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늘봄학교' 협력한다던 여가부, 청소년 방과후 예산 11억 삭감
2년 연속 청소년 활동 관련 예산 감축
여가부 "긴축 재정 위해 구조조정"
청소년 단체 "청소년 사업 위축 우려"
여성가족부가 긴축 재정을 이유로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운영 예산을 11억원 규모 삭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청소년 수련시설 운영 지원 예산도 25억원가량 줄이는 등 지난해에 이어 청소년 활동 관련 예산을 대폭 줄였다. 올해부터 전국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고학년과 취약계층 청소년에 대한 활동 지원이 위축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협력하겠다더니 '예산 감축'
10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여가부로부터 받은 '여가부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청소년방과후 활동 지원 예산은 올해 314억8500만원에서 내년 303억8700만원으로 10억9800만원(3.5%) 감액됐다. 세부 내역을 보면 급식비, 프로그램비 지원 금액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여가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저소득·조손·한부모·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 청소년과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체험활동, 보충학습, 급식 등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청소년이며 방과후부터 오후 9시까지 일일 4시간 이상 운영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총 350개소의 공공 청소년 시설에서 방과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를 시행하기 위해 범부처 협력을 추진한 가운데 앞서 여가부는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와 청소년 수련시설 교육을 연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28일 관계 부처가 참여한 '제4차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 회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여가부는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연계'와 '청소년수련시설 연계교육'을 늘봄학교 연계 가능 과제로 선정하고 4월 중 즉시 추진·확대하겠다고 했다. 또 여가부는 4월 올해 말까지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를 355개소로 확대하고 늘봄학교와의 연계·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에서 청소년 수련시설 운영지원 예산은 67억3800만원에서 41억8900만원으로 25억4900만원가량(37.8%) 삭감됐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청소년지도사 배치지원 예산이 57억1700만원에서 35억3300만원으로 21억8400만원(38.2%) 줄었다.
청소년지도사는 공공 청소년 수련시설에서 청소년 수련활동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청소년을 지도하는 전문 인력이다. 2003년부터 정부의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지도사들이 배치, 운영돼 왔다. 이와 함께 청소년수련시설 협력 강화, 발전 지원을 위한 민간위탁사업비도 7900만원에서 7100만원으로 800만원가량(10.1%) 삭감됐다.
2년 연속 삭감된 청소년 활동 예산
여가부가 청소년 활동 예산을 감액한 것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 긴축 재정 기조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방과후 아카데미(급식비·프로그램비)의 경우 부득이하게 주요 사업에 재투자하기 위해 예산을 절감한 부분이 있다"며 청소년 수련 시설 예산에 대해서도 "긴축 재정 기조하에서 구조조정을 해야 해서 국비 보조율을 50%에서 30%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도 여가부는 2024년 예산안에서 주요 청소년 참여·지원 예산을 감액한 바 있다. 당시 여가부가 삭감한 예산항목은 청소년 활동 예산 38억2000만원, 학폭 예방 프로그램 예산 34억원, 청소년 정책참여 지원 예산 26억3000만원, 청소년 근로권익보호 예산 12억7000만원, 성인권교육 예산 5억6000만원 등이었다.
이에 대해 여가부 측은 지난달 예산안 설명 브리핑에서 "(지난해 삭감된 청소년 관련 예산에서) 특별히 원상 복귀된 예산은 없다"며 "신규로 인구 감소지역 청소년 특화 사업 등을 개발해 반영했고 주로 취약계층 청소년들을 위한 사업을 중점 반영했다"고 답한 바 있다. 여가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신규로 예산을 편성한 사업은 ▲양육비이행지원금(162억원) ▲인구감소지역 청소년 성장지원(5억5000만원) 등이다.
현장선 "취약계층 청소년 활동 위축 우려"
현장에선 연이은 예산 삭감으로 청소년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국청소년지도사협의회 측은 방과후 아카데미 운영 예산에 대해서 "방과후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축소되거나 폐지되면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잃고, 지원이 더 필요한 취약계층 청소년의 전인적 성장과 교육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청소년 수련시설 운영 예산에 대해서도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국비 지원이 줄어들면 지자체에서도 예산 편성 의무가 없기 때문에 많은 청소년 사업들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수 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가 전국 청소년계 현장의 의견수렴 없이 탁상공론으로 예산 삭감을 추진하면서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의 활동이 위축될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미애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초등학교 1학년 돌봄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취약계층 청소년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언행불일치를 보이고 있다"며 "부자 감세, 대기업 감세를 한다고 청소년 예산을 깎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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