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모 사라진 태평양서 中 항모 실전훈련 공개…대만 “이게 뉴노멀” 불안감
미군 항공모함들이 중동 위기를 위한 대비 및 정기적인 정비 등으로 태평양을 떠난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가 9일 자국 항공모함과 준항모 편대의 실전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대만 언론은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페이드아웃'이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이 운영하는 웨이보(微博·중국판 X) 계정인 앙시군사(央視軍事)는 이날 '전투경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1분 분량의 영상엔 산둥함 항모편대의 함재기 젠-15의 이·착륙, 가상 목표의 타격, 보급 작전 등의 장면이 담겼다.
CC-TV는 “남중국해와 서태평양 해역 모두와 관련된 훈련”이라며 “산둥함 항모편대가 각종 작전 배경의 편대 협조 및 지휘훈련을 실시해 항모편대의 장거리 해역 작전능력을 업그레이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홍콩 봉황망은 이번 훈련의 주역은 산둥함이 아니라 4만t급 상륙 강습함인 준항모 하이난함(海南艦)이고, 대만과의 전쟁과 관련이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홍콩 동방일보는 “CC-TV가 언급한 ‘장거리 해역(遠海遠域)’ 훈련은 해외 정박을 의미한다며 중국 항모와 075형 준항모의 해외 정박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산둥함 편대훈련과 동시에 3호 항공모함인 푸젠함(福建艦)의 4차 해상시험도 진행했다. 동방일보는 지난 5일 조기경보기 쿵징-600과 젠-15B 모형을 탑재한 푸젠함의 해상시험 사진을 게재하고 “80% 이상의 전투력을 갖췄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곧 러시아 해군과 합동훈련도 진행한다. 중국 국방부는 9일 SNS계정을 통해 이달 중 러시아 해·공군이 동해와 오호츠크해 해·공역에서 실시하는 중국의 '북부·연합-2024' 연습에 참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이 이처럼 서태평양에서 해군 군사력을 과시하는 동안 이를 견제할 미 항모는 이달 말까지 태평양에 한 척도 없는 상태다. 태평양에 배치됐던 미 항모 6척 중 칼빈슨함, 니미츠함, 로널드 레이건함, 조지 워싱턴함 등은 작전 기간 완료나 정비를 위해 미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에이브러햄 링컨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 등을 대비해 중동 5함대에 배치했다. 미 해군 전문 네이벌뉴스는 지난달 말 “중동 상황과 유지·보수 상황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가장 많은 인도·태평양에서 미 항모 편대가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평양의 미 항모 공백 상황은 이달 말 조지 워싱턴함이 일본 요코스카항에 배치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태평양에서 미국 항공모함이 사라진 현황을 비웃었다. CC-TV의 SNS 계정인 ‘위위안탄톈(玉淵譚天)’은 최근 “선체 노후, 열악한 정비 등에 더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항모가 임무 수행 기간을 넘기고 있다”며 “미국이 '옷깃을 여미니 팔꿈치가 드러나는 상황'에 부닥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함정을 호위하겠다는 사무엘 파파로 미국 인·태 사령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손에 카드가 없는 미국이 입으로만 큰소리치고 필리핀을 ‘졸개’로 앞세우고 있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대만 언론들은 미 항모 공백 상황을 우려했다. 대만 연합보는 지난 7일 “우연처럼 보이는 최근의 전략적 상황은 매우 은유적이며 방향성이 있는 사건”이라며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웜홀'이 되어 미국의 서태평양에서 철수가 뉴노멀이 될 것을 깨닫게 해줬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중국의 조선 능력은 미국의 232배”라며 “푸젠함이 취역을 마치면 서태평양의 전략적 상황이 역전되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국방부는 10일 인민해방군 남부 전구 우야난(吳亞南) 사령관과 파파로 미국 인·태 사령관이 영상 통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미·중 양국 군대의 전역(戰域)급 사령관 사이에 설치된 핫라인은 지난 2022년 8월 끊겼었다. 당시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중국은 8가지 보복 조치의 하나로 해당 핫라인을 차단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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