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팝 가수 잇단 내한·日 배우 주연 K드라마…日 문화 소비 활발해졌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오래전 K팝과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한류’란 이름으로 자리 잡은 것과 달리, 한국에서 일본 콘텐츠는 마니아층 사이에서만 소비돼왔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지나며 K콘텐츠의 위상이 급부상하고, 온라인상에서의 교류도 활발해지면서 일본 문화에 대한 한국의 장벽이 급속도로 낮아지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 흐름은 국내에서의 J팝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10일 음악 플랫폼 플로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8월 J팝 카테고리 청취 건수는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12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음악 시장에서 J팝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미미하지만, ‘덕후’들만의 전유물이었던 J팝의 저변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음은 내한하는 J팝 가수들의 공연을 보면 알 수 있다.
올 하반기에는 인기 J팝 가수들의 내한 공연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직전 공연 대비 규모를 확 키운 아티스트들이다. 먼저 일본의 인기 싱어송라이터 후지이 가제가 있다. 지난해 6월 2000석 규모인 광운대 동해문화예술관 대극장에서 첫 내한 공연을 했던 후지이 가제는 오는 12월엔 9배 가까이 커진 고척스카이돔에서 아시아 투어 단독 콘서트를 연다.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의 오프닝곡을 불러 세계적 명성을 얻은 밴드 요아소비는 오는 12월 7~8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내한 공연을 한다. 지난해 공연(8000석)보다 2배 커진 곳으로 옮겼지만, 이번 공연도 예매 오픈 1분 만에 매진됐다. 인기 애니메이션 ‘스파이X패밀리’ 등의 테마곡을 제작해 유명한 밴드 오피셜히게단디즘은 오는 12월 8년 만에 내한한다. 8년 전 500여석의 작은 공연장 무대에 섰던 오피셜히게단디즘은 7000석 규모로 공연장을 키웠다.
또 다른 현상은 일본 배우들이 한국 드라마에 비중 있는 배역으로 출연한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리메이크되거나 한국 배우들이 일본 영화, 드라마에서 활약해온 건 수년이 됐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흔치 않았다.
현재까지 방송이 예고된 일본 배우 출연 드라마는 2편이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오는 27일 공개를 앞뒀다. 홍(이세영)과 준고(사카구치 켄타로)의 사랑과 이별, 그 후의 이야기를 그린 멜로 드라마다. 한일 양국에서 인기가 많은 사카구치 켄타로의 첫 한국 드라마 출연이자 주연작이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후쿠시 소우타는 넷플릭스 공개 예정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로 한국 드라마에 처음 출연한다. 다중 언어 통역사 주호진(김선호)이 글로벌 스타 차무희(고윤정)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후쿠시 소우타는 김선호, 고윤정과 엮이며 비중 있는 역할을 소화할 예정이다.
최근의 이런 변화들은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 성장과 일본 문화에 대해 낮아진 심리적 장벽이 한데 얽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에서 크게 흥행하면서 그 배경에 깔리는 J팝 음악은 국내 관객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K팝 일색인 국내 음악 시장에 밴드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J팝은 신선함으로 인식됐고, 틱톡·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J팝 노출이 늘면서 소비층도 자연스레 넓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동시에 코로나 팬데믹 기간 급성장한 K콘텐츠의 위상과 한국보다 큰 시장인 이웃 나라 일본으로 진출하려는 제작업계의 니즈가 맞물리면서 양국 배우의 교류도 늘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가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으니 일본 배우도 한국 콘텐츠에 출연하는 게 유리했을 것”이라며 “한국 업계에도 신선한 얼굴이 필요하고, 일본 시장 진출을 생각하면 일본인이 출연하는 게 유리한 면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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