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에 졸랐다" 황정민의 '베테랑2' 향한 애정

이선필 2024. 9. 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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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베테랑2> 로 추석 연휴 관객과 만나는 배우 황정민

[이선필 기자]

"류승완 감독이 <모가디슈> 대본 쓰고 있을 때였나? 아니, 그거 말고 <베테랑2> 좀 제발 합시다!"

1편에 이어 9년 만에 빛을 보게 된 <베테랑2>를 대하는 황정민의 마음은 상상 이상이었다. 재벌가 부정부패를 일망타진했던 형사 서도철이 그렇게 특별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개봉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황정민은 "배우일을 해오며 스스로 침체돼 있고 좋지 않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걸 극복하게 해 준 작품"이라고 고백했다.

그렇기에 1300만 관객을 동원한 1편을 잇는다는 부담감보다는 동료들과 재회하고, 자신이 좋아했던 서도철로 관객들 앞에 서는 기쁨이 더 컸다고 한다. <베테랑2>는 사적 복수로 정의를 구현한다는 명목의 연쇄살인마 해치를 쫓는 서도철 형사와 그의 동료들을 그린다. 1편보다 선악 구분이 모호해졌고,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사이버 렉카, 마약 유통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영화 <베테랑2>에서 서도철 형사로 돌아온 배우 황정민.
ⓒ CJ ENM
"다 때가 있더라"... 서도철 형사의 상징성

황정민은 서도철의 분위기와 에너지를 이어가기 위해 1편에서 입었던 의상 그대로 가져갈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다행히 의상팀이 보관하고 있었고, 근무에 찌든 듯 하면서도 기동성을 잃지 않는 서 형사의 모습이 잘 구현될 수 있었다.

"속편이 왜 이제 나왔냐 싶지만, 다 때가 있는 것 같더라. 예전엔 1편 뒤에 너무 텀이 길어지면 관객분들이 김빠질까 봐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2편이 일단 나온 게 어딘가. <베테랑>을 만나기 전,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좋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일로써 풀어야지 작품을 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잘 알고 있던 때였다. <신세계>를 찍고 있을 때였는데 이후 작품들이 잘 안되기도 했고,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더라. 그때 일하는 재미를 다시금 알게 해준 게 <베테랑>이었다.

서도철이 저랑 비슷한 게, 1편 때 설정에서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실제로 제 아이도 그때 초3이었고, 2편을 찍을 때 고2로 등장하는데 역시 제 아이도 고2였다. 아버지고, 아이 문제로 아내에게 전화 오고 애하고 싸우고 아내에게 혼나고 그런 게 제 일상이거든(웃음). 그래서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서도철이 아이에게 사과하는 장면이 있잖나. 저도 아들에게 자주 사과한다!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잘못이면 명확하게 사과할 줄 아는 게 근사한 어른이라 생각한다."

2편이 특별한 지점은 해치라는 캐릭터를 통해 사적 복수와 정의 구현의 모호한 경계를 그린다는 데에 있다. "액션이야 워낙 류승완 감독도 그렇고, 한아름 미술 감독도 그렇고 다들 오래 작업해왔기에 오히려 편하게 했다"며 황정민은 "메시지 면에서 1편이 단순했다면, 2편은 보다 복잡해진 현재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기에 관객분들이 그에 맞게 저마다 받아들이시는 게 다를 것"이라 말했다.
 영화 <베테랑2> 스틸컷
ⓒ CJ ENM
특히 경찰 신입 박선우(정해인)의 투입을 두고 황정민은 연기할 때의 복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불도저처럼 범인에게 달려들지만, 사이코패스 면모로 옳지 않은 선택들을 하는 해당 캐릭터에 황정민은 "서도철의 오른팔이 될 수도 있는 친구였는데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제겐 그 지점이 킬링 포인트였다.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으면 다시 추스르기까지 힘들잖나. '아무리 속마음에선 범죄자를 향해 분노한다고 해도 살인에 좋은 살인 나쁜 살인이 어딨냐'는 대사처럼 서도철의 정의는 곧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거였지. 관객분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셈이다. 정의는 사적인 게 아니라 정확히 판단하고 벌을 내리는 시스템이 있는 것이라고. 사적 복수는 결국 마녀사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잖나. 이 세상에 서도철 같은 삼촌, 형이 있으면 든든할 것 같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 이웃에, 이 사회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 덕에 1편에서도 사랑받았던 것 같다."

밈(meme)이 된 황정민... "감사하게 생각"
 영화 <베테랑2>에서 서도철 형사로 돌아온 배우 황정민.
ⓒ CJ ENM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그랬고, <서울의 봄>도 그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영화 산업이 침체기일 때 등장해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그 축에 황정민이 있었다는 사실은 특기할 만하다. 여전히 극장가 침체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 추석 연휴 유일하게 <베테랑2>만의 대형 상업영화로는 유일하게 출사표를 던진 상황. 황정민은 "그게 참 안타깝다"며 말을 이었다.

"예전 호황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여러 영화들이 함께 공존했던 때가 그립긴 하다. 9일 언론시사회에서 무대인사를 하는데, 갈수록 이런 자리가 귀하다는 걸 알게 된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극장에서 안보고 OTT에서 영화를 보면 되지 생각하기 쉬운 요즘인데 한국영화만큼은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으면 좋겠다."

만 30년의 연기 경력에서 그는 대중영화와 무대 연기 가리지 않고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그 왕성한 활동 이면엔 서로 다른 매력을 충분히 알고, 자신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그만의 루틴이 있었다. 과거 기자와 인터뷰에서도 "관객이 원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연기를 놓을 생각이 있다"며 초연함을 보인 그는 "여전히 그 생각을 갖고 있다. 내려갈 때 잘 내려가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말하기도 한다. 관객분들이 판단하겠지만 역할이 크든 작든 제가 참여할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속생각을 밝혔다.

"일단 제가 표현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작품을 하고 싶다. 얼마 전 <햄릿>도 보고 왔는데 신구 선생님도 그렇고, 꾸준히 하시는 이순재 선생님도 그렇고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정동환 선생님도 뵙고 인사드렸다. 그 에너지를 품고 계속 연기하는 게 존경스럽더라. 전 못할 것 같다(웃음). 선생님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 저도 나이 먹고도 후배들이 찾아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

일단 긍정적인 게 최근 출연한 tvN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도 그렇고, 여러 SNS 플랫폼에서 일종의 밈이 된 황정민의 모습이 계속 등장하는 현상 때문이다. 가수 비비의 노래 '밤양갱'을 그의 출연작들로 리믹스한 버전이 화제였고, 나아가 마라탕후루 밈에까지 황정민 버전이 등장했다.

"제프프라는 친구가 만든 건데 감사하지. '밤양갱' 이후로 초등학생이 날 가수로 알더라. 3집 가수라고 주변에서 놀리기도 하는데, 요즘 흐름에서 놀 수 있는 배우니까 감사한 일이다. 럭키비키라는 말도 회사 홍보팀 막내가 알려준 거다. 요즘엔 삐끼삐끼 춤? 그거 표정이 중요하다. (한쪽 팔을 흔들며) 이거 맞잖나. 열심히 아들에게도 물어보고 있다(웃음)."

한껏 유쾌한 기운을 안고 그는 추석 연휴 예비 관객들에게도 "극장을 찾아주시면 후회 안 하실 것이다"며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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