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오지 주민 건강 위협하는 ‘식품사막’

2024. 9. 1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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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구입 어려운 ‘식품사막’ 전북 농촌지역 전국서 가장 심각
갈수록 ‘행정 오지’로 변하는 농촌, 주민복지 대책 마련 시급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고향 소식을 전하는  TV프로에 농어촌 지역에 생필품을 나르는 ‘배달맨’이 등장했다. 이른바 ‘팔도 배달맨’, 오지 마을 어르신들의 주문을 받아 생필품을 구입해 집에까지 날라주는 일을 한다. 요즘 택배가 잘 발달돼 인터넷으로 상품을 주문하거나 전화 한 통화로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는 시대에 참으로 보기 드문 장면이다. 

때맞춰 전북연구원에서 의미 있는 ‘이슈브리핑’을 내놨다. 전북 농촌지역의 '식품사막화' 현상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북연구원이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를 분석한 결과 전북 행정리 5245곳 중 4386곳(83.6%)이 식료품을 살 수 있는 마을 점포가 없다고 밝혔다. 17개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전북에 이어 전남(83.3%), 세종(81.6%), 경북(78.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식품사막(食品沙漠, Food Desert)’은 1990년대 초반 스코틀랜드 서부에서 도입된 용어로, 사막에서 물을 찾기 어렵듯 주민들이 식료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지역을 ‘식품사막’으로 정의하고 있다. 

미국 농림부(USDA)는 ‘식품사막’을 ‘거주지 기준 1마일(농촌지역은 10마일) 반경에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없는 곳으로, 일본은 ‘거주지 500m 내에 식료품점이 없는 노인 등 ‘장보기 약자’로 정의하고 있다. ‘식품사막’은 ‘신선식품 공급 시스템의 붕괴’와 ‘사회적 약자의 집중’이란 두 요소가 결합된 사회문제라는 것이다. 

전북 지역별로는 정읍시(93.3%), 진안군(89.8%), 남원시(87.8%), 장수군(87.4%) 등의 순으로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마을 비율이 높았고, 거주지에서 식료품 소매점까지 무려 1시간 이상 걸리는 마을은 군산시가 6곳, 완주군이 1곳 등 총 7곳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현상은 농촌 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현상, 고령화에 핵가족화로 인한 사회적 네트워크의 약화, 열악한 대중교통, 대형 유통업체 부재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전북연구원은 분석했다.

‘식품사막화’는 단순히 식료품 구매의 불편함을 넘어 지역주민들의 영양불균형으로 이어져 건강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신선한 식품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농촌 주민들이 면역력 저하로 만성질환에 노출될 위험도 높다. 농촌 주민들은 도시민에 비해 채소류의 섭취량은 상대적으로 많으나, 과일류, 육류, 우유류 등의 섭취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에서도 ‘식품사막'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여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북연구원은 소개한다. 캐나다는 고립된 북부지역 주민들이 신선하고 건강한 식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1990년부터 Northern Food Basket(NFB)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미국은 지역민과 지역 생산자를 지원하기 위해 제품의 집하, 유통, 마케팅 등을 관리하는 Food Hub 조직을 만들어 취약계층의 건강한 식품 접근성 개선과 지역사회 건강 개선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Outback Stores라는 비영리 조직을 설립해 외딴섬과 원주민 공동체에게 신선한 식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국내에선 전남 영광군 묘량면 지역주민 370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동락점빵’을 2006년 설립해 생필품 구매 어려움을 자체 해결하고 있다. 

전북연구원은 전북특별자치도 ‘식품사막 지도’를 제작·관리해 행정리의 식료품 소매점 현황을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협동조합 식료품점 운영을 지원과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식료품 바구니 정책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전북 지역의 농촌 마을은 대부분 자연부락이다. 선조 때부터 살아오며 자연적으로 마을을 형성해 살아온 지역으로 한때는 10여 가구에서 100가구가 넘는 규모의 마을이 형성돼 있었으나 인구감소로 마을에 빈 집들이 늘어나고 현재는 마을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몇 가구에 불과한 오지로 변한 곳이 많다. 

그러나 자연부락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체계적인 마을 지도 등이 있다는 자료는 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몇 가구로 구성돼 있는 오지 마을은 행정력도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지자체들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 농어촌 지역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지만 갈수록 황폐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고령자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차제에 전북특별자치도와 각 지자체들은 ‘식품 사막’ 현황 파악과 대책 마련은 물론 농어촌 지역주민들이 복지와 건강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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