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콕’ 그만…현대위아·만도 “로봇이 발렛”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9. 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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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로봇이 뜬다

서울 성수역 인근에 최근 문을 연 오피스 빌딩 팩토리얼 성수. 입주자가 지하 1층 카페에서 손님과 차를 마시다 대화가 끝날 때쯤이 됐다. 앱을 열더니 ‘출차’ 버튼을 누른다. 그러고는 익숙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4층으로 내려간다. 마침 주차로봇이 주차된 차량을 빼서 출발 위치에 갖다놨다. 앱으로 스마트키를 작동시키더니 시동을 걸고 차를 타고 유유히 다음 목적지로 갔다. 이어 다른 입주자 차량이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린 후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이번에는 주차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는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버린다. 그사이 사각형 모양 주차로봇 2대가 서서히 차량으로 다가온다. 차량 바닥 쪽으로 스스르 들어가더니 집게발 같은 장치가 나와 양쪽 앞바퀴와 뒷바퀴를 각각 들어 올린다. 그렇게 로봇에 바퀴가 띄워진 차량은 자기 동력 없이 로봇 주도로 주차면으로 이동한다. 운전자가 있었으면 몇 번을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할 공간을 이들 주차로봇 커플(?)은 두어 번 움직여 네모 표시 안에 차량을 안착시킨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운전자로서는 할 수 없는 90도 직각 이동이다. 로봇 두 대가 꽃게처럼 옆면 방향으로 차를 이동시켜준다. 이 건물은 발렛 요원이 로봇인 셈이다.

주차로봇 개발회사인 현대위아 관계자는 “지하에 공유 차량을 두고 앱을 통해 입주자가 이용할 수 있게 했는데 다들 처음에는 신기하다며 이용해보더니 그다음부터는 편리해서 쓴다며 극찬한다”고 자랑했다.

현대위아의 주차로봇(위), HL만도의 주차로봇 ‘파키(아래)’. (현대위아, HL만도 제공)
주차로봇이 뭐야?

발렛 주차 떠올리면 이해 쉬워

주차로봇은 말 그대로 좁은 공간에 효율적으로 많은 차량을 주차시키기 위해 고안된 로봇을 뜻한다. 통상 건물을 지을 때 법적으로 주차 공간이 정해지는데 최대한 오피스 등 거주 공간을 늘리려다 보니 주차 공간은 좁거나 주차하기 불편하게 설계된 사례가 많다. 좁은 공간에 주차하다 보니 ‘문콕’ 분쟁도 잦다. 또 꼬마빌딩이나 기계식 주차장의 경우 출근, 점심시간 등 갑자기 차가 몰려드는 시간이 되면 아수라장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현장에 ‘주차의 달인(?)’을 꼭 한 명씩 두거나 해야 한다.

건물주나 입주자에게는 낮은 공간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운전자에게는 ‘주차 공포증(?)’을 해결해주기 위해 여러 기업이 대신 주차해주는 로봇을 개발하면서 주차로봇 시장이 열리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주차로봇 관련 수요처 실증 및 평가 지원’ 사업을 진행했고 HL만도가 2022년 이 프로젝트에 따라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주차로봇 등장은 건설 업체 입장에서도 호재다. 통상 주차장은 운전자가 직접 운전해야 하는 자주식 주차장이 많다. 자주식 주차장을 지으려면 높은 층고가 필요하고 운전자가 인식할 수 있게 곳곳에 램프, 조명 장치를 갖춰야 한다. 기계식으로 한다 해도 기계 설치 공간 때문에 층고를 높여야 하거나 별도 주차타워를 지어야 한다.

반면 HL만도가 올해 발간한 ‘로봇에서 로봇 솔루션으로’ 리포트를 보면 주차로봇 도입을 전제로 건물을 설계했을 때 ‘최대 30%의 주차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고, ‘지하층 굴착 깊이를 줄이는’ 등 공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용자 만족도도 높아져 건물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어디서 볼 수 있나

현대차 공장, 인천국제공항 등지서 선봬

주차로봇을 개발해 실체까지 보유한 국내 업체는 2곳이다.

