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불법행위의 종합물 [김용균재단이 바라본 세상]
[문은영]
▲ 아리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 촉구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주최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 노동부 일방행정 중단, 피해자 권리보장 요구 아리셀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
ⓒ 이정민 |
너무도 안타깝고 기가 막힌 건, 이러한 재해가 발생한 경위다. 현재까지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회사가 지연된 납품 일정으로 발생한 지체상금을 줄이려고 리튬배터리 제조라는 위험한 작업에 비숙련공 이주노동자들을 다수 불법파견을 받고, 갑자기 투입된 이주노동자들에게 안전교육은커녕 제대로 된 대피로 안내 등의 기본적인 교육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화재폭발이 발생하여 제때 대피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사망한 사고라는 것이다.
위험물을 관리하는 사업장에는 불법파견을 할 생각조차 못하게 행정당국의 엄격한 관리감독이 있었더라면, 리튬배터리가 갖는 제품 특성을 고려하여 위험관리가 제대로 되었다면, 이러한 위험한 물질을 취급하는 노동자들이 일하던 작업장에 화재 대피로가 미리 개선이 되었더라면, 이주노동자들에게 업무의 위험성과 함께 안전한 대피로에 대한 사전 교육이 단 10분만이라도 있었더라면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고발생 연결고리의 어느 한 고리만이라도 끊어졌더라면 23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리셀은 여러 불법행위를 하였으나 사건 후 현재까지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가 없다.
하루 70여 만 원의 지체상금은 아까워 하면서... 생명과 안전은?
아리셀 참사에서 사측이 무리한 생산일정을 단행한 동기는 하루 70여 만 원의 지체상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24년 8월 23일 경기남부경찰청이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수사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아리셀은 군납 과정에서 지연된 납품일정으로 하루 70여 만 원의 지체상금이 발생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무리한 일정으로 제조공정 가동을 결정하고,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하여 5월 이후 메이셀로부터 근로자 60여명을 불법적으로 공급받아 충분한 교육 없이 주요 제조공정에 투입하였다.
수사과정에서 아리셀은 문제는 명확히 확인됐다. 아리셀은 시료 바꿔치기를 통해 품질을 속이고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 47억 상당의 전지를 군에 납품한 것이다.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스코넥도 자회사 아리셀을 만들기 전인 2017~2018년 국방부에 전지를 납품할 당시에도 시험데이터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군의 품질검사를 통과하여 납품권한을 따낸 혐의가 있어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
아리셀은 위험물을 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사고발생시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 위치도 알려주지 않고 일을 시켰다는 게 노동자들의 증언이다. 화재를 대비한 비상구도 규정을 위반하여 설치하였고 보안장치를 설치하고 대피로에는 전지트레이 등이 적치되어 있었다.
이처럼 위험물 관리가 되지 않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과 안전교육 미비 등의 각종 위법행위가 계속되는 와중에 행정 당국의 근로감독을 통한 제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근로감독을 하지 않는 정부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 통한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 필요
불법행위로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고 노동자 안전에 무책임한 기업이 더 이상 기업활동을 할 수 없도록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 내 진상규명 재발방지팀이 지난 9월 5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1차 보고서'에서 밝힌 진상규명의 과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리튬배터리와 같이 위험물질이 다루어지는 사업장에 제대로 된 위험물 관리 및 규제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둘째, 아리셀과 같은 중소기업에 사업장의 안전보관리체계가 부재하고 작동하지 않는 원인과 이유를 밝혀야 한다. 형식적인 위험성평가 위주로 유해, 위험관리를 사업장 자율로 맡겨두는 것이 타당한지 밝혀야 한다. 셋째, 위험의 외주화-이주화로 불리는 불법파견 고용구조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안전관리의 문제점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대책위는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는 바, 지금이라도 정부는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여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조사위원회를 조직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문은영씨는 변호사(법률사무소 은율)이자, 김용균재단 감사, 민변 노동위 노동자건강권팀 팀장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