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알리바바가 만든 '대륙의 실리콘밸리'…IT기술 무장한 61만평 사옥

이명환 2024. 9. 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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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만평 알리바바 항저우 시시캠퍼스 가보니
글로벌 본사 역할…알리익스프레스 등 오피스 위치
지난 5월 완공된 C구역 국내 언론 첫 공개
실내 체육시설·상점 등 복지시설 완비
최신 IT 기술도 적용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는 점심시간에 캠퍼스의 호수를 산책하는 것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풍경이 변하는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일터로 다시 돌아가기 전에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4일 찾은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의 알리바바 시시(西溪)캠퍼스. 루아나 보텔류 알리익스프레스 라틴아메리카 매니저는 회사의 매력에 대해 이같이 설명하며 흐뭇해했다.

알리바바그룹의 글로벌 본사 역할을 하는 이곳의 정문은 회사라기보다는 대학 캠퍼스에 가까웠다. 출근 시간대를 맞아 직원들은 걸어서, 또는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정문 게이트를 통과하고 있었다. 캠퍼스 안에서도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출근 장소로 바쁜 걸음을 옮겼다. 캠퍼스 내부에서 누구나 탈 수 있는 공유자전거를 이용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알리바바 항저우 시시캠퍼스의 전경. [사진제공=알리바바]

항저우시가 지정한 하이테크 산업개발구에 위치한 알리바바 시시캠퍼스의 면적은 201만㎡(약 61만평)에 달한다. 사옥의 규모만 해도 연세대 신촌캠퍼스(약 96만㎡)의 2배를 웃돈다. 이곳 시시캠퍼스에서 근무하는 임직원 수는 4만명이 넘는다. 시시캠퍼스는 중앙에 자연 호수를 두고 시설 곳곳에는 공원처럼 꾸며진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캠퍼스의 크기가 큰 만큼 직원들은 경내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유자전거와 개인 오토바이를 타고 사옥 곳곳을 이동했다. 시시캠퍼스는 A, B, C 3개의 구역으로 나눠 조성됐다.

5월 완공된 C구역, 복지시설 대거 마련

알리바바 항저우 시시캠퍼스 C구역 방문객 센터의 로비. [사진제공=알리바바]

이날 취재진이 찾은 C구역의 방문객 센터는 회사 사옥이라기보다는 대형 쇼핑몰을 연상케 했다. 2019년 착공돼 지난 5월 완공된 C구역은 3곳 중 가장 최근에 지어진 시설이다. 총 투자액이 약 67억위안(약 1조2600억원)에 달하는 C구역은 국내 언론에는 처음으로 공개됐다. 8층 규모의 방문객 센터는 로비를 중심으로 건물 가운데가 뚫려 개방감을 높였고, 건물 위쪽을 유리로 마감해 건물 내부의 채광도 우수했다. 이곳에는 직원과 외부 방문객들을 위한 회의실을 비롯해 임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시설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캠퍼스 내부에서 가장 많은 직원이 근무하는 곳이다. 시시캠퍼스 직원의 75%에 달하는 약 3만명이 이곳에서 일한다. C구역에 입주한 알리바바그룹의 주요 계열사로는 알리바바 홀딩스와 알리바바인터내셔널디지털커머스(AIDC) 그룹이 있다. AIDC에는 국내에서도 사업을 하는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해 알리바바닷컴, 라자다 등 e커머스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알리바바 임직원이 알리바바 항저우 시시캠퍼스 C구역의 알리 서클에 마련된 유연근무 구역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진제공=알리바바]

C구역은 총 7개의 건물로 구성됐다. 방문객 센터를 중심으로 각 건물이 연결되는 구조다. 방문객 센터를 통해 입장한 뒤 건물을 잇는 역할을 하는 약 800m 길이의 순환 통로 '알리 서클'을 통해 각자의 사무실로 이동할 수 있다. 사무실 구역으로 출입하기 위해서는 게이트를 통과해야 한다.

