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20%'…인버스 vs 매수 기회
[한국경제TV 김동하 기자]
<앵커>
인공지능 AI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며 관련 ETF 상품의 수익률도 크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국내 운용사들은 발 빠르게 주가 하락에 투자하는 인버스 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김 기자, AI 반도체 ETF의 수익률 도대체 얼마나 부진한 겁니까?
<기자>
최근 가장 크게 하락한 국내 상장 ETF는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로 한 달 수익률이 -19%에 달했습니다.
수익률 하락 상위 5개 ETF 중 4개가 AI와 반도체 관련 상품인데요. 레버리지 상품이 아님에도 대부분 15% 이상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외 상장 ETF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3X 불'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하루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상품인데요. 이 상품은 최근 2주간 국내 투자자들이 2,500억 원 넘게 사들이며 순매수 1위를 기록했지만 불과 2주 만에 -33% 라는 큰 손실을 냈습니다.
<앵커>
지난 2년간 글로벌 증시를 이끌었던 AI·반도체가 최근엔 증시 변동성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일부 운용사들은 반도체 인버스 상품 출시를 계획 중이라고요?
주가가 떨어져야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을 낸다는 것은 앞으로 추가 하락을 점친다는 뜻인가요?
<기자>
우선, KB자산운용은 이르면 다음 달 미국 반도체 인버스 ETF인 'RISE 미국반도체인버스(합성 H)'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 ETF는 미국 반도체 기업의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으로, 엔비디아, 인텔, AMD 등이 주요 종목으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키움운용과 NH아문디운용도 반도체 인버스 ETF 출시를 검토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한 운용사 관계자는 "상반기 AI·반도체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부분이 있는 만큼 조정의 가능성이 있다"며 상품 출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올라가는 이유는 펀더멘탈적인 요인도 있지만 수급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AI·반도체가 가진 기초체력에는 의심이 없지만 수급이 단기간 과도하게 몰린 만큼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되면 조정의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앵커>
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전히 AI 상승에 베팅하는 곳도 있다고요?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오히려 새로운 AI 상품을 대거 내놓고 있습니다. 올 한 해에만 3개의 AI ETF를 출시하며 총 8개의 AI ETF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미래운용은 나스닥과 함께 새로운 지수도 선보였습니다. AI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지수 'ASOX'인데요. 기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종합 반도체 기업(IDM)'을 편입하지 않은 겁니다.
인텔 등 종합 반도체 기업(IDM)은 팹리스, 파운드리 기업과 비교했을 때 AI 밸류체인의 수혜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운데요.
새롭게 발표된 ASOX에서는 기존 30%였던 종합 반도체 기업을 빼는 대신 엔비디아, AMD 같은 반도체 설계 기업의 비중을 50%까지 늘렸습니다.
미래운용 관계자는 "AI·반도체 버블 논란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연금 계좌 내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만큼 인버스 ETF 출시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앵커>
운용사들의 상반된 전략에 투자자들의 선택도 갈릴 것 같은데요.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까?
<기자>
투자자들 마다 투자 성향도 다르고 투자를 하는 이유도 다릅니다. 투자자의 움직임 또한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상품이 더 좋은지 단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수익률을 확인해봐야 두 가지 전략의 승패가 판가름 날텐데요.
장기적으로 AI와 반도체주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단기적으로 조정과 반등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인버스 상품을 통해 조정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동하 기자 hdk@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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