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막류로 코·눈 돌아간 미얀마 소녀, 한국서 수술 받고 새 삶
10일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선천적 기형 중 하나인 ‘뇌수막류’를 앓던 미얀마 소녀 이딴다초(11)의 수술을 성공리에 마치고 지난 8일 고향으로 무사히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뇌수막류는 두개골 일부가 열려 그 틈으로 뇌 조직이나 수막 일부가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혈액 순환이나 뇌 기능에 문제가 생겨 장애가 발생하거나 다른 두개골이나 안면 기형, 뇌 기형 등을 동반한다. 증상에 따라 수두증, 경직성 뇌성마비, 소두증, 운동 실조증, 발달 지체, 시각 장애, 지적 장애, 간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이딴다초는 여섯 아이 중 막내로 이른 나이에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미얀마의 부족한 의료환경과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그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병원 측은 “사단법인 멘토리스를 통해 이딴다초와 연결됐고, 여러 여건을 검토해 의료 취약국 환자들을 국내로 초대해 치료하는 ‘강남세브란스병원 해외환자 초청치료’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한국에 도착한 이딴다초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윤인식 교수와 신경외과 유지환 교수로부터 진료를 받았다. 검사를 받은 이딴다초의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뇌를 싸고 있는 수막이 완전히 닫히지 않고 얼굴 뼈에도 결손이 있어 안면부까지 뇌척수액이 새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물풍선 같이 늘어난 뇌척수액이 얼굴을 감싸면서 눈도 옆으로 돌아가고 코뼈도 휘어진 상황이었다. 입원과 함께 성형외과와 신경외과 의료진은 협진 계획과 수술 범위를 결정했다. 신경외과에서는 새는 뇌척수액 부위를 막고, 성형외과에서 뇌수막류를 제거하고 양쪽 눈의 내안각을 좁혀주고 휘어진 코뼈를 복원하는 수술을 했다. 의료진은 약 2주간 경과를 더 지켜봤고, 수술 경과가 좋아 이딴다초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병원 측은 지난 5일 환송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구성욱 병원장을 비롯해 주치의 윤인식, 유지환 교수, 사단법인 멘토리스 김영미 사무국장,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경아 간호국장, 이지현 사회사업팀장 등 이딴다초의 초청과 치료 과정을 물심양면 도운 관계자들이 모여 퇴원을 축하했다.
이딴다초는 입원 기간 동안 연습한 한국어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직접 인사를 전했다. 이딴다초의 아버지 킨초 씨는 “딸이 공부도 잘하고 집안일도 잘 돕는데, 질환으로 교우관계와 학교생활에 지장이 있어 마음이 아팠다. 수술 후 거울을 보고 예뻐졌다며 기뻐하는 딸의 모습을 보니 나 역시 정말 기쁘다. 딸의 수술을 도와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치의 윤인식 교수는 “치료 경과가 좋아 기쁘다. 그동안 안면부 기형으로 일상생활이 쉽지 않았을 텐데, 고향에 돌아간 후에는 친구도 많이 사귀고 밝고 즐겁게 생활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유지환 교수는 “한국에 있는 환자라면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떠나보내려니 마음 한쪽에 아쉬움이 남는다. 귀국 후에도 콧물이 많이 난다거나 열이 나면 근처 병원을 꼭 찾기를 바란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구성욱 병원장은 “140년 전 해외 선교사로부터 받은 도움을 이제는 우리가 다른 나라로 돌려줄 수 있어 매우 기쁘고 감회가 새롭다. 훌륭한 의료기술만큼이나 사명감도 중요하다. 앞으로도 사람을 살리고 돕는 의료기관으로서의 소명을 다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딴다초의 수술비 전액은 JYP엔터테인먼트 사회공헌 사업인 ‘EDM 치료비 지원 사업’을 통해 지원됐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 환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앞선 지난 4월 JYP엔터테인먼트는 국내외 취약 계층 소아·청소년 환자 치료에 사용해달라며 연세의료원에 5억원을 기부하고 사회공헌 업무협약을 맺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09년부터 해외환자 초청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적인 문제와 의료수준의 한계로 고통받는 타국의 환자를 한국으로 초청해 치료를 돕고 있다. 현재까지 카자흐스탄, 몽골, 요르단 등 총 14개국 35명의 환자를 초청해 치료했다.
이에스더 기자 rhee.es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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