 우려도 제기된다. 합참 관계자는 “현재로선 자연 낙하 후 신속히 수거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며 “경찰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 대책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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