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임신부 '위험천만 440㎞'…의사 없어 인천까지 날아갔다

제주대병원 “전공의 사태로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 부족”

지난해 6월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의 헬기 이송을 준비하는 소방 당국. 사진 강원소방본부

조기 출산 위험이 있던 다태아(쌍둥이) 임신부가 의료 인력 부족으로 헬기와 구급차를 통해 제주에서 인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10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전날(9일) 오후 1시30분쯤 25주차 고위험 임신부 30대 여성 A씨가 조산 가능성이 있어 이송이 필요하다는 제주대학교병원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보호자와 함께 중앙119 구조본부 호남항공대 소속 소방헬기를 타고 제주에서 직선거리로 약 340㎞ 떨어진 충남 소방항공대로 1차 이송됐다. 해당헬기 연료가 떨어져 보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앙119헬기에서 내린 A씨 일행은 충남소방 헬기로 갈아탔고 인천의 인하대병원까지 추가 비행을 했다. 제주대 병원과 인하대 병원은 440㎞ 정도 떨어져 있다. 당시 제주대학교병원 측은 인하대병원에서 A씨를 받을 수 있는 조건임을 확인하고 전원 준비를 했다고 한다. 인하대병원은 지난 6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제3차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제주대학교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제주대병원은 신생아 중환자실 16개 병상 중 2개 병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근무 중이던 담당 의사가 1명밖에 없어 전원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의 집단 파업 사태로 기존 2명씩 서던 당직을 1명만 서면서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제주대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은 전공의 집단 파업 사태 여파로 기존 인원 5명 중 전공의 1명이 나오지 않고, 비슷한 시기 개인 사정으로 교수 1명이 사직하면서 전문의 3명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제주대학교 병원 응급실 앞에 세워진 119구급차량. 최충일 기자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전문의 1명이 돌 볼 수 있는 신생아 수에 한계가 있어 여유 병상이 있어도 환자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다태아에 25주차 미숙아 조산이라는 특이한 케이스이기도 했지만 최근 전공의 사태로 인력이 부족해 이송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