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때문에 화내는 아내... 사실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준목 2024. 9. 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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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이준목 기자]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화면 갈무리
ⓒ MBC
아내의 갱년기를 계기로 다시 불거진 과거사 갈등과 성격 차이 때문에 위기를 겪고 있는 노부부의 이야기가 시청자의 공감대를 자아냈다.

9일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에서는 '사춘기보다 무서운 갱년기, 육십춘기 부부' 편이 방송됐다.

양봉석·김양순 부부는 결혼 40년차로 충남 천안에서 거주 중인 60대 부부였다. 남편은 "원래 차분했던 아내가 약 5년 전부터 갱년기를 겪으면서 모든 말투가 명령조로 변했다. 아내와 대화를 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반면 아내는 "남편이 저한테 원하는 게 너무 많다. 내 의견은 들어주지 않고 끝까지 자기 의견만 설득하려고 한다"고 반박했다.

"38년 참고 살았는데 5년 가지고..." - "갱년기 무기 삼지 말라"

노부부의 일상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시골로 귀농한 부부는 현재 식당을 10년째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남편의 제안에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식당은 현재는 사실상 아내가 주도하고 있었다. 부지런하고 책임감이 강한 아내는 농사에서 식당 일까지 막힘없이 척척 해냈다. 반면 느긋하고 둔감한 성격의 남편에게는 시종일관 불만을 드러내며 잔소리 폭격을 쏟아냈다.

지인 부부와의 식사 자리에서 남편은 "아내는 나를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강아지를 더 좋아한다. 강아지가 아니라 나한테 더 잘해야 한다"며 농반진반으로 서운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아내는 "밥을 먹으면 뺏어서 던져버리고 싶었다. 갱년기가 오니까 남편이 그렇게 밉더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지인들은 농담으로 "남편이 젊었을 때 아내에게 뭔가 잘못을 많이 한 것 같다"며 뼈를 때리는 돌직구를 날렸다.

아내는 깊이 공감하며 "남편은 내 속상한 마음을 모른다. 난 38년을 참고 살았는데 고작 갱년기 5년을 가지고 뭐라 그런다면 당신은 아직도 멀었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남편이 "갱년기를 무기삼지 말라"고 반박하자 아내는 발끈하며 "약을 먹어도 조절이 안 된다. 남편은 배려를 해줘야하는데 그걸 모르고 '갱년기' 이야기만 하며 자기를 힘들게 한다는 것만 생각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아내의 갱년기 증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내는 갱년기가 오면서 우울증과 불면증, 무기력증, 어지럼증 등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관찰영상에서 아내는 저녁에 힘든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불과 2시간만에 깨어났고 새벽 늦은 시간까지 좀처럼 다시 잠들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었다.

노부부의 또다른 갈등 요소는 '과거사'에 대한 입장 차이였다. 남편은 아내가 틈만 나면 과거 이야기를 꺼내면서 자신을 공격한다며 불만을 표했다. 남편은 "과거 이야기를 자꾸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 현실이 중요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젊은 날에 자신을 속 썩였던 일화들을 하나씩 나열하며 오랫동안 쌓아둔 마음의 상처를 토로했다. 아내는 과거 남편의 말만 믿고 전세금과 빚을 내서 개인택시까지 장만해줬으나, 정작 남편은 한동안 도박에 빠져서 외박을 일삼으며 가계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아이들을 키우던 아내는 공과금을 내지 못해 집안에 전기까지 끊길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어야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던 아내는 결국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남성들이 주로 하던 설비 업무까지 해가며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놀랍게도 63빌딩과 국회의사당 건물 공사에도 아내가 참여했다고. 아내는 새벽에는 현장에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아이 육아까지 병행하면서 책임감으로 결혼생활을 꾸려왔다. 지인들 앞에서 아내의 신랄한 과거사 폭로가 계속될 때마다, 남편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갔다.

"상대가 강력히 좋다거나 싫다 하는 건 귀담아 들어야"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화면 갈무리
ⓒ MBC
오은영은 아내의 증상에 대해 "생식기능이 노년기로 접어드는 게 갱년기다. 호르몬 변화가 일상에 과도한 영향을 줄 정도라면 치료가 필요하다. 아내의 증상은 갱년기가 맞다"며 전문의로서의 소견을 밝혔다. 또한 오은영은 갱년기를 겪고 있는 배우자와 소통할 때, 먼저 신체적 불편함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편도 아내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모습을 보고 뒤늦게 깨달음을 얻어 "그때부터 제가 사람이 됐다"고 고백했다. 한편으로는 "그로부터 22년간 아내한테 잘해줬는데, 갱년기가 오면서 힘들게 하더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런데 부부의 성향을 유심히 관찰한 오은영은 "남편은 아내가 고생한 것이 우선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멋진 것을 먼저 생각한다. 남편은 남에게 보이는 '체면'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분석하며 "반대로 아내는 실리적이다. 다른 사람을 나를 어떻게 보는지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부부의 성향 차이를 설명했다.

