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없는 도시? '준설일변도' 대전 하천정책의 심각한 문제

이경호 2024. 9. 1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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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생명 죽이고, 홍수 예방도 못해... 이중행정 중단하고 시민과 협치해야

[글쓴이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2024년 봄 대전의 3대 하천(갑천, 유등천, 대전천)은 그야말로 공사판이었다. 42억 원을 들여 진행한 대규모 준설을 진행한 것은 거의 20여 년 만이다. 대전시 정보공개자료에 따르면 2000~2010년까지는 기록이 없고 2011~2019년까지 준설을 진행하지 않았다. 20년부터 최근 4년간 크고 작은 준설을 진행했다.
 20여 년간 준설현황
ⓒ 대전시
최근 준설한 규모를 보더라도 올해 압도적인 대규모 준설을 진행했다. 20여 년간 준설을 하지 않은 것은 효과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입증되고, 하천을 치수와 이수 중심에서 환경과 친수 기능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대규모 준설을 지양해 온 탓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하천을 바라보는 가치와 개념이 변하면서 하천정책의 큰 진보가 있었다.
2024년 홍수예방을 위해 진행했다는 대규모 준설은 하천의 생명들을 죽였다. 감돌고기가 살던 자갈돌은 사라졌다. 대전시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감돌고기를 깃대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방류행사까지 진행하면서 종복원을 진행했다. 종 복원을 했던 대전시가 번식지를 대규모 훼손에 나서는 이중행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감돌고기 번식기에 대규모 준설은 결국 생명을 죽이는 일이다.
 감돌고기를 방류하는 모습
ⓒ 이경호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감돌고기
ⓒ 이경호
수달이 밥을 먹고 배설을 했던 바위돌은 깨지고 부서졌고, 대전환경운동연합에서 설치했던 수달 놀이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준설을 진행하는 현장이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라면 최소한 보호조치 계획은 세워야 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도심 최대 수달 서식처를 확인하고 보호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준설이라는 정반대의 답으로 돌아왔다. 광역시 중에 최대 수달 서식처라고 호평이 있었던 서식처는 굴삭기의 삽질에 그대로 사라졌다.
 2023년 대전에서 확인한 수달
ⓒ 이경호
 수달 서식처를 준설하고 있는 모습
ⓒ 이경호
대규모 준설은 모래와 자갈에 서식하는 생명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모래에 번식하는 모래무지와 참종개 등의 물살이는 갈 곳을 잃었다. 특히 재첩, 말조개 등의 저서 생물은 순식간에 집을 빼앗겼다. 대규모 준설로 2024년 봄은 하천의 생명들에게 최악의 번식기였다.
겨울이 되면 준설의 결과는 더 처참하게 나타날 것이다. 겨울이 되면 하천의 하중도를 찾아야 하는 겨울철새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 물새들에게 휴식을 취하고 채식을 취하는 하중도는 겨울철새들에게는 보금자리이다. 멸종위기종 노랑부리저어새와 큰고니가 쉬며 먹이를 찾던 원촌동의 하중도도 대규모 준설로 서식처를 파괴 했다.
 준설한 원촌교 하류에서 월동하던 노랑부리저어새
ⓒ 이경호
생명들을 죽여가며 진행한 대규모 준설은 결국 홍수도 예방하지 못했다. 대규모 준설을 진행한 원촌교는 과거와 다르지 않게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졌다. 심지어 대규모 준설을 진행한 만년교 상류 트리플시티는 일부 물이 넘치는 수해가 발생했다. 준설이 끝난 상황에서 발생한 수해는 준설의 효과가 없음을 역으로 입증하고 있다.
 원촌교 하류를 준설하고 있는 모습
ⓒ 이경호
원촌교를 찾은 백경오 한경국립대 교수는 원촌교에 홍수 위험이 있었는데 왜 하류에 있는 하중도를 준설했는지 이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촌교 상류에 유수 흐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류를 준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각 상류의 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데, 하류에 있는 섬을 준설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원촌교 하부에 설치한 교각보호공(교각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하는 석축의 일종)이 보 역할을 하고 있어서 하류를 준설하는 것이 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교각보호공을 왜 이렇게 넓은 범위로 설치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원촌교에 홍수위험이 있다면 하부에 설치한 교각보호공에 대한 점검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촌교 하부에 설치한 교각보호공이 하천 중간까지 설치되 보 역할을 하고 있다.
