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킨 "기후변화로 이미 신유목 시대…수권 가치 새롭게 인식해야"

박병희 2024. 9. 1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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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플래닛 아쿠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물 착취·통제하며 구축한 기반 한계 봉착"
"1도 상승시 실향민 10만명…신유목 시대"
"군대 역할 변화하고 동양이 미래 이끌 것"

"신유목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인류가 어디서 살 수 있을지, 어디서 번성할 수 있을지를 물이 결정할 것이다. 지구를 '플래닛 아쿠아(물의 행성)'로 새롭게 이름 짓고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세계적인 석학 제러미 리프킨은 9일 새 책 '플래닛 아쿠아(민음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간담회는 줌을 통해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리프킨은 책에서 인류가 지난 6000년 동안 대지를 중심으로 생각하며 구축한 삶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류는 그동안 물이 아닌 대지를 중심으로 생각했고 이에 따라 물을 통제하고 착취하는 방식으로 발전을 이뤄왔는데 이제는 그러한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한다. 궁극적으로 리프킨은 수권의 가치를 새롭게 재인식하는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제러미 리프킨 [사진 제공= 민음사]

그는 오랜 시간 축적된 삶의 기반이 무너지게 된 근본 원인은 인간이 오만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류의 오만함을 말하고 싶다. 인류는 인간이라는 단 하나의 종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물을 격리하고 저장하고 사유화, 상품화했다. 인류는 지난 6000년 동안 물을 길들일 수 있다고 믿었다."

리프킨은 댐과 인공저수지를 건설하고, 제방과 둑을 쌓는 방식으로 물을 착취했고 이를 기반으로 인류는 스스로 진보라고 일컫는 것들을 달성해왔다고 설명했다. 물이 아닌 대지를 중심에 둔 사고는 산업화를 이끌고 수렵 도시 문명을 이룩했지만 이 과정에서 화석연료가 사용됐고 인류가 결국 오늘날 기후위기라는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리프킨은 지구에는 수권, 암석권, 대기권, 생물권의 네 가지 권역이 있다며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수권이라고 강조했다. "수권이 생명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수권이 없으면 암석권, 대기권, 생물권도 없다. 우리는 물의 행성에 살고 있다." 리프킨은 여전히 대지 중심의 사고를 통해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는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접근 방식,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 우리가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또 우리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이루고 있는 체계와 아이들의 교육 방식까지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 물 없이는 생명도 없다. 결과적으로 우리에게는 새로운 서사가 필요하다."

리프킨은 기후변화로 인해 불가피하게 신유목 시대가 도래했다고 지적했다. "지구의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실향민이 10억명 발생한다. 신유목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삶의 방식도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

그는 삶의 방식이 바뀌는 일례로 미국에서 재택 근무가 도입되면서 젊은이들이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떠나는 현상을 꼽았다. "삶의 질이 더 낫기 때문이다. 앞으로 생태 문제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리프킨은 기후변화 대응책의 일환으로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2019년부터 태양광과 풍력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했다. 태양광과 풍력의 고정 비정이 줄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자 이제는 좌초자산이 되고 원자력 발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득을 낼 수 있다." 좌초자산이란 기후변화 등 환경의 변화로 자산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뜻한다.

리프킨은 "한국에서 최근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느려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리프킨은 동양이 미래를 이끌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동양 사상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슬람교나 기독교, 유대교에서는 자연을 자원으로 여긴다. 또 하느님이 아담에게 자연을 지배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불교나 도교 등 동양 철학에서는 인간을 자연과 분리시키지 않는다. 이러한 개념은 동양 국가들의 문화적 DNA에 포함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이 앞으로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프킨은 군대의 역할도 앞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은 군사 강국들이 화석연료를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군대의 역할은 자원 확보에서 생태 지역의 구호와 복구로 전환될 것이다. 기상이변이 일어나면 군대가 투입돼 복원, 재건축 활동 등을 할 것이다. 앞으로 군대는 생태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수십만 명의 군인들이 지역 생태 복원 활동에 투입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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