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회복률 90%...전세대출 막으면 월세로 ‘풍선효과’

김원 2024. 9. 1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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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하늘공원 인근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넘게 오르면서 2021~2022년 최고가의 90%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와 금융권이 시행하는 대출규제가 오히려 전셋값 상승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0일 중앙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2021~2022년과 올해의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를 비교·분석한 결과, 올해 전셋값이 2021~2022년 최고가의 평균 89.8%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은 2021~2022년과 2024년 모두 전세 거래 내역이 있는 동일아파트 동일면적의 주택 유형 1만602개의 전세 최고가 회복률(2024년 전세최고가 / 2021~2022년 전세최고가)의 평균을 낸 것이다. 특히 조사 대상 1만602개 주택 유형 가운데 2215개(20.9%)에서는 올해 전세보증금 최고가가 2021~2022년보다 높거나 같은 ‘전세 신고가’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차준홍 기자

분석 결과 강남·용산 등 고가 아파트의 전셋값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전용면적 244㎡는 지난 4월 전세보증금 55억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이는 2021~2022년 최고가인 29억원(2021년 7월)보다 무려 26억원이 뛴 것이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08㎡도 지난 2월 2021~2022년 최고가(35억원)보다 14억원 높은 49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또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서울 아파트 전세지수는 지난주(2일 기준) 90.2로 역대 최고점이었던 2022년 1월 17일 조사(103.5)의 87.2%까지 회복했다. 전세지수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7번이나 올렸던 2022년부터 급락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5월 15일 조사(83.6)에선 최고점(103.5) 보다 19.3%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반등해 68주째 상승 중이다. 특히 올해 5월 이후에는 주간 상승률 0.10~0.20%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건 수요에 비해 여전히 공급이 부족해서다. 이날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7419건으로 올 초(3만4822건)와 비교해 21.3% 줄었다. 신규 공급도 줄어 이달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한 달 전(1만8950가구)보다 절반 이상(53%) 줄어든 8906가구로 집계됐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올해부터 가시화된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매맷값은 물론 전·월세 가격까지 밀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차준홍 기자

이런 가운데 매매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와 시중은행이 꺼낸 대출규제 카드가 오히려 전세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달부터 대출 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시행됐는데, 자금 부담 탓에 전세 대기 수요의 매매로의 전환이 당분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아파트를 매수하려던 대기 수요가 대출규제로 전세 시장에 머무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올해 들어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던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연말께에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전셋값 대비 매맷값, 8월 기준 54%)이 58%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올해 들어 전·월세 거래량이 줄면서 임대차 시장의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였지만, 7월 들어 다시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여기에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면서 전·월세에 머무르는 대기 수요가 늘어나 전셋값이 더욱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출규제가 이어질 경우 월세로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우려도 제기된다. 조건부·유주택자·갈아타기 등의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시중은행이 늘면서 전세 대신 월세로 눈을 돌리는 임차 수요 증가할 수 있어서다. 이럴 경우 가을 이사철을 앞둔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그동안 전셋값이 상승했던 건 전세대출 금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됐기 때문인데, 대출규제 등으로 금리가 오르게 되면 임차인은 전세와 월세(반전세) 사이에서 고민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며 “전세의 월세화와 더불어 그동안 기피 대상이 됐던 빌라·오피스텔 등의 비아파트 임차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월세 역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다. 지난달 KB부동산의 월세지수는 116.1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지난 2월 이후 줄곧 상승 중이다.

이른바 ‘학군지’를 중심으로 월세 상승 폭이 높게 나타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최근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320만원 계약이 체결됐다. 올해 초(250만원)와 비교하면 반년 사이 월세가 30% 가까이 오른 것이다.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 53㎡도 지난달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90만원 계약이 이뤄졌는데, 1년 전(130만원)과 비교해 월세가 60만원 올랐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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