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승부조작' 최성국 길 밟는다?…中 '전세계 자격정지' 추진 무슨 뜻?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중국축구협회(CFA)가 손준호에게 내린 징계의 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된다면 손준호는 과거 승부조작에 연루돼 한국 축구계에서 퇴출된 최성국의 뒤를 따를 수도 있다.
국가대표급 미드필더인 손준호가 32세의 나이에 축구화를 벗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현 시점에서 손준호 측의 정확한 해명이 필요한 이유다.
중국축구협회는 10일(한국시간) 손준호가 승부 조작 혐의로 중국 내에서 영구 제명 중징계를 받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표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가 부당 이득을 도모하기 위해 부정 거래, 축구 경기 조작, 불법 수익을 취해 스포츠맨십을 위반 및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손준호의 승부조작 혐의와 관련된 내용이 공식적으로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손준호는 중국 슈퍼리그의 산둥 타이산에서 뛰던 지난해 5월 귀국 직전 '비(非)국가공작원 수뢰죄'로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중국 공안에게 연행된 뒤 10개월가량 조사를 받았다. 새롭게 부임한 중국축구협회장이 중국 축구계 내 부패 척결을 외치며 관련 인사들을 조사하면서 손준호도 함께 휘말린 것이었다.
손준호 측은 손준호가 구금됐을 당시 승부조작 가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뇌물수수 혐의로 인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준호는 지난해 6월 형사 구류 기한이 만료되자 구속(체포) 수사로 전환돼 조사를 이어갔다.
대한축구협회도 손준호 구금과 관련해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중국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으나 헛물만 켰다. 손준호를 돕기 위해 변호사와 고위 관계자를 현지에 파견했지만 손준호 측과 만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조기 귀국했다. 무엇보다 중국 측에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아 성과 없이 귀국했다면서 답답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손준호가 풀려난 건 지난 3월 25일이었다. 중국축구협회로부터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받고, 대한축구협회의 검토를 거쳐 K5리그 건륭FC에 등록하며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이후 친정팀인 전북 현대와 훈련하면서 몸을 끌어올렸고, 다수의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았으나 지난 6월 K리그1 수원FC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에도 수원FC가 손준호를 영입하면서 큰 리스크를 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과거 포항 스틸러스에서 손준호를 지도했던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손준호를 향한 리스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손준호를 품었다.
손준호는 수원FC를 통해 K리그에 복귀한 뒤 지난달 울산HD와의 경기에서 득점을 터트리는 등 새 팀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손준호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했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26일 9월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예선 1·2차전을 앞두고 명단을 발표할 당시 손준호의 명단 제외 이유에 대해 "손준호 선수는 계속 지켜보고 있다"면서 "아직 (중국과 관련해) 명확하게 되어 있지 않는 부분이 있다. 중국축구협회 측에 문의를 해서 거쳐가야 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리스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의 입에서 손준호 관련 리스크가 언급되고 약 2주 만에 중국축구협회가 손준호에게 영구 제명이라는 징계를 내린 것이다.
게다가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의 징계 범위를 단지 중국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로 확대시키겠다는 의사까지 전했다.
중국축구협회는 "현 시점에서는 중국 축구 내에서만 금지되는 징계다. 하지만 FIFA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손준호의 처벌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만약 FIFA에서 손준호의 혐의를 인정, 중국축구협회에서 손준호에게 내린 징계 범위를 전 세계로 늘린다면 손준호는 더 이상 축구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
한국 축구계에는 이미 유명한 선례가 있다. 지난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됐던 최성국이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울산 현대 호랑이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최성국은 성남 일화 천마를 거쳐 수원 삼성에서 뛰고 있던 지난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의 중심에 섰다. 심지어 최성국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걸 넘어 주변 선수들에게 승부조작을 권유하는 등 브로커 역할까지 한 것으로 밝혀져 팬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최성국은 승부조작에 가담해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점을 반성한다고 했지만, 뒤에서는 해외 리그 진출을 준비했다. 당시 최성국은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FIFA로부터 1년짜리 임시 이적 동의서를 발급받고 마케도니아 프로리그의 FK 라보트니츠키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FIFA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한국에서 받은 징계가 해외에서도 유효하다고 결정했고, 이를 FIFA 홈페이지로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최성국은 대한축구협회의 강력한 요청으로 마케도니아에서는 물론 전 세계 축구계에서 영구 제명됐다.
최악의 경우지만 손준호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손준호 측의 명확한 해명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손준호의 에이전트인 NEST 박대연 대표는 10일 엑스포츠뉴스를 통해 "당황스럽고 황당하다"며 "(손)준호가 처음 구금됐을 때에도 중국은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를 주장했다. (승부조작과 관련한) 언급은 아예 없었고, 이례적으로 중국 외교부에서도 손준호의 죄명을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로 발표했었다"고 한탄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지금 와서 승부조작이라고 하면 너무 당황스럽다. 우리도 말하지 못한 게 많다"면서 관련 사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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