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무기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또 핵 흔들었다

정영교, 이유정 2024. 9. 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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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이 정권 수립 76주년 기념일인 지난 9일 연설을 위해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열린 북한 정권수립기념일(9·9절) 76주년 기념행사에 불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일 당 간부 연설을 통해 “공화국은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가고 있으며 핵 역량을 부단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체제 기념일인 9·9절에 김정은이 국정 상황에 대한 평가와 방향을 연설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핵 역량’을 앞세운 국방력을 강조, 체제 결속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이 전날 “9월 9일 국경절에 즈음해 당과 정부 지도 간부들을 만나 축하하시고 금후(향후) 국가 사업 방향과 관련한 중요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위대한 우리 국가의 융성 번영을 위해 더욱 분투하자’는 제하의 연설에서 김정은은 “우리 군대의 전쟁 수행 능력을 부단히 강화 발전시키는 것은 혁명의 제1대 과업”이라며 “우리 국가는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 공화국의 핵전투 무력은 철통 같은 지휘 통제 체계 안에서 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백한 결론은 공화국의 핵 역량과 국가 안전권을 보장하는 데 임의의 시각에 옳게 사용할 수 있는 태세가 더 철저하게 완비돼야 한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김정은이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의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기존의 계획을 재확인하고, 외부의 공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핵 지휘 통제 체제’를 갖췄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은 “우리가 자기를 지키기 위해 가진 핵무기는 그 누구에게도 위협이 안 된다”며 “강력한 군사력 보유는 생존 권리”라고도 주장했다. 이는 핵·미사일 고도화는 자위적 수단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9·9절은 통상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체제를 선전하는 기념일이다. 이런 날 김정은이 주요 국방·경제 현안에 대한 자체 평가와 과제를 제시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게 통일부의 평가다. 이 때문에 최고인민회의가 헌법 개정 문제 등으로 미뤄지면서 김정은이 9·9절 연설로 이를 대체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북·중 간 이상 기류가 다양한 방면에서 포착되는 가운데 왕야쥔(王亚军) 주북한 중국 대사가 9.9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주북 중국대사관은 이날 10일 공관 웹사이트를 통해 펑춘타이(馮春臺) 대사대리가 (북한의) 초청에 응해 주북 중국대사관 소속 외교관들을 인솔하고 지난 8일과 9일 열린 북한 정권수립 76주년 경축집회와 공연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앞서 왕 대사는 지난 7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1주년을 맞아 평양체육관 광장에서 진행한 ‘6·25전쟁 상징 종대 행진 행사’에도 불참했다. 당시에도 각국 외교 사절이 대부분 참석한 행사에 북한의 혈맹이자 6·25 전쟁 참전국인 중국 대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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