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무기 수 기하급수적 늘릴 것…임의 시각 옳게 쓸 태세 완비"

이유정, 정영교 2024. 9. 1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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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권수립기념일(9월 9일) 76주년을 맞은 9일 ″금후 국가사업 방향과 관련한 중요 연설을 했다″라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강력한 힘이 진정한 평화″라며 ″핵역량을 부단히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노동신문=뉴스1

지난 8일 열린 북한 정권수립기념일(9·9절) 76주년 기념 행사에 불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루 뒤인 9일 당 간부 연설을 통해 “공화국은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여가고 있으며 핵 역량을 부단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체제 기념일인 9·9절에 김정은이 국정 상황에 대한 평가와 방향을 연설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를 두고 최근 발생한 수해로 인한 민심 이반을 수습하고, 자신이 공언한 지방 발전 사업의 연내 달성을 독려하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핵 역량”을 앞세운 국방력을 강조, 체제 결속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국경일에 뜬금 없는 “핵역량 부단히 강화”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이 전날(9일) “9월 9일 국경절에 즈음해 당과 정부 지도 간부들을 만나 축하하시고 금후(향후) 국가 사업 방향과 관련한 중요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위대한 우리 국가의 융성 번영을 위해 더욱 분투하자’는 제하의 연설에서 김정은은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투쟁 목표 점령의 승산을 확정지어야 할 올해 국가 사업 전반의 현황을 분석 평가하고 국가 사업에서 견지해야 할 투쟁 방향과 지침들”을 열거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우리 군대의 전쟁 수행 능력을 부단히 강화 발전시키는 것은 혁명의 제1대 과업”이라며 “핵 역량을 부단히 강화해 나가면서 핵무력을 포함한 국가 전체 무장력이 완전한 전투 준비 태세에 있도록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가는 책임있는 핵보유국”이라며 “우리는 지금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데 대한 핵무력건설정책을 관철해 나가고 있으며 공화국의 핵전투 무력은 철통 같은 지휘 통제 체계 안에서 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명백한 결론은 공화국의 핵 역량과 국가 안전권을 보장하는 데 임의의 시각에 옳게 사용할 수 있는 태세가 더 철저하게 완비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김정은이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의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기존의 계획을 재확인하고, 외부의 공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핵 지휘 통제 체제’를 갖췄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려면 엄청난 비용과 고급 인력이 국방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연설문을 통해 국방력 강화를 통한 체제 유지와 주민 생활 향상을 통한 민심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리 핵, 위협 안돼” 궤변도


김정은은 “우리가 자기를 지키기 위해 가진 핵무기는 그 누구에게도 위협이 안 된다”며 “강력한 군사력 보유는 생존 권리”라고도 주장했다. 이는 핵·미사일 고도화는 자위적 수단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연설에선 대외 정책과 관련한 메시지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라는 언급이 있을 뿐 남측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는 점에서 대미·대남 비난 수위도 낮은 편이었다. 이는 핵 능력 강화를 통한 ‘몸값 높이기 전략’을 유지하면서 11월 미 대선도 염두에 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올해 남은 110여일 간 중대 무기 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군사정찰위성이나 고체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수중무기 등의 발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해·지방정책 회의론 의식


연설에는 김정은이 수해 속 무리한 지방 발전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민심 악화를 의식하는 듯한 대목도 포함됐다. 김정은이 “지난 7월 말 압록강 하류의 평북도 지역과 자강도, 양강도의 일부 지역에서 혹심한 큰물(홍수) 피해가 발생해 국가적인 사업에 지장도 받고 방대한 역량이 투하되지 않으면 안됐다”고 시인한 것이나 “지방발전 구상(지방 발전 20X10 정책)에 대한 회의적 태도와 입장 갖는 사람들 분명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9·9절은 통상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체제를 선전하는 기념일이다. 이런 날 김정은이 주요 국방·경제 현안에 대한 자체 평가와 과제를 제시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게 통일부의 평가다. 이 때문에 최고인민회의가 헌법 개정 문제 등으로 미뤄지면서 김정은이 이를 9·9절 연설로 이를 대체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9·9절은 김정은이 연설을 해오던 날이 아니다”라면서 “수해 등으로 내부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강령적 연설’ 발표로 민심 수습과 함께 각종 사업에서 연말 성과 달성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홍 선임연구위원도 “연설문에는 전반적으로 올해 사업 성과에 대한 김정은의 조바심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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