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 보험료 인상이 큰 쟁점 될 듯"

이영광 2024. 9. 1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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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이영광 기자]

정부가 지난 4일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어 1998년 이후 9%였던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2%로 유지하는 내용의 국민연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 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보험료율은 27년 만에 인상되고, 소득대체율은 처음으로 하향 조정을 멈춘다.

정부안이 발표되자 찬반이 갈렸다. 가장 큰 쟁점은 보험료 인상을 세대별로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이걸 비롯해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한 평가를 해보고자 지난 9일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오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개인별 소득 지위 차이, 사회보험에선 다루기 힘들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 오건호 제공
- 지난 4일 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먼저 총평해 주세요.
"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려면 누구보다도 연금 제도 운용을 책임지는 정부가 자신의 연금 개혁안을 국민에게 제출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지금까지 노무현 정부 이후 어떤 정부도 책임 있는 연금 개혁안을 제시하지 않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자신의 연금 개혁안을 제출한 건 나름 유의미한 것으로 볼 수는 있어요. 그래서 연금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요.

제출한 연금안의 내용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상반된 평가가 가능한데 하나는 보통 모수 개혁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의 조합이죠. 즉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2%로 설정하잖아요. 요 13/42 조합은 현 단계의 여러 상황을 감안랑 때 적절한 제안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 안을 중심으로 여야가 합의를 이루면 좋겠고 그럴 가능성도 높다고 봅니다.

근데 국민연금의 13/42 모델은 일종의 재정 안정화에 가까운 개혁안이거든요. 그러면 또 다른 한편인 보장성 강화를 보면 일부 항목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빈약하다고 볼 수 있어요. 일부 항목이라면, 출산 크레딧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첫째 자녀부터 1년을 부여한다는 거죠. 이는 지금보다 개선이지만, 유럽 나라들이 보통 첫째부터 2년에서 4년을 부여하는 것에 비하면 여전히 빈약해요. 이번에 1년을 부여하지만 국민연금에서 단계적으로 기간을 늘린다는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고요.

그리고 국민연금은 도시 지역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전액 본인이 납부해요. 그래서 보험료 부담이 큰데 보험료 인상하면 부담은 더욱더 커지잖아요. 지금 사업장 가입자들은 절반을 기업이 내주고 농업인도 대략 절반은 정부가 내고 있어요. 도시 지역 가입자들만 전액 본인이 납부하고 있는데 이번에 도시 지역 가입자들도 농업인에 준해서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겠다는 항목이 명확하게 담겨 있었으면 좋았겠다 생각이 들고요.

그다음에 기초연금으로 넘어가면 4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는 했지만, 이 40만 원은 2022년에 대선 때 약속한 금액이거든요. 근데 이번 개혁안에 따르면 2026년에야 40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거예요. 이미 4년이 지나버려서 기초연금의 자연 증가에 따라 2026년에는 대략 36만 원까지 이미 다 도달해 있을 거예요. 그래서 기초연금 40만 원은 지금, 시점에서 제안하기에는 금액이 너무 적죠. 그런 면에서는 기초연금의 보장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 하고요.

마지막으로 퇴직연금인데 퇴직연금은 1년 이상 고용된 사람만 적용되고 있어요. 거꾸로 얘기하면 1년 미만 고용된 노동자들은 퇴직연금에서도 차별 받고 있어서 이번에 퇴직연금에서 1년 미만 고용자들도 의무 적용하겠다는 게 담겨져 있었으면 국민연금의 모수 개혁안도 적절하고 또 전체 연금의 보장성 강화도 적절하게 담겨 있다고 얘기했을 텐데요. 전자는 긍정적인데 후자는 빈약해요."

- 21대 국회 마지막에 야당은 모수개혁 먼저 하고 구조개혁 하자고 했는데 정부 여당이 거부한 거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셨어요?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국민연금 개혁안을 제시했을 때 정부 여당이 구조개혁도 함께해야 한다고 하면서 22대 국회로 넘겼는데 이번에 막상 정부가 제출한 연금 개혁안을 보면 구조개혁의 내용은 아주 작아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할 때 연령대별로 차등 적용하는 게 모수개혁일 수도 있고 구조개혁일 수도 있어요. 자동 조정 장치도 크게 보면 구조개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어려운 노인에게 더 두텁게 주는 기초연금의 급여를 누진 구조로 바꾸는 걸 연금에서는 최저 보장 소득이라고 해요. 기초연금은 누진적 급여 구조를 지닌 최저 보장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담길 걸로 기대했는데 그런 구조 개혁은 빠졌어요. 그게 전체적으로 구조개혁이 약하다고 비판받는 측면이에요."