ⓒ 이경호
대전천의 갑천에 대규모 준설이 종료된 지금 토사는 다시 쌓였다. 대규모 준설이 있었지만 2024년 여름 강우로 다시 재퇴적이 발생한 것이다. 준설은 효과도 미미하지만 있는 효과 역시 단기적이라는 걸 현장이 반증 해주고 있다. 재퇴적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하천은 퇴적, 운반, 침식을 반복하는 곳으로 평형하상이 유지된다. 평형하상은 지구 유사 이송에 필요한 만큼의 유속이 발생하도록 경사가 자연적으로 조정되어 평형 상태에 도달한 하천바닥을 의미한다. 준설을 하지 않더라도 늘 일정한 하상이 유지된다는 뜻이다. 준설을 주장하는 논리대로라면 수천 년간 토사가 쌓이면서 하천이 메워졌어야 한다. 하지만 수만년간 우리나라 하천은 평형하상을 유지하고 있다.
 준설한 대전천에 다시 쌓인 토사 앞쪽에 토사가 다시 쌓여 있다.
ⓒ 이경호
오히려 이런 자연스러움을 막고 있는 시설들이 문제다. 미봉책수준도 되지 않는 준설을 강행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구조물을 빠르게 철거 해야 한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이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대전 3대 하천에 설치한 횡단구조물(보, 낙차공, 징검다리)은 총 57개다. 준설을 한다고 해도 효과를 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천의 수위를 나추는 준설을 하더라도 보가 수위를 상승시키고 토사를 재퇴적하게 만들면서 준설의 미미한 효과조차 없애 버린다. 수십억 원 혈세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준설비용으로 낭비되는 것이다.
대전시의 이중적인 행정은 하천에 시설물 설치하는 것에는 정반대로 적용된다. 대전시가 유예하기로 한 갑천물놀이장 시설계획을 살펴보면 1cm의 수위 상승만 있다고 계획을 세웠다. 대규모 식재와 시설이 설치되는 데 수위상승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준설과 벌목을 위해 토사와 수목의 수위 상승효과를 과장하여 산정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식재를 하는 물놀이시설계획에도 상승효과가 없는데 저수로 버드나무는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나무를 한쪽에서는 수위상승효과가 없다고 개발을 하면서, 한쪽에서는 수위상승효과가 너무 커서 제거를 해야 한다는 모순적 판단이다.
 물놀이장 조성계획에 포함된 식재계획
ⓒ 대전시
대전시의 가장 심각한 홍수위험 지역은 만년교와 원촌교이다. 단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인 보 철거로 모든 수해를 예방할 수 없다. 앞으로 완벽한 수해예방 정책은 없을지도 모른다. 자연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적응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단기적인 대안이 될 대규모홍수터를 빠른 시일 안에 만들 수 있는 두 지역이 있다. 만년교 상류의 도안갑천 호수공원 부지를 홍수터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미 거의 완공된 호수공원을 홍수터로 만든다면 갑천의 수해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원촌교와 접한 하수종말 처리장이 이전되고 이 부지에 공원을 만들고 평상시에 홍수터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도안호수공원을 홍수터로 활용하는 조치를 빠르게 시행해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하천구역을 확대하고 홍수터를 만드는 정책변화가 현재 하천계획에 적용되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과도 정확하게 일치하는 정책변화를 대전이 선행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은 이런 준설과 하천 정책을 고민하는 자리를 오는 11일 3시에 진행한다. 이 자리에 대전시 하천관계자를 초대했지만 거절했다. 시민들의 의사를 듣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시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대전은 재난의 도시가 될 것이다. 재난 없는 도시의 명성은 이제 끝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시민환경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배제가 아니라 경청해야 한다.
 3대 하천 토론회
ⓒ 하천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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