당장 현장 투입에 성공한 업체는 현대차 계열 현대위아가 유일하다. 현대위아는 애초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생산기지인 싱가포르 혁신센터(HMGICS)에서 생산한 차량을 나르기 위한 목적으로 주차로봇을 개발했다. 실제 HMGICS에는 현재 약 10대의 주차로봇이 운영 중이다. 운영을 하다 보니 생산 현장뿐 아니라 민간 상업 빌딩에서도 충분히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그래서 이지스자산운용이 최첨단 건물을 지향하며 시행한 ‘팩토리얼 성수’에 올해 6월부터 적용을 시작했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주차로봇이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바닥에 격자 형태로 QR코드를 깔아두고 QR코드가 깔린 공간 내에서 자동 주차가 가능하도록 하는 맵핑(가상 지도에 따라 이동하도록 설계)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는데 수월하게 안착했다”고 소개했다. 그 덕에 국내 다수 기업에서 도입 문의가 들어와 현재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는 후문. 더불어 현대위아는 싱가포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올해 연말에는 현대차그룹의 북미 신공장 ‘HMGMA’에도 주차로봇 약 50대를 투입할 예정이다.

HL만도는 ‘자율주행’으로 차별화한 주차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당장 현장 투입된 로봇은 없지만 올해 초 CES 2024에서 주차로봇 ‘파키’를 공개하고 시연을 해 큰 관심을 모았다. 파키 역시 네모 납작한 모양의 로봇으로 현대위아 로봇처럼 자동차 아래로 들어가서 바퀴를 들어 올려 옮기는 방식을 택한다.

HL만도 관계자는 “CES에서 선보인 모델은 3t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데 지상고가 낮은 스포츠카부터 무거운 스포츠유틸리티차(SUV)까지 대부분 운반이 가능하다”며 “특히 주변 장애물, 주행로, 타이어, 번호판 등을 알아서 인식하고 자동차 무게 중심, 자동차 특성 등을 점검해가면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HL만도는 앞으로 카카오모빌리티와 레벨4 자율주행 시대에 맞춘 서비스 개발에 착수하는가 하면 10월부터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발렛로봇으로 실증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공항과 같은 대규모 공공시설에 자율주행 주차로봇을 적용하는 첫 사례로, 다양한 실증과 사용자 시나리오 검증을 통해 상용화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수는

보험, 주차장법 정비해야

당장 성장·적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이지만, 시장에 안착하려면 여러 산을 넘어야 한다.

우선 경제성·상업성이 있는지부터 따져볼 수밖에 없다. 현재 현대위아, HL만도 모두 주차로봇 가격을 밝히고 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하게 로봇만 팔지, 관제 솔루션까지 같이 팔아야 할지 등 여러 가격 책정 변수가 있어서”라고 말했다.

반면 도입을 추진하던 곳에서 선뜻 계약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가격이다. 한 건물주는 “종전 건물에 도입하려고 보니 대당 가격이 억 단위를 넘어 아예 새로 건물을 지을 때 이 비용을 넣어 설계하는 게 아니라면 보급형 모델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봐야 어느 정도 채산성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규제도 이슈다. 주차로봇이 신기술이다 보니 관련 도로교통법, 주차장법 등 어디에 적용해야 할지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혹시 모를 사고가 났을 때 보험 적용을 어떤 규정에 따라 처리해야 할지도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규제 특례)를 통해 ‘기계식 주차장치의 안전기준 및 검사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주차로봇을 추가할 여지를 그나마 기대해봄직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는 주차로봇 등의 ‘기계식 주차장치’ 도입이 불가능하다. 현행 주택법상 기계식 주차장치 도입 가능 지역은 사업지역 혹은 준주거지역에서 소형주택과 ‘주택 외 건축물’로 제한돼 있기도 하다. 안전성이 확보된 주차로봇의 경우 기계식 주차장 입지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6호 (2024.09.11~2024.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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