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에 이란 수백발 미사일 공급"…美 '경고' 러 '딴청' 이란 '부인'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 미사일 수백발을 공급했다는 서방 언론의 보도에 미국, 러시아, 당사국 이란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편 이란은 유럽연합(EU)과의 핵합의 부활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와 유럽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서방의 경고를 무시하고 러시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백 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서방 언론들은 이란이 러시아에 보낸 미사일이 사거리 120㎞인 ‘파타흐 360’이고, 200발 이상을 수출했다는 후속 보도를 냈다. 우크라이나의 제 2의 도시 하르키우, 동부의 전략도시 포크로우스크 등 주요도시와 대부분 전선이 러시아의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
이 같은 보도에 관련국들은 서로 다른 표정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이란를 향해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이 그간 우려를 표해왔던 사안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같은날 “확인할 수 없지만, 미사일 이전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라고 했다. 미국은 그간 러시아에 대한 미사일 수출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란을 압박하던 상황이었다.
반면 러시아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을 통해 같은 날 “이런 정보가 항상 진실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란은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라는 입장을 내놨다.
수출 당사국으로 지목된 이란은 관련 보도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강력히 부정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방공부대 카탐 알안비아의 파즈롤라 노자리 부사령관 역시 “(서방의) 심리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앞서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 8일 이란의 하원의원이자 국가안보·외교정책 위원회 소속인 아마드 바흐샤예시 아르데스타니 의원이 “러시아에 대한 미사일 지원을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아르데스타니 의원이 이란 언론에 “우리는 러시아에서 콩, 옥수수 등 상품을 수입해 서방의 경제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며 “헤즈볼라, 하마스에도 우리가 미사일을 제공하는데 러시아에 안 줄 이유가 있느냐”고 말한 발언이 보도의 근거였다.
이란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협상을 끌어내려 하는데, 이 과정에 중동 무장 세력들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란의 협조·동의가 필요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란과 군사 분야에서 밀착하고 있지만, 카스피해 영유권 다툼의 문제도 있어 완전한 의미의 맹방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사이다. 이란도 내부적으로 강경파인 혁명수비대와 달리, 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경제 제재를 풀기 위해 서방과 대화에 나서고 있다.
한편 9일 이란은 유럽연합(EU)과의 핵합의 부활을 위한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은 지난 2015년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일부 동결하거나 축소하는 대신에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의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의 6개국과 체결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다. 합의가 유명무실해진 사이 이란은 일시 동결했던 핵개발 프로그램을 다시 진행했다.
이란의 입장 전환에도 불구하고 관련국들이 새로운 합의를 위한 협상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타결까지 가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오는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바이든 정부보다 이란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 핵합의 재논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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