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스파이 혐의’ 필리핀 전 시장 해외도피 논란…이민국장 경질
중국인인데 필리핀인으로 속여 ‘중국인 간첩’ 혐의를 받는 앨리스 궈(35) 전 시장이 해외로 몰래 달아난 사건과 관련해 필리핀 이민국장이 경질됐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전날 노먼 탄싱코 이민국장의 해임안을 승인했다.
그의 해임을 건의한 상급자인 지저스 크리스핀 레물라 법무장관은 그가 소도시 밤반시의 궈 전 시장 해외 도피 등과 관련해 일련의 실수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또 “내가 그였다면 이미 물러났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앞서 궈 전 시장은 지난 7월 해외로 달아나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지를 돌아다니다가 이달 초 인도네시아에서 체포·송환됐다.
그는 필리핀에서 범죄 소굴로 악명 높은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 ‘포고’(POGO)와 유착해 돈세탁, 인신매매 등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포고는 도박이 불법인 중국 본토의 고객을 겨냥해 필리핀에서 운영되는 온라인 카지노다. 포고는 필리핀 현지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2022년 기준 필리핀 경제의 13억 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궈 전 시장은 10대 때 궈화핑이라는 중국인으로 필리핀에 입국한 뒤 필리핀인으로 신분 세탁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 5월부터 필리핀 상원의 조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는 상원의 출석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했다. 이에 필리핀 당국은 체포 영장을 발부하는 한편 ‘중대한 위법행위’를 이유로 궈의 시장직을 직위 해제했다.
하지만 그가 외국으로 도피한 것이 확인되자 격노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그의 출국 경위를 조사해 책임자를 밝혀내겠다고 했다.
특히 탄싱코 국장은 궈 전 시장이 달아난 것을 알고서도 법무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가 출국 사실이 의회에서 먼저 알려지기도 했다.
이민국은 또 500여개 가짜 기업에 고용된 것으로 위장한 외국인 수천 명에게 취업 비자를 발급해준 사건과 관련해 조사받고 있다.
레물라 장관은 관련 기업이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 여러 곳을 포함해 500곳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체포 상태에서 필리핀으로 송환된 궈 전 시장은 전날 필리핀 상원 청문회에 출석, 자신이 해외 도피하는 과정에서 필리핀 정부 관계자나 필리핀인의 도움은 “정말로 없었다”고 주장했다.
도피 경위와 관련해 궈 전 시장은 마닐라 지역의 한 항구에서 요트를 타고 몇 시간 이동해 큰 배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이후 그 배 선실에서 3∼5일 지냈다가 다른 보트로 갈아탔고, 그 보트가 자신을 말레이시아에 내려줬다고 덧붙였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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