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제안 거절, 전공의 비판…尹재신임 업은 '전사' 한덕수
“그 순한 한덕수 총리가…”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던진 말이다. 박 의원은 “요즘 대통령이 싸우라고 하니까 (총리가) 국회의원 질문에 반항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의원님, 저 안 변했다”고 맞받았다.
올해로 75세를 맞은 한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과 거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평소 직원들에게 소리 한번 치지 않는 한 총리이기에 총리실에선 “국회 본회의장에만 서면 전사(戰士)가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전날 한 총리와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두고 논박을 벌일 때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렇게 되면 대정부질의가 안된다”고 중재할 정도였다. 서 의원이 “온 세계 경제가 좋아졌는데 대한민국만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하자, 한 총리는 “어떤 통계가,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엉터리라고 하나. 완전히 오도된 통계”라고 응수했다.
대정부질문과 별도로 한 총리는 의대 정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과 관련해선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정부 내에서 가장 강경한 발언을 내놓는 중이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앞두고 여당에선 친한계를 중심으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제안 등 의료계 달래기에 나섰지만, 한 총리는 ‘의사 블랙리스트’ 작성·유포 혐의자에 대해 “사법 당국이 30명 정도를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사를 받는 의료계 인사들의 구체적 수치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말하자면 괴롭히고 모욕을 주는 것으로 우리 사법 당국이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3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도 의료 공백과 관련한 질문에 “중증 환자와 난치병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가장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의료계 반발을 샀다. 친한계 핵심 인사인 국민의힘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이 “사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하지만 총리실 관계자는 “한 총리는 의료계를 만나 겪고 느낀 답답함의 10분의 1도 말하지 않은 것”이라며 “당장 올해 의대 증원부터 전면 백지화하자는 의료계의 주장에 어떤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 총리는 지난달 고위 당정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방안도 단칼에 거절했다.
여권 내에선 한 총리의 이런 행보의 배경으로 지난달 윤 대통령의 공개 재신임을 거론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임 총리 임명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데다, 많은 국정 현안과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며 “그동안 잘 해오셨기 때문에 당분간은 한 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의 신뢰 관계는 이미 알려졌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공개적으로 다시 밝힌 뒤 힘이 더 실렸다는 평가다. 여권 관계자는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속 시원히 해주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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