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시대, 우리는 '물의 행성'에 산다" 제러미 리프킨

이후남 2024. 9. 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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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플래닛 아쿠아' 출간
기후난민 등 신유목시대 전망
"물을 가두고 통제한 문명
인류의 오만함에서 벗어나야"
제러미 리프킨. [사진 민음사]


"상상을 해보세요. 지구의 80억 인구가 어느 날 깨어났는데 우리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살고 있는 행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이게 지금 기후변화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인류는 전례 없는 지구의 모습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

『노동의 종말』『소유의 종말』『3차 산업혁명』등의 저서로 널리 알려진 제러미 리프킨(79)의 말이다. 9일 밤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신간 『플래닛 아쿠아』(민음사) 의 제목처럼 "우리는 대지가 아니라 '물의 행성'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책표지


그는 특히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온도가 섭씨 1도 올라갈 때마다 대기는 강수량이 7% 늘어난다"며 겨울의 폭설, 봄의 홍수, 여름의 가뭄과 폭염, 산불과 태풍 등 빈도·강도가 커지고 있는 기상이변을 수문 순환과 연관 지었다. 신간은 지난 200년 간의 산업화를 포함해 6000년의 인류 문명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리프킨은 "수력 문명을 건축하고 이어가는 6000년 동안 인류는 지구의 물을 격리·저장·사유화·상품화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며 이를 "인류의 오만함"이라고 불렀다.

신간은 이런 수력 문명과 수력 인프라가 기후변화에 직면해 붕괴되고 수권 등 지구가 재야생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리프킨은 수권, 암석권, 대기권, 생물권 등 지구의 4대 권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수권"이라며 "생명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리 서면으로 받은 질문들에 답하며 그는 "한국의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느려지고 있다고 들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제가 『엔트로피』를 쓴 1980년대에는 태양열로 1와트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이 70달러였는데 지금은 40센트"라며 "태양열·풍력은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했고, 한계 비용도 없다"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다량의 냉각수가 필요한 점과 함께 "전력 생산의 68%가 원자력인 프랑스는 기후변화로 호수 등 물의 온도가 높아져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태양열·풍력 확대는 냉각수 사용도 크게 줄인다는 것. 책에는 빗물의 저장과 활용, 물을 적게 쓰는 작물 종의 재배, 도시형 수직 농업 등도 언급한다.

제러미 리프킨. [사진 민음사]


신간은 무엇보다 기후 난민을 비롯해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이동과 신유목시대의 도래를 전망한다. '임시 도시'와 3D 프린팅 건축 등과 함께 기후여권의 발급도 제안한다.

비관적인 전망의 와중에 그가 낙관의 근거로 강조하는 것은 인류의 적응력. 공감 능력의 확장도 강조한다. 화상 간담회에서 그는 그레타 툰베리가 조직한 기후시위에 참여한 젊은이들을 만난 일을 들려주며 Z세대를 "자신을 멸종 위기에 처한 종으로 보면서 동물들을 일종의 가족으로 여기는 첫 세대"라고 말했다.

그는 종종 경제·사회사상가나 미래학자 등으로 소개되는데, 스스로는 '활동가'(activist)라는 표현을 썼다. 간담회에서 그는 중동 산유국들의 금수조치로 제1차 오일쇼크가 발생한 1973년 얘기를 꺼냈다. 당시 미국은 보스턴 차 사건 200주년. 사람들이 모여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차 대신 빈 석유통을 내던지는 일을 벌였던 것을 돌이키며 "그게 제 활동의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 현재 인류는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처해있다"며 "하지만 이는 가장 큰 기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인프라, 거버넌스, 경제적 모델 등 현 위기를 초래한 인간 삶의 모든 부분에 "새로운 서사,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면서다. 지구를 아예 '물의 행성'으로 부르자고도 제안한다. 그는"한국은 내가 사랑하는 나라"라며 1945년 이후 한국의 놀라운 변화를 언급하며 한국이 이런 움직임에 나서는 것도 기대했다.

신간에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긍정적 시각도 눈에 띈다. 이에 대한 질문에 리프킨은 2012년 중국의 유라시아 연결 구상 등장과 관련해 디지털 실크로드 개념 등에 협업한 일을 전하며 "중국뿐 아니라 EU와도 23년간 협업해왔다"고 소개했다. 또 "미국에서는 상원 지도자 찰스 슈머 의원과 함께 3차 산업혁명과 세방화 인프라 관련 협업을 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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