남편으로서는 아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운 과거의 잘못을 자꾸 들추는 게 자신의 체면을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화가 난다는 것. 반면 아내로서는 과거를 거론하지 말라는 남편의 이야기가, 자신의 지난 노고와 희생을 부정하는 것 같아 억울함을 느끼게 된다는 분석이었다.

한편, 부부는 된장·고추장 등 다양한 장(醬)류를 제조하며 판매하고 있었다. 남편은 야외에 있는 가마솥이 비를 맞지 않도록 천막 설치를 제안했다. 아내는 마당의 경관을 헤친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부부는 서로 자신의 의견만을 주장하며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생각하는 것은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직성이 풀리는 남편은, 급기야 아내의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천막 자재를 주문했다. 아내의 거센 항의에도 남편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투명인간처럼 무시했다.

남편은 "아내는 자기가 싫으면 무조건 안 하려고 한다. 내가 하려는 일마다 반기를 든다"며 주장했다. 반면 아내는 "남편은 모든 일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서로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오은영은 부부 각자의 입장에 모두 일리가 있다면서도 "문제는 부부의 의견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아내 입장에서는 나를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답답하고 화가 나고 미워질 것이다"며 부부의 불통을 우려했다.

이어 "상대가 굉장히 강력하게 좋다거나 싫다고 하는 것은 귀담아 들어야한다. 그걸 거스르면 '억울함'이 생긴다. 부부라면 서로 대화하고 의논하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부 갈등의 근본 원인은 '시집살이'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화면 갈무리
ⓒ MBC
부부의 대화를 통해 오랫동안 갈등의 근원이 된 진짜 사연이 밝혀졌다. 아내는 남편의 요구로 천안에 내려온 이후로 모진 '시집살이'를 겪은 것이 드러났다.

사실 아내는 본래 어머니의 조언대로 도시를 떠나 시골에 내려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요구를 반복했다고 한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아내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보살피며 시댁 식구들의 집안일까지 소화하는 등, 온갖 고생을 겪어야했다. 시아버지가 사소한 잘못으로 며느리를 무릎 끓게 하고 야단을 친 일도 있었다고. 옛날식 사고방식에 젖어있던 당시 남편은 시집살이에 힘들어 하는 아내의 상황을 보호해주거나 이해해주지 못했다.

남편은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을 자꾸 언급하는 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여전히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럴수록 아내의 억울함과 분노만 더욱 깊어졌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내가 겪었던 고통스러운 시간들에 대한 사과와 치유는 한 번도 없었다. 영상속 아내는 가슴을 치며 그동안 맺힌 울분을 남편에게 속사포처럼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영상으로 지켜보던 아내 자신도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아내는 "어떻게 그렇게 살았을까. 왜 그렇게 바보같이 살았을까"라며 과거를 되돌아보며 회한에 잠겼다.

오은영은 "아내는 어리석은 게 아니다. 그때는 그게 가족을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위로했다. 이어 "문제는 지금이다. 아내의 이야기는 시부모님의 흉을 보는게 아니라, '아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남편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짚었다.

이어 오은영은 "남편에게는 먼저 아내의 고생에 대한 인정과 감사가 빠져있다. 아내에게는 가족에게 헌신하며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부정당하는 같은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서러움과 억울함이 터져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편도 오은영의 분석에 수긍하며 "아내가 이야기할 때는 부모님을 욕하는 것처럼 들렸다. 제가 아내를 위한 표현이 부족했다"고 인정하면서 "앞으로는 아내를 위해 더 생각을 많이 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음을 추스른 아내도 "원래는 남편에게 다 맞춰주는 성격이었는데 갱년기가 오면서 자신이 변하니까 남편도 서운했을 것"이라며 비로소 남편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부부를 위한 최종 솔루션이 내려졌다. 오은영은 부부가 함께 노력하여 갱년기를 극복해나갈 것을 조언했다. 이어 오은영은 남편에게 이제라도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그동안 아내의 노고에 대하여 '대리 감사'를 제안했다.

남편은 아내의 이름을 불러주며 "없는 집에 시집와서 정말 고생많이 했다. 앞으로 제가 노력하겠다. 봐달라"며 수줍게 그동안 못다한 진심을 전했다. 미소를 찾은 아내도 "고마워 여보"라며 화답했다. 방송은 노부부가 이제부터 과거의 상처를 위로하고 서로를 위한 인생 2막을 열기를 기원하며 솔루션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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