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의심' 손님 신고해 살린 슈퍼마켓 대표, 상 받는다
지난 2022년 7월, 인천의 한 슈퍼마켓에 찾아온 젊은 남성 A씨가 술과 담배, 번개탄을 구매했다. 평소 생필품을 사려고 종종 가게를 찾았던 모습과 달랐다. 오전 시간인데도 표정이 유달리 처져 보이고, 눈도 충혈됐다.
이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은주(55)씨는 A씨 상태를 유심히 살핀 뒤 번개탄 용도를 물었다. '고기 구이용'이란 답변을 들었지만, 그가 주택가가 아닌 골목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까지 확인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잠시 후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이 극단적 시도를 하던 A씨를 발견·구조했다. 그 후 A씨는 밝은 모습으로 가게를 찾아 이 씨에게 감사를 표했고, 이전처럼 가게에 들러 생필품을 사는 등 별 탈 없이 일상에 복귀했다.
이렇게 한 명의 목숨을 살린 이 씨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 5년 넘게 생명사랑 실천가게로 참여하고 있다. 자살예방사업 일환인 '번개탄 판매개선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번개탄이 잘 보이지 않도록 보관함을 사용하고, 구매자에게 번개탄 사용 목적을 확인하는 식이다. 3년 전부터는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서 다친 아이들을 응급처치하거나 길을 잃은 아이들을 임시 보호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이은주 씨를 비롯해 자살 예방과 생명 존중에 기여한 개인 및 기관·단체 90곳(명)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게 됐다. 복지부·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10일 서울에서 '2024년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을 열고 이러한 시상을 진행했다. 이날은 자살예방의 날로, 올해 기념식은 13회째다.
광주광역시경찰청의 조영준 경감은 극단적 시도 현장 출동, 응급 입원 등에 빠르게 대응해 고위험군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면서 표창을 받았다. 주식회사 숲(구 아프리카TV) 소속인 문준석 씨는 플랫폼 내 유해정보 관리, 청소년 보호 등에 노력하는 한편 자살 예방 공익 캠페인 영상 제작·배포에 나선 점을 인정받았다.
자살예방의 날에 맞춰 자살예방 소셜미디어 상담서비스인 ‘마들랜’도 시동을 걸었다. 마들랜은 ‘당신이 힘들 때, 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라는 의미를 담았다. 텍스트 대화가 익숙한 청년층을 고려해 기존 자살예방 상담전화(109)와 별개로 카카오톡·문자메시지 등으로 상담 가능한 플랫폼이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주변에 마음이 힘든 분이 있으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와 지역 자살예방센터 등에 연결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년 불행, 한 달만에 바뀐다" 주역 대가의 복 부르는 관상 | 중앙일보
- 결혼 열흘만에 가출한 베트남 아내, 노래방서 잡히자 한 말 | 중앙일보
- 쌈은 배추보다 깻잎이다, 당뇨 막을 최고의 식품 셋 | 중앙일보
- "여기에 사인 못 해 줘요"...평소 잘 해주던 손흥민, 거절한 까닭 | 중앙일보
- 배우 사강, 남편 사별 후 근황…"슬퍼할 겨를 없이 가장됐다" | 중앙일보
- "사실은 중졸" 고백했던 인순이, 67세 '고졸' 따냈다…검정고시 합격 | 중앙일보
- "탄 고기 암 걸려" 피하는 한국인…이 '1군 발암물질' 왜 사랑하나 | 중앙일보
- "수리비 2200억? 그냥 폭파하자"…미 22층 빌딩 순식간 와르르 | 중앙일보
- 이강인, 또 열애설…'두산가 5세' 어깨 감싸안고 파리 데이트 | 중앙일보
- 복지포인트만 연간 840만원…삼전·SK 뺨치는 이 회사 어디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