- 아까 보험 인상률 13%와 소득대체율 42%를 적절한 제안이라고 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13%는 지난 국회 때 여야가 사실상 합의한 수치이기 때문에 그 수치를 그대로 22대 국회에서 의결하면 괜찮을 것 같고요. 논란이 큰 건 소득대체율 42%인데 기존의 민주당 입장에서 44를 주장했기 때문에 부족하다고 얘기할 수 있고 미래 재정 감안하면 소득 대체율은 40%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 입장에서 보면 인상이니까 못마땅할 수 있는데 양자의 입장을 절충한 일종의 타협점이죠.

또 결정적 근거는 우리가 2007년 참여정부 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하시키는 연금 개혁안을 확정해서 60에서 40%로 낮추기로 했고 그 낮아지는 20% 포인트의 소득 대체율을 20년에 걸쳐서 처음에 10%를 낮추고 나머지 10%를 매년 0.5씩 깎아 20년에 걸쳐서 이행하기로 했거든요. 2028년에 40%가 되는데 올해가 42%예요. 만약 여기에서 43이나 44로 올리면 2007년 연금 개혁 통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인하라는 당시에 사회적 역사적 합의가 있었고 그걸 16년 동안 차곡차곡 이행하다가 갑자기 막판에 와서 다시 올려버리면 뒤집는 꼴이 되잖아요. 연금 개혁은 긴 호흡의 사회적 의사결정인데 그 연금 개혁 이행에 있어서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어요. 그래서 올리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또 40까지는 가지 말고 현 단계에서 동결시켜서 42%로 유지하게 하는 건 연금 개혁의 집행 그리고 예측 가능한 집행이라는 측면에서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봐요."

- 보험료 인상률 속도를 세대별 차등 적용하기로 한 건 어떻게 보세요?
"이게 제일 논란이 큰데 저는 차등적으로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건 긍정적이라고 봐요. 왜냐하면 이미 국민연금 안에 보면 중장년들은 기존 가입 기간에 상당한 혜택을 보았고 청년들은 그러하지 못했죠. 보험료는 가입 기간에만 해당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보험료 납부 기간이 짧게 남은 중장년은 13% 보험료를 좀 빠르게 달성하고 청년들은 좀 천천히 달성해서 인상 시기를 차등시키는 방안은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고요. 이걸 세대 간 갈등, 세대 간 갈라치기로 보기보다 국민연금 안에 이미 존재하는 세대 간 형평성, 공정성 문제를 개선하려는 취지가 담긴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전향적으로 수용하기를 바랍니다."

- 그러나 보유 재산이나 소득수준은 개인별로 다르잖아요. 근데 나이로 일괄 적용하는 게 맞을까요?
"개인적으로 소득 수준이 다른 건 기본적인 가정이죠. 예를 들어 차등 보험료율을 하지 않고 똑같이 보험료율을 적용하더라도 연령대별 개인 간 소득이 높은 사람도 있고 낮은 사람도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 문제는 차등 보험료율 적용하든 똑같이 적용하든 이미 존재하는 문제죠, 보통 그거 대응하는 방식은 소득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더 높은 세율의 세금을 부과해서 조세 제도에서 개인별 소득 격차의 문제를 개선하고 흡수하고 있고요. 사회보험료에서는 개인의 소득에 따라 따로 하지 않고 정률의 보험료율을 적용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번에 거는 연령대별로 차등한다는 것이지 개인별로 어떤 차등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질문하신 개인별로 소득 지위가 다르다는 것은 세금 구조에서 해소할 사안이지 사회보험에서는 다루기 힘든 사안이에요."

"의무 가입 연령 5년 상향, 무척 바람직한 방안"

- 정부는 기금 수익률을 1%P 올려서 기금 고갈 시점을 2056년에서 2072년으로 늦추겠다고 했는데.
"정부가 장기 재정 안정 비전을 제출하겠다고 하는데 마침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국민연금 안에 보험료 소득 대체율, 수급 연령 같은 제도 요인을 개혁하는 게 아니고 국민연금 제도 바깥의 금융시장에서 결정되는 기금 수익률 올려서 달성하겠다고 해서 사실 당황스럽고요. 물론 기금 수익을 높이려는 노력은 해야 되겠지만 지금 국민연금 재정 개선위원회에서 장기 기금 수익률로 가정했던 4.5%보다도 매년 1% 포인트씩을 더 올리겠다는 건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다양한데요. 그게 가능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서 설정한 기본 가정이 4.5인데 여기서 초과 수익을 1%포인트까지 설정하는 건 과도하고, 무리라고 봐요. 저는 그런 면에서 기금 수익을 올려서 달성하겠다는 발상이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기금 고갈 문제는 계속 나오잖아요.
"기금 수익도 올리려는 노력은 필요해요. 근데 1% 포인트까지 높이려는 거는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예를 들면 한 0.5%포인트 정도를 높이는 노력은 합리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고요. 그러면 정부가 설정한 1% 포인트보다 작은 수치니까 다른 방안이 보완되어야 되잖아요. 그게 제도적 요인으로는 보험료율이 핵심인데 저는 국민연금은 이번 한 번 개혁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연속 개혁의 길을 밟을 수밖에 없고요. 이번에 13%를 달성하면 또 이후에는 2단계 개혁으로 해서 한 15%까지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상향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요. 또 이후 기대 수명이 자꾸 길어지니까 수급 개시 연령도 2033년에 65세로 예정되어 있는데 그때까지 서둘러서 노동시장 개혁을 같이 동반해서 수급 개시 연령도 65에서 66, 67세까지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향으로 가야겠죠. 이런 식으로 기금 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적절한 기금 수익과 보험료율 그리고 수급 연령조정 이런 것들이 결합된 종합 장기 재정 플랜이 필요합니다."

