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머내마을영화제의 성공비결을 공개합니다

성하훈 2024. 9. 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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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회 맞이한 머내마을영화제, 교회-카페 등이 함께 만든 주민 참여 영화제

[성하훈 기자]

지난 7일 저녁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목양교회 야외무대 앞은 몰려든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들은 7회 머내마을영화제의 야외상영축제를 찾은 지역 주민과 외부에서 온 관객들이었다. 파릇한 잔디가 깔린 주변으로 체험부스와 먹거리 부스가 마련돼 있었고, 영화상영에 앞서 사전행사로 영화 음악공연이 진행되는 등 축제 분위기가 역력했다.

어스름이 깔리면서 상영된 영화는 이지은 감독의 <비밀의 언덕>. 야외에 놓인 500석 정도의 좌석이 가득 찬 가운데 교회 앞마당은 이내 조명이 꺼지며 시네마천국으로 변했다.
▲ 머내마을영화제 지난 7일 열린 머내마을영화제 야외상영축제
ⓒ 성하훈
마을영화제 넘어 지역독립영화제 수준

올해 7회를 맞이한 머내마을영화제는 2018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을 중심으로 시작된 작은 영화제다. 아파트 숲을 이룬 동네에서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만들어 낸 창의적인 행사다. 그렇다고 마을영화제라는 이름 때문에 작은 상영회 정도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작품 편수나 주민 호응도 면에서 웬만한 지역독립영화제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지난 6일 개막해 8일 끝난 3일 간의 짧은 행사였지만 상영작 면모에서 머내마을영화제의 규모와 위상이 드러난다. 장·단편 47편의 상영작은 한결같이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영화들로 선정됐다. 프로그램의 질적인 수준은 좋은 영화 다시 보기를 내세우는 무주산골영화제와 엇비슷할 정도였다.

개막작은 김미영 감독 <절해고도>였고, 폐막작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이었다. 신예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정홍 감독의 <괴인>이나 박경목 감독의 <말임씨를 부탁해>, 추상미 감독의 <폴란드로 간 아이들>, 이병헌 감독의 <드림> 등 독립예술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났다. 개·폐막작은 물론 주요 상영작의 감독과 배우들이 직접 찾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 등 작은 상영회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 머내마을영화제 지난 6일 수지농협 동천지점 강당에서 열린 7회 머내마을영화제 개막작 상영 후 씨네토크
ⓒ 성하훈
주민들이 제작한 영화까지 상영된 것은 금상첨화. '나도감독 상영전'을 통해 주민들의 단편영화 13편이 상영됐고, '청년감독 특별상영전'을 통해서는 한국 독립영화 미래주역들이 만든 8편의 단편 영화가 상영됐다. 이들 작품 중 관객상 등의 수상작을 선정해 7일 야외상영에 앞서 시상식이 진행되기도 했다.

머내마을영화제는 영화제 프로그램이 알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외부에서 온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야외상영축제에서 만난 정범 전 아시나아국제단편영화제 사무국장은 "해마다 찾고 있다며 꽤 알차고 좋은 영화제"라고 평가했다. 3일간의 짧은 행사지만 김선아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과 최유진 인디애니페스트 집행위원장 등 영화계 인사들이 내빈으로 참석하는 등 영화인들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영화제에 참석했던 김선영 배우는 홍보영상을 통해 응원을 보냈다.

특히 올해 영화제부터는 단순히 동천동이라는 마을을 넘어서 용인 전역으로 상영이 확대되는 첫해가 됐다. 7일 대규모 야외상영축제는 영화제의 하이라이트 격이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이상일 용인시장은 머내마을영화제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관객들에게 인사하면서 "머내마을영화제는 독보적인 마을영화제라고 말했다. 이어 "용인시청 소식지에 머내마을영화제에 대한 소개 글을 일부 직접 쓰기도 했고, 용인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예산지원을 했다"며 "앞으로도 예산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관객들에게 환호의 박수를 받았다. 유진선 용인시의회 의장도 "조례가 없는데, 새로 만들어서라도 머내마을영화제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역시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주민 집행위원들이 대들보
 지난 6일저역 용인 수지농협 동천지점 강당에서 열린 7회 머내마을영화제 개막식
ⓒ 성하훈
머내마을영화제의 성공 비결에는 영화인들의 노력이 있다. 주 무대인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과 인근에 사는 영화인들이 적지 않다. <싱글즈>, <원더플 라디오>, <관능의 법칙> 등을 연출한 권칠인 감독이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고, 자문위원과 전문위원으로 <마린보이> <자백> 등을 연출한 윤종석 감독, <드림 팰리스>를 연출한 가성문 감독, 김선영 배우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집행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의 열정이 가장 큰 비결이다. 지역의 교회, 성당, 카페, 서점, 행정기관 등이 내 일처럼 참여하고 있고, 포스터와 펼침막은 청소년들이 담당하고 있다.

7일 야외상영에 앞서 집행위원들을 대표해 관객에게 인사한 수지꿈학교 연대일꾼인 류웅선 집행위원은 "마을 주민들과 이런 영화제를 함께 만들고 준비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이선경 공동집행위원장은 "머내마을영화제가 외부로 알려지면서 인근 대기업 상영관에서 영화제 공간으로 활용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라고 귀띔했다.

머내마을영화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이안 영화평론가는 "수년 전부터 찐으로 응원하는 마을 공동체 영화제"라며 "영화계 누구누구보다 집행위원들이 대들보이자 일꾼들이다"라고 치켜세웠다.

최근 들어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마을영화제는 국내 영화제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지역에 바탕을 둔 주민들이 준비한 자발적 축제로 2~3일 정도의 짧은 행사 기간이지만 독립예술영화에 집중하고 지역 내 영상문화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억의 예산을 들여 일회성 이벤트 행사로 치러지는 영화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영상 활동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머내마을영화제에 지역 주민들의 영화가 나오는 것도 지역에 거주하는 감독이 영상제작 교육을 돕는 덕분이라고 한다. 지난 8월 열린 전북 장수의 섶발골산골마을영화제도 지역 주민들의 영상 교육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규모는 작지만 내실있게 만드는 영화제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머내마을영화제가 이를 선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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