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하는 일은 '체육복지사'예요
[김도하]
얼마 전 파리올림픽이 끝났다. 과거와는 달리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 들었다지만, 여전히 축구나 야구 이외의 종목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덩달아 생활체육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는 시기이다. 이번 일터에서는 '생활체육지도자'란 직업에 대해 알아보고 그들의 고충에 대해서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의정부에서 생활체육지도자로 일하는 김소영, 윤은경 님을 8월 12일 만났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소영 : 안녕하세요. 저는 2000년부터 생활체육지도자 1기로 들어온 김소영이라고 합니다. 체조가 전공이었고요. 어르신들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의정부체육회 소속 생활체육지도자 윤은경(왼쪽), 김소영(오른쪽) 님. |
ⓒ 김도하 |
"엘리트 체육은 선수를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는 반면, 생활체육지도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지역사회에서 생활체육 현장을 지도하고, 생활체육 건강지식을 전달하는 등 주민들의 건강을 유지·증진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노인복지관, 정신병원 병동, 지역 아동센터 등 사설 체육센터에 다니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노인복지관, 정신병원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도, 생활수준별 격차가 있을 수 있잖아요, 취약계층에게도 전문적인 지도하에 운동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직업인 것 같아요. 저희는 이 직업을 '체육복지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 둘 다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어요."
우리 직업은 체육복지사
- 두 분 다 생활체육지도자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역사를 함께 해왔잖아요. 두 분은 어떻게 해서 생활체육지도자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김소영 : 저 같은 경우는 원래는 사설 에어로빅 강사였어요. 한 10년 정도 운영하고 일하다가 생활체육지도자를 뽑는다고 해서 들어오게 되었어요.
윤은경 : 저도 사설기관에서 6~7년 정도 수영을 가르치다가 결혼을 하면서 그만두고 있었는데 의정부시 생활체육지도자를 뽑는다고 해서 들어오게 되었어요. 지금 당장은 조금 처우가 열악해도 나라에서 뽑는 거니까 점차 조건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 일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업무 방식에 대해서 설명해주시겠어요?
"하루에 8시간, 평일 주 5일 근무합니다. 사무실에 출근한 뒤, 수업을 하기로 한 기관으로 이동해서 강의를 진행합니다. 보통 하루에 3곳, 일주일에 총 15곳을 방문해서 생활체육 강의를 해요. 일이 끝나면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고요. 예전에 비해서 행정 업무 일이 줄었지만 지금도 월말이 되면 쉴 새 없이 행정업무를 하고, 뿐만 아니라 웬만한 생활체육지도자분들이 수업 외에도 사업을 하나씩 맡고 있죠."
"다른 곳에서는 상급자가 일방적으로 배정을 해주는 곳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저희는 직접 기관이나 단체에 연락해서 수업을 개설하는 편이에요. 저희가 수업할 곳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 이런 방식이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수업 줄어들 때 새로운 기관을 찾아서 수업을 개설하는 게 쉽지만은 않죠."
▲ 생활체조 강의를 하고 있는 윤은경, 김소영 선생님 |
ⓒ 윤은경 |
"처우 문제도 크죠. 저는 처음에 체육과 나온 사람들의 직업으로 학교 선생님이 있고, 그 다음 생활체육지도자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국가에서 지원을 받으니 처우도 점차 개선되고, 비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초창기에는 엘리트 체육인들도 많이 넘어와서 일을 했지만 지금은 거의 없어요. 젊은 분들도 결국 처우 문제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지난 정부 때 정규직 전환이 되고 나서 오히려 더 많은 지도자 분들이 관뒀어요. 그전에는 정규직이 되면 뭔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 버텼는데, 막상 정규직이 되고 나서도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변화한 것 외에는 크게 체감되는 변화가 없었어요. 계약직이라 고용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전에도 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함부로 해고할 수 없었거든요. 그러니 정규직화되어도 결국 크게 달라진 게 없었던 거죠. 의정부는 노조 활동도 열심히 하고 그래서 다른 곳보다 처우가 낫다고는 하지만 제가 25년 차 직장인인데 월급이 270만~280만 원 정도예요.
사실 급여가 적은 부분에 대해서는 알고 있고, 감수하면서 다니는 측면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외에도 직장을 다니는 보람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요. 저희는 진급을 할 수 있는 조직체계도 아니고, 조직 내부적으로 현장에서 하는 이 일이 눈에 보여지는 행사나 다른 사업에 비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아요. 체육회 내부에서도 현장에서 일하는 지도자분들보다 행정직원을 우대하는 문화가 있기도 하고요."
생활체육 발전을 위해, 지도자의 처우도 개선을
- 그래도 두 분은 20년 이상 이 일을 하고 계셨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 하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일단은 일이 너무 재밌어요. 예전에 사설기관에서 일할 때에는 수강생들에게 잘못하면 수강을 그만두고, 그런 것들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저희 수강생분들은 무료로 수강을 하시는 분들이라 항상 저희에게 감사함을 표시해주세요. 저희도 비록 급여는 받지만 봉사하는 느낌도 들고요, 좀 더 즐겁고 보람있게 일하죠.
그리고 항상 좀 어려운 곳에 가서 수업을 하잖아요. '아직도 우리 사회에 우리가 돌봐야 할 사람들이 많구나' 생각하기도 해요.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감도 느끼고요. 그래서 항상 그분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어요. 아까 말씀드렸듯 저희끼리는 체육복지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반 사설기관에서는 사업 같은 것을 기획하거나 프로그램을 짜거나 이런 것들을 해볼 수 없는데, 그런 일들도 적성에 맞고 재밌어요."
- 앞으로 바라는 점은 어떤 게 있나요?
"선진국에서는 엘리트 체육보다는 생활체육이 더 발전되어 있잖아요. 생활체육을 하다가 선수로 육성이 되기도 하고요. 우리나라도 생활체육을 발전시킨다고 하는데 그 생활체육을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이 저희 생활체육지도자인 거잖아요. 그에 비해서 체육회 내에서 인식이라든가 체계는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요. 수업과 관련해서 저희 같은 생활체육지도자들이 체육회 내에서 좀 더 체계를 잡고 서로 간의 경험도 공유하고, 프로그램 개발이나 이런 것도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우 문제도 많이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야 이미 20년 일했고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지만, 젊은 사람들은 계속 이 일을 해야 하잖아요. 사실 지금 노조 활동을 하는 것도 후배들을 위해서 하는 마음이 커요. 후배 생활체육지도자 분들께도 항상 그렇게 말해요. 20년 동안 내가 아무것도 몰라서 아무것도 안 하니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움직이면 너의 20년이 달라질 수 있으니 같이 한 번 목소리 내보자고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9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김도하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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