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대통령실 이전' 감사원 감사가 눈 감은 것
[이충재 기자]
▲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
ⓒ 권우성 |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관저로 사용하고 있는 옛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 모습. 2022년 6월 당시 모습. |
ⓒ 권우성 |
감사원 감사가 이뤄진 배경부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감사는 감사원이 먼저 착수한 것이 아니라 2022년 말 참여연대가 국민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미 당시에 대통령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업체가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 후원사이고, 증축에 요구되는 종합건설업면허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이번 감사 결과는 당시 제기됐던 의혹을 그대로 확인한 것에 불과합니다.
애초 감사 대상에 용산 이전 결정 과정과 비용 의혹 제외
감사 대상도 논란입니다. 감사원은 참여연대가 감사 청구한 내용 가운데 대통령실·관저 이전의 절차적 문제와 이전 비용 산정과 집행 과정에서의 불법성 의혹 등 가장 중요한 부분은 청구를 기각하고 이미 알려진 내용만 감사에 포함시켰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초 감사원이 헌법상 알권리와 감사청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1년 반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그 사이 대통령실 이전 비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 496억원에서 600여 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이전 비용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업체 선정의 불법 사실을 밝혀내고도 김 여사 개입 여부는 확인하지 않은 점도 의문입니다. 감사원은 대통령실이 무자격 업체를 수의계약한 절차의 적법성을 지적했지만 왜 대통령실이 특혜를 베풀었는지에 대해서는 규명하지 않았습니다. 수의계약한 업체가 코바나컨텐츠와 관련이 있는 회사라면 김 여사가 영향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은데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애초 감사를 제대로 진행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대통령 관저가 증축되는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드러나 김 여사 개입 의혹은 커지는 상황입니다. 김 여사가 202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방문해 호평한 미술품이 한옥 정자 형태의 건축물로 변경돼 한남동 관저에 설치됐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지금 이 정자는 미등기상태로 소유주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합니다. 대통령실은 이 미술품이 옮겨진 경위와 구입 비용 등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2022년 관저 증축 과정에서 사우나와 드레스룸을 설치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번 감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정권 보위 기관'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2년 가까이 끌어왔습니다. 그간 7차례나 감사를 연장하다가 추석연휴 직전에야 감사결과를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처분 결과도 당초 제기된 의혹에 견줘 턱없이 낮은 수준의 '주의 촉구'에 그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소한 절차 위반 정도로 의혹을 덮으려는 셈입니다. '김건희 특검'이 다시 궤도에 오르자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전해지자 대통령실은 "공사계약은 지난 정부에서 체결해 진행한 것"이라고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대선 승리로 사실상 실권을 장악한 현 정부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을 하고, 이전 일정을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전 정부 탓을 하는 것은 전형적인 책임회피입니다. 감사원의 이번 부실 감사로 여론의 지탄은 물론 법적 책임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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