- 의무 가입 기간을 59세에서 64세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적절할까요? 이건 정년 연장과 연결된 거 같거든요.
"의무 가입 연령이 지금 만 59세인데 만 64세까지 5년 상향시키는 건 무척 바람직한 방안이고요. 이미 이 연령대 분들의 노동시장 고용률이 64%에 달하고 있어요. 일할 수 있는 분들, 의지가 있는 분들은 다 일을 하고 계시고 소득을 얻고 있어요. 물론 일자리가 불안정하긴 하지만 다 소득 활동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에도 의무 가입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고 보험료 부담이 뒤따르긴 하지만 5년간 보험료를 더 내기 때문에 곧 받을 연금액도 더 늘어날 거예요. 그래서 의무 가입 연령 상향은 지금의 고용률을 감안해 봤을 때 무척 필요하고 조속히 이루어져도 될 수 있는 일이라고 보고요.

사실 지금 정년 연장을 했을 때 여기에 해당되는 노동자들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또 누구보다도 노동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전체 노인들의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취지에서 본다면 주변부 노동시장에 있는 분들의 노후 소득 보장을 더욱더 주목할 필요가 있고 그런 면에서 정년 연장도 필요하겠지만 그것의 효과가 협소하기 때문에 정년 연장을 넘어서서 비록 정년은 끝나지만 그 사업체에서 반드시 재고용하게 하는 계속 고용제도라든지 또 많은 고용 노동자가 노동권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잖아요. 이분들의 노동권을 보장해 주고 또 사회보장권도 보장해 주는 전반적으로 고령 노동시장의 안정화 이런 게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다가서야 전체 고령 노동자들의 노후 소득 보장 해법이 나오지, 정년 연장으로 접근하면 아주 노동시장 중심부 일부 고령자에게만 혜택이 대상이 집중되기 때문에 의무 가입 연령 상향 논의를 정년 연장하고 등치시키는 건 적절치는 않아요."

- 그러나 고용 재연장으로 가도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니 그것도 문제 같거든요.
"당연히 고령자들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전체 노동시장에서 이분들이 일정 몫을 차지하게 되니까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는데 청년들이 주로 진출하는 일자리와 고령자들이 진출하는 일자리들은 다를 거예요. 때문에 청년 일자리와 노년의 일자리가 서로 뺏고 빼앗기는 관계는 아니라고 보고요. 일부 중첩되는 게 있을 수는 있지만 일자리의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노동시장에서 일자리가 부족하고 앞으로도 그런 경향이 심화될 수 있을 거라는 우려가 존재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일자리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고요. 그걸 위해 노동시간 단축이 계속 진행돼야 되고 노동시간 단축은 결국은 일자리 나누기잖아요. 그리고 또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여러 노인 돌봄이든 환경 돌봄이든 이런 기존의 전통적인 노동시장의 일자리가 아니더라도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역할 체계 일자리들을 만들어내는 그런 노력도 지금 필요해요."

- 그럼, 연금 개혁하려면 노동 개혁을 같이 해야 하나요?
"그렇죠. 왜냐하면 연금 개혁의 연금 제도의 중요한 항목이 의무 가입 연령 그리고 수급 연령이잖아요. 근데 전반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다 보니까 수명이 길어지니까 불가피하게 수명이 길어지면 연금 수급 기간이 늘어나고 연금 재정은 불안정해지잖아요. 다른 나라들도 수급 연령을 자꾸 뒤로 늦추고 있어요. 근데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수급 연령만 늦춰지면 소득 공백이 발생하잖아요. 따라서 이런 고령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일정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고령자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노동 개혁이 반드시 같이 수반되어야 의무 가입 연령이나 수급 개시 연령을 바꾸는 연금 개혁도 순조롭게 함께 진행될 수 있습니다."

- 앞으로 쟁점은 뭐가 될까요?
"이번 국회 논의에서 가장 큰 쟁점은 차등 보험료 인상 방안이 가장 큰 쟁점일 것 같고 서로 열어놓고 논의한다면 이 차등 보험료 방안의 취지가 좀 더 공감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그렇다면 다수 사회적 합의로 결정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중복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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