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의 기적... 뒤늦게 터진 '빅토리' 인기 요인
[최해린 기자]
▲ 영화 <빅토리> 스틸컷 |
ⓒ 마인드마크 |
'진심 마케팅'이 얼마나 강한지와 상관없이, 한 영화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력한 특장점이 필요하다. <빅토리>의 무엇이 그렇게 특별했기에 관객들을 다시 끌어모아 '역주행'에 성공하기까지 한 것일까? 영화의 내적 요소에서 그 원인을 간단하게 찾아보자.
<빅토리>의 편집 스타일은 간결하고 긴박하다. 사건과 사건 사이에 텀을 별로 주지 않으며, 긴장감이 주어질 때는 그것을 폭발시킬 때까지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대부분 두세 장면 사이에 등장인물들이 갈등의 원인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것을 직시해 곧바로 해결해 버린다. 자칫 영화를 하나의 뮤비(뮤직비디오)처럼 보이게 만들 수도 있는 편집법이 <빅토리>에서 먹힌 이유는 '정면 돌파'라는 네 글자가 본작의 영혼과도 같아서다.
거제상고의 불량아 '추필선(이혜리 분)'과 '장미나(박세완 분)'는 댄스 연습실을 가지겠다는 일념으로 서울에서 온 '김세현(조아람 분)'을 내세워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든다. 처음에는 치어리딩을 대의명분으로만 생각하던 미나와 필선도 점차 치어리딩과 협업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고, 학교 축구를 응원하기 전 무대 경험을 쌓기 위해 거제의 방방곡곡으로 향하며 응원을 시작한다.
▲ 영화 <빅토리> 스틸컷 |
ⓒ 마인드마크 |
물론 <빅토리>가 갈등 없이 무작정 행복하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 주인공 필선은 싸움에 휘말려 학교를 박차고 나간 뒤 서울로 향하고, 필선의 아버지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윗선의 압력 사이에서 갈등하는 관리자로서 한계에 부닥치는 데다, 필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남학우들의 '로맨스 경쟁'도 갈등이라면 갈등이다.
▲ 영화 <빅토리> 스틸컷 |
ⓒ 마인드마크 |
이것은 <빅토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개인에 대한 응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필선은 친구들을 돕고, 아버지를 돕고,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들과도 직면한다. 하지만 그 무엇도 추필선 본인의 이야기를 장악할 만큼 중요하지는 않은 것이다. 추필선은 거제상고 학생이기 이전에, 아버지의 딸이기 이전에, 그리고 누군가의 '여자친구'이기 이전에 추필선 본인이고, <빅토리>는 이를 명확히 한다.
작중 인물들도 꾸준히 자기 자신으로서의 지위를 되찾는다. 동생만 여섯이고 집안의 가게 일을 돕는 미나는 '미나반점 딸' 대신 '짱미나'가 되고, 치어리딩을 가르쳐 준 세현은 '축구선수 김동현 동생'이 아닌 '김세현'이 된다. 숱한 조연들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을 이루는 요소에 정복당하는 대신 주체적인 삶의 개척자로서 재탄생한다.
<빅토리>의 정면돌파식 편집은 조금 급하게 느껴질지라도 관객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안 될 거 뭐 있냐고, 우리는 다른 것이기 이전에 우리인데 조금만 더 과감하게 나아가 보면 안 되겠냐고. <빅토리>의 쾌활한 전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응원인 셈이다.
<빅토리>의 손익분기점은 200만 관객 이상. 현재 누적 관객 수는 약 43만 명. 장기 상영을 통한 흥행을 노려본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빅토리>의 메시지는 관객들의 진심을 노리기에 충분하며 그 특유의 밝은 에너지는 새까만 화면 속에서 범죄자를 쫓는 대부분의 '흥행 한국 영화'에 더할나위 없는 개성을 가진다. 근처 남은 상영관을 통한 <빅토리> 관람으로 각자의 삶에 대한 응원을 받아 보는 것은 어떨까.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석열 정부는 왜? 많은 영화인이 가장 궁금해한 것
- 윤석열 정부 시대, 국가가 타락하고 있다
- 법사위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채상병 특검법... 야당 단독 처리
- 트럼프 몰아붙인 해리스 "2차 토론도 하자"
- 삼성전자, 폭염 속 사망 20대 에어컨 설치기사 빈소 찾아 사과
- "이민자가 개를 잡아먹는다" 트럼프 주장은 '거짓'
- 군 복무 서울 청년, 정책 혜택 '3년 더'... 오세훈의 '이대남' 공략?
- [오마이포토2024] 이재명-정청래가 본 기사가 뭐길래
- 고시촌은 옛말, '변화의 바람' 부는 노량진 가보니
- 언론 첫 공개 삼성 피폭 피해자 "화상부상, 질병아냐...공정한 판단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