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민주당이 ‘계엄령’을 부각하는 진짜 이유 [배종찬의 정치 빅데이터]
차기 정치 지도자 조사, 이재명 대표...수도권과 30대에서 20%대
‘계엄령’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의혹’·‘괴담’·‘국기문란’·‘선동정치’
‘계엄령’이 여의도 정치권을 도배하고 있다.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이의 회담에서 이 대표가 언급한 ‘계엄령’이다. 이 대표는 여야 대표 회담 모두발언에서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걸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라며 “완벽한 독재 국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계엄령 관련 제보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한동훈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한다는 민주당 내부의 주장에 “아무런 근거 없이 끝도 없이 네거티브”라며 “제가 모르고 김민석 의원이 아는 정보를 공개해달라”며 계엄령 의혹에 대한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정치인이 이 정도 이야기도 못 하나”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국정이 장난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당시 최고위원 후보자가 거론해서 당원 득표에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계엄은 헌법상 대통령이 내릴 수 있는 고유 권한으로, 전시·사변 또는 이에 따르는 국가 비상사태가 있을 때 선포할 수 있다. 민주당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 운영이 더욱 힘들어지거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정 여론 등으로 정국이 불안해지면 윤 대통령의 충암고 동문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주축으로 계엄령이 선포될 수 있고 야당 의원들이 체포 구금되면 계엄령 해제를 못 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내용만 들어보면 소설에 가깝다. 왜냐하면 헌법 제77조 4항은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또 5항은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라고 돼 있기 때문이다.
현실 가능성이 크지 않은 ‘계엄령’을 이재명의 민주당이 빼든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정당 지지율’ 때문이다. 총선에서 압승했기 때문에 채 상병 특검법 그리고 김건희 특검법 그리고 두 특검법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최근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9월 3~5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1명 무선 가상번호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1.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1%, 더불어민주당 32%, 조국혁신당 7%, 개혁신당 2%, 이외 정당/단체 1%, 지지하는 정당 없는 무당(無黨)층 26%다.
성향별로는 보수층의 69%가 국민의힘, 진보층에서는 55%가 더불어민주당, 15%는 조국혁신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도층에서는 국민의힘 23%, 더불어민주당 31%, 조국혁신당 7%,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32%다. 특히 호남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절반을 넘지 않는다. 호남의 17%는 조국혁신당의 차지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58%나 되는 것과 비교된다. 전당대회의 압도적 승리로 이례적인 당 대표 연임을 달성했지만, 의석수 대비 낮은 지지율은 큰 부담이다. 국회 의석수와 비례해 정당 지지율이 나온다면 민주당은 50% 이상이어야 한다.
‘계엄령’을 전면에 내세우는 또 하나의 이유는 ‘10월 이재명 위기설’이다.
이 대표와 관련된 공직선거법 위반 1심과 위증 교사(검사 사칭) 1심 선고가 10월에 있을 예정이다. 더군다나 10월 16일 전라남도 영광과 곡성을 포함해 5개의 재·보궐 선거가 시행된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호남 지역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자가 낙선하거나 간신히 당선되는 수준이 된다면 이 대표의 ‘재판 리스크’와 동반 악재가 되면서 10월 위기설이 가설이 아니라 치명적인 현실이 될 가능성마저 열려 있다.
같은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조사(9월 3~5일)에서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자유 응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6%,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14%,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5%,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3%,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각각 2%,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김동연 경기도지사 각각 1% 순으로 나타났다. 40%는 특정인을 답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320명)의 59%가 이재명 대표를 ‘차기 정치 지도자’로 꼽았다. 그렇지만 지난 전당대회에서 85.4% 득표율로 당선된 것과 비교해 보면 그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않다. 역설적으로 전당대회 결과로 ‘초일극체제’가 완성된 것 같지만 재판 리스크로 ‘10월 이재명 위기설’이 불거지는 등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라도 ‘계엄령’ 같은 폭발력 큰 이슈 파이팅은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이 아니라 이 대표에게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렇다면 빅데이터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서 제기하는 ‘계엄령’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5일까지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확인해 보았다.
계엄령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의혹’, ‘괴담’, ‘체포’, ‘비판하다’, ‘국기문란’, ‘논란’, ‘선동정치’, ‘유언비어’, ‘우려’, ‘무책임하다’, ‘역풍’, ‘의심’, ‘비판’, ‘의혹제기’, ‘혼란’, ‘경악’, ‘고민’, ‘불안’, ‘의심하다’, ‘유감’, ‘큰문제’, ‘국정농단’, ‘가능하다’, ‘혐의’, ‘비난’, ‘심각하다’, ‘황당하다’, ‘믿지않다’, ‘궤변’ 등으로 나타났다(그림). 계엄령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보면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반응이 ‘괴담’, ‘괘변’, ‘황당’ 등이다.
민주당에서는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기무사가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전방위적 수사에 들어갔던 내용을 상기시키고 있지만 무혐의 결론이 나왔던 일이었다. 실제 계엄령은 일어날 일이 아니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은 호남 지역을 포함한 정당 지지율 그리고 10월 위기설에 대한 절박한 대응을 위해서라도 정치적인 설명의 ‘계엄령’이 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소장·정치컨설턴트(mikeb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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