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광장'에 '박정희 공항'까지… 홍준표 드라이브에 대구 시끌
동대구역 앞 광장이 '박정희 광장'으로 명칭이 바뀌고 5m 높이의 대형 표지판이 설치된 것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의 주도로 박 전 대통령 동상까지 설치할 계획이어서 정치권까지 가세해 이념 논쟁으로 번지는 중이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KTX 동대구역 앞 잔디밭에 높이 5m, 너비 0.8m의 길쭉한 표지판이 세워졌다. 박 전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그의 친필 서체를 그대로 본 뜬 '박정희 광장' 다섯 글자가 적혀 있다. 홍 시장은 제막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이 지금의 대구와 대한민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기념해야 할 부분은 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없다”고 말했다. 오는 12월에는 박 전 대통령 동상도 설치된다.
홍 시장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모두 이끈 대구의 역사적 정체성을 기념하자는 취지로 박 전 대통령 기념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 박정희 광장에 이어 내년엔 대구도서관 공원을 박정희 공원’으로 조성하고 동상도 추가로 세울 계획이다. 홍 시장은 지난 7월 페이스북에 글을 써 "정치적 논란을 떠나 대구가 해야 할 최소한의 기념사업"이라며 "국채보상운동으로 출발한 구국 정신이 있고, 1960년 자유당 독재에 최초 항거한 2·28 자유 정신, 1960년대 초 근대화 시발점인 섬유공업이 일어난 박정희 산업화 정신이 대구 3대 정신”이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지역 시민단체 등 야권을 중심으로 한 비판도 거세다. 박정희 광장에 대해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등은 제막식 현장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일제 관동군 장교로 항일독립군을 토벌한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을 개최하는 것은 홍 시장이 얼마나 반역사적·반인권적 사고에 빠져 있는지 보여준다”며 “극우 세력에 충성해 다시 대권 후보 자리를 넘보는 전략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도 "박정희 표지판을 세운 것은 독재 행정이나 마찬가지"라며 "정쟁거리로 끌어와서 마치 본인의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동대구역의 관리권이 대구시에 있다"며 정쟁에 거리를 뒀다.
시민들의 반응도 나뉜다. 대구가 고향인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지금 시대에 5m짜리 동상 세워둔 것이 너무 이질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구 수성구에 거구 중인 50대 자영업자 윤모씨는 "산업화를 이끈 공로만 보더라도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에서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비판하는 쪽은 정치 논리에 너무 꼬아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와 함께, 2030년 개항 예정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름을 '박정희공항'으로 짓자는 제안도 나왔다. 지난 6월 경북도의회에서 "미국 존 F 케네디, 프랑스 샤를 드골처럼 우리도 '박정희 국제공항'으로 하자"는 주장이 나온 이후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장호 구미시장 등이 동의 의사를 보였다.
민주당 경북도당은 지난 9일 “박 전 대통령을 우상화해 정치적 인기를 얻으려는 편협한 망상에 불과하다. 박 전 대통령을 정치 마케팅 삼아온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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