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지연된 이호철문학관 건립, 전문성 부족과 예산 낭비 논란

은평시민신문 정민구 2024. 9. 1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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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술 의원, 지적... 표문송 관장 "전문성 없는 추진위원회,사업 파행의 원인"

[은평시민신문 정민구]

 309회 임시회에서 발언중인 은평구청 한상호 교육문화국장과 표문송 은평한옥역사박물관장.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기사 보강: 13일 오후 2시 21분]

2016년부터 은평구가 추진하고 있는 이호철문학관 건립 과정에서 예산이 낭비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평구청 문화관광과는 이 사업을 통해 은평구의 문학적 유산을 기리고 지역 주민들에게 문학과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건립 초기부터 방향성 설정에서 난항을 겪었다. 급기야 지난해는 이호철라키비움 추진위원 3인이 은평구청의 비문화적 행태를 개탄하며 추진위에서 사퇴하는 등 파행을 겪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9월 9일 은평구의회 임시회 행정복지위원회에 출석한 표문송 은평한옥역사박물관장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운영위원들 중엔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고 방향성에 문제가 있었으며, 이로 인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던 것"이라고 평가하며 현재는 이전 계획들을 모두 백지화하여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9년간 지연돼 온 이호철문학관 추진
 9년 넘게 추진해오다 올해 12월에 개관 예정인 이호철문학관.
ⓒ 은평시민신문
이호철문학관 설립 추진은 2016년도부터 시작되었다. 당초엔 북한산 도시자연 생태공원 내(불광동 산 42-5)에 토지면적은 330㎡, 2층 규모로 건립할 계획이었다. 2017년엔 서울시 특별교부금 19억 원을 교부받았지만 해당 부지가 개발제한구역 관리 계획 수립 불가에 따라 추진이 어렵게 되었다.

당시에 은평구의회에선 이호철문학관을 국립한국문학관 내에 설치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고, 통일부가 추진하는 통일박물관과 같은 부지에 추진하자는 구청의 새로운 계획 등과 맞물렸는데 결국 통일박물관이 건립이 무산되면서 이호철문학관 건립도 흐지부지되었다.

2020년 12월엔 대조동 청년주택 기부채납 시설을 활용하여 문학관 조성을 해보자는 검토가 이루어졌고 최종으로 이호철문학관의 장소가 확정됐다. 22년 4월부턴 이호철문학관 추진위원회 구성 및 운영을 하면서 2023년부터 문학관 설립 추진을 본격으로 시작했다. 구청은 기존의 문학관 형태와는 다른 복합문화공간인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의 문학관과는 다르게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을 결합한 '라키비움(Laarchiveum)'형태로 새로운 문학관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은평구청은 이호철문학관을 라키비움으로 추진하여 이호철문학 및 분단통일문학 연구의 허브, 문학으로 특화된 다목적 문화예술공간,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 지역 문화관광자원의거점으로 공간을 건립하고자 했다.

하지만 2023년 12월 8일 이호철라키비움 추진위원이었던 송일호, 권웅규, 오묘초 위원이 '은평구청의 반민주적, 비문화적 행태를 개탄하면 추진위원회에서 일괄 사퇴한다'는 성명서를 남기며 추진위를 사퇴했다. 사퇴 요지는 구청이 추진위를 요식 행위로 치부하는 것에 대한 것 때문이었다. 당시 이호철라키비움 총괄기획자를 맡은 홍경한씨는 "처음부터 문학관으로 조성하지 왜 전문가를 끌어들여 라키비움을 만들겠다고 해놓고 기껏 기본구상 안을 만들어 놓으니 다시 엎어버리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표문송 관장 "전문성이 결여된 점이 가장 큰 문제점"
 지난 2023년 12월 이호철라키비움 추진위원 3인 사퇴 성명서 중 일부
ⓒ 은평시민신문
올해 말에 이호철문학관 조성이 완료되면 이호철북콘서트홀로 이름을 붙여 개관할 예정이다. 문학관에 대한 운영은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운영을 맡을 예정인데 이와 관련지어 9월 9일에 열린 임시회 행정복지위원회에서 이경술 의원은 "2017년부터 구청이 이호철문학관을 추진해왔는데 약 3억6천만 원의 예산을 써왔지만 계속 방향성이 바뀌어왔고 결과물도 내지 못했다. 구청은 예산을 낭비해온 것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의를 했다.

이와 같은 질의에 대해 표문송 관장은 안타까움을 표하며 "2017년부터 이호철문학관 사업에 투입된 추진위원들 중에 문학관 설립과 관련된 전문가는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표 관장은 "추진위원회 방향성에 문제가 있었으며, 이로 인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라며 "추진위원이라는 사람이 라키비움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을 해서 행정을 '기만'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표 관장은 "라키비움은 아카이브와 라이브러리와 뮤지엄이 결합이 된 굉장히 고도의 문헌정보학과 관련된 사항이기에 문학관이나 박물관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추진위원회가 4억 원 상당의 미술품을 대량 구매한 것과 관련하여 표문송 관장은 "문학관 사업과 무관한 결정이었으며 지금은 이 모든 것을 백지화하여 북콘서트홀을 조성 중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상호 교육문화국장은 "지금은 콘텐츠 확정이 되었고, 12월에 최대한 빨리 개관하여 안정적으로 운영할 계획에 있다"고 설명했다.

의회 발언과 관련하여 표문송 관장은 의회 발언 당시, 문학관 건립의 주무부서가 아닌 박물관 관장으로서 사견임을 전제로 의견을 개진한 것임을 밝혔다. 표 관장은 "몇 차례에 걸친 부지선정으로 건립이 지연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미술관 형태로 변형된 추진의원회의 추천안이 당초 건립취지와 달라 계획안의 방향성 수정이 불가피했고, 특히 추진위원회가 공공건축, 미술 콜렉터, 미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었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박물관과 문학관 분야의 전문가가 위원회 구성에서 빠진 부분에 대한 점을 강조해서 말한 것"이라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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