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배터리, 캐즘 틈타 빠르게 잠식…"가성비·차별화 대책 필요"
중국서 생산한 전기차, 국내 비중 33.1%
보조금만으론 어려워…기업, 가격인하 노력해야
최근 전기차의 판매 증가세가 둔화하는 캐즘(Chasm·일시적 성장 정체) 흐름 속에서도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가 빠른 속도로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뿐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도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의 공세가 거세다. 한국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연구원(KIET) 조철 선임연구원은 10일 공개한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 자동차·배터리 산업이 판매 증가세 위축과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에 대한 대응 지속, 가성비 경쟁력 향상 및 차별화 추진, 낙관적 전망에 따른 배터리 투자 및 계획의 속도 조절이나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세계 전기차 판매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지난해 성장세가 다소 위축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주요국의 배터리 전기차 판매량은 10.6% 성장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배터리 전기차 판매가 거의 늘지 않았고 올해 상반기는 15.3% 감소했다.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나 하이브리드차는 작년에 각각 51%, 33.3%나 늘었고, 올해 상반기도 58.7%, 17.1%가 증가했다. 배터리 수요는 지난해 38.6%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22.3% 증가해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터리 전기차(BEV) 판매는 그동안 낙관적 전망이 우세했으나 최근 각국이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화재 등 안전 문제가 비용으로 작용하면서 기존 전망보다 판매량이 적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국산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의 생산 비중이 68%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비중은 2022년 16.4%에서 2023년 21.5%. 2024년 상반기 21.3% 등 증가세를 보였다.
이미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비중은 적지만, 유럽 시장은 중국산 비중(BEV 기준)이 올 상반기 18% 상회하며 빠르게 늘고 있다. 태국의 경우 작년 전체 전기차 판매의 84.2%가 중국 브랜드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중국 브랜드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 테슬라가 본격 판매되면서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의 비중이 작년 14%에서 올해 33.1%로 크게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시장에서는 다수의 중국 브랜드들이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 상위에 포진해있고, 중국 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절대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 및 중국 브랜드 전기차가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는 데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의 산업분석기관인 자토(JATO)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국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평균 가격은 다른 브랜드의 2분의 1에 불과했다. 중국산 및 중국 브랜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은 중국 내 잘 발달한 부품 공급망에서 기인한다. 대표적인 것이 배터리 및 관련 소재다. 세계 배터리 생산 능력의 70%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인산철 양극재(LFP) 배터리는 중국 기업들이 절대적인 우세를 보인다.
반면 한국의 배터리 전기차 시장은 세계 시장보다 더 큰 폭으로 위축되고 있다. 이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세계 자동차산업 흐름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전기차 판매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높은 전기차 가격은 보조금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기업의 가격 인하 노력과 함께 규제 등을 통해 판매 확대 독려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미국 및 유럽 시장이 관세 장벽 등을 통해 중국 전기차의 침투를 방어해 주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및 후발국 시장 등에서는 국내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밀리는 실정이다. 보고서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생산방식의 혁신 및 공급망 효율화 등이 필요하고 중국의 가격 경쟁력 원천 파악을 위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자율주행, 스마트화, 디자인 등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만의 차별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보고서는 "배터리 업계도 중국 가격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LFP에 대한 대응이 당면 과제"라며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자 하는 세계적 흐름에서 우리 기업 주도의 새로운 공급망 형성도 구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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