C구역에 위치한 복지시설은 하나의 도시를 그대로 옮겨온 수준이었다. 구역 내 공동공간에는 구내식당과 카페뿐 아니라 마트, 편의점, 꽃가게와 같은 일반 상점들도 대거 입점했다. 구내식당은 푸드코트 형태로 다양한 식당이 입점해있는데, 베이징덕과 마라탕 등 중국식 요리뿐 아니라 비빔밥과 같은 한식도 즐길 수 있다. 한 끼 가격은 우리 돈 3000~4000원 정도다.

알리바바 항저우 시시캠퍼스 C구역 구내식당의 모습. [사진=이명환 기자]
알리바바 항저우 시시캠퍼스 C구역의 실내외 운동시설. [사진제공=알리바바]

체육시설도 헬스장뿐 아니라 실내 농구장과 배드민턴장, 탁구, 필라테스, 복싱장 등 종목별로 다양했다. 실외에도 국제축구연맹(FIFA) 인증을 받은 잔디 축구장을 비롯해 달리기를 위한 트랙까지 마련됐다. 주말에는 알리바바 임직원의 가족들도 이들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C캠퍼스 한가운데는 휴식을 위한 호수와 정원을 조성했다. 정원 가운데 있는 호수는 알리바바 로고의 웃는 얼굴을 형상화했다. 이곳에는 다양한 수생 동식물이 서식한다. 산책하거나 직원들의 웨딩사진 촬영 명소로도 인기가 높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알리바바 항저우 시시캠퍼스 C구역 중앙에 꾸며진 정원과 인공호수. [사진=이명환 기자, 알리바바 제공]

얼굴인식으로 입장부터 결제까지…'로봇 경비'가 보안 담당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의 한 직원이 얼굴인식을 통해 게이트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이명환 기자]

직원들의 업무 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공간도 있다. 딱딱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유연 근무공간을 배치한 것이다. 정원을 바라보며 일할 수 있는 C구역 중앙의 카페형 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다. 운동을 하면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의자에 사이클 운동기구를 합친 특색있는 좌석도 마련됐다.

알리바바그룹이 IT를 기반으로 발전한 만큼 최신 기술도 대거 적용됐다. 우선 사무실과 휴게공간의 조명과 냉난방은 직원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개별 조절할 수 있다. 해당 장소에 있는 직원이 앱을 통해 직접 조명과 실내온도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캠퍼스의 보안은 건물 곳곳에 배치한 로봇 경찰이 담당한다. 로봇 경찰은 캠퍼스 구석구석을 순찰하면서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거나 다친 사람이 생기면 경고 메시지를 보낸 뒤 즉시 보안센터로 신고한다.

직원들도 업무 중 문제가 생긴다면 캠퍼스 안팎의 로봇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간단한 질문은 로봇을 통해 답을 들을 수 있고, 즉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전담 직원에게 내용이 전달돼 대응 방법을 찾는다. 건물 안팎 청소도 로봇이 맡는다.

캠퍼스의 직원 출입용 게이트는 출입증 없이 얼굴인식을 통해 진입할 수 있다. 캠퍼스 내 모든 상점과 자판기도 알리바바의 간편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지원한다. 상품을 고른 뒤 결제 카운터나 자판기에 놓인 기기에 얼굴을 인식하기만 해도 결제가 가능하다. 스마트폰 앱의 QR코드를 통해서도 결제할 수 있다.

알리바바 항저우 시시캠퍼스 C구역에서 운영 중인 청소로봇. [사진제공=알리바바]

직원들도 시시캠퍼스의 시설과 복지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에서 인공지능(AI) 업무를 담당하는 워후이씨는 "주말에도 많은 동료가 가족과 함께 캠퍼스로 와서 여가를 즐긴다"면서 "새 캠퍼스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것 자체가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항저우=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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