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추태 오죽했으면 "2년간 금지"…발리에서 생긴 일

발리를 찾은 한 관광객이 상의를 탈의한 채 헬멧도 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EPA=연합뉴스

세계적인 휴양지 인도네시아 발리가 당분간 신규 호텔과 나이트클럽 등을 짓지 않기로 했다.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현지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다.

1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발리 지방 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2년 동안 창구와 스미냑, 울루와투, 우붓 등 유명 발리 관광지를 중심으로 신규 호텔과 리조트, 나이트클럽, 비치 클럽 등의 건설 허가 중단을 제안했다.

이에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부도 동의했다며 시행 시작 시기 등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루훗 판자이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은 지난 8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발리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20만명이나 되며 이들이 각종 범죄와 난개발, 일자리 부족 등 문제를 야기한다며 유예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리 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290만명으로 인도네시아 전체 외국인 입국자 중 65%를 차지했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은 발리에서 헬멧을 쓰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거나, 길거리에서는 물론 쇼핑몰이나 공공기관에도 옷을 제대로 입지 않고 돌아다니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관광객이 있다는 분석이다.

인플루언서들이 발리에 있는 주요 성지에서 나체로 사진을 찍다가 추방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클럽 등에서 각종 불법 약물을 거래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발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15만루피아(약 1만3000원)의 관광세를 걷기 시작했으며 이를 지금의 5배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문제가 있는 관광객에 대해서는 입국을 거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산디아가 우노 인도네시아 관광창의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초 외국 관광객이 너무 많아 현지인에게 ‘공공의 적’이 된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같은 상황을 맞고 싶지 않다며 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