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은데 주가 하락? ‘조선株’…증권가 ‘하반기 뱃고동’ 전망

이창희 2024. 9. 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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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조선사 주가, 한 달 새 ‘두 자릿수’ 급락
상반기 호실적에 대량 수주에도 주가 부진
“신조선가지수 상승세 지속 전망, 하반기 상승 동력 충분”
한화오션의 미국 필리(Philly) 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올해 상반기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해 주가 상승세를 선보이던 조선주가 부진하다. 대부분의 주요 조선업종 주가가 최근 한 달 새 급락세를 보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조정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은 적게 보고 있다. 하반기 실적 개선 방향성은 변함없단 진단에 기인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주가는 지난달 1일 21만300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17만600원으로 20% 급락했다. HD현대미포와 삼성중공업, HD현대, 한화오션 주가도 각각 19%, 16%, 8.14%, 7.66% 떨어진 12만원, 9720원, 7만6600원, 2만9900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세(-8.70%)를 대부분 상회한 수준이다.

조선주들은 올해 들어 지난 7월말까지 상승세를 거듭해 왔다. 해당 기간 동안 HD한국조선해양 주가는 11만8500원에서 74.68% 급등한 20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HD현대미포(37.58%)와 삼성중공업(49%), HD현대(34.02%), 한화오션(20%) 주가도 큰 폭의 오름세를 선보였다. 당시 대다수 종목이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슈퍼 사이클’ 호황기를 맞이했단 평가가 나왔다.

이같은 주가 상승의 주된 이유는 실적 지표와 직결되는 상반기 대량 수주에 기인한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2401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비율은 약 594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9.4% 늘었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은 1분기에만 449만CGT를 수주해 중국 조선사들(490만CGT)과 대등한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조6155억원, 영업이익 37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3%, 428.8% 오른 호실적을 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했다. 삼성중공업도 2분기 매출액 2조5320억원, 영업이익 13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1%, 121.9% 넘어선 호실적을 선보였다. 한화오션만이 외주비 증가 등 생산 안정화 비용이 반영으로 9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그러나 최근 한 달 동안 조선주들은 하락 국면을 피하지 못했다. 이같은 흐름은 이례적이라는 게 증권가 측 분석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주요 조선사들의 2분기 실적은 건조선가 상승과 원자재가격 안정, 인력난에 따른 공정지연 해소 등으로 대부분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면서 “실적개선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최근의 주가하락은 이례적”이라고 진단했다. 

조선주들의 주가 하락은 크게 △밸류에이션 부담 △환율 하락 △조선업 노조 파업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말 기준 국내 조선 3사(HD현대 계열사,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2배를 기록했으나, 코스피 지수 하락세 국면에 밸류에이션 부담 가중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하되면서 지난주 금요일 기준 1.8배까지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환율 하락도 부담이다. 조선업종 주가는 원화 강세 구간에서 수익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임박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말 1376원에서 전날 1339원으로 내려갔다. 

조선업 노조 파업도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8개 조선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지난달 28일부터 회사별로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가장 규모가 큰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이달 4일에도 임단협 교섭 난항으로 4시간 동안 파업을 단행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라인에 차질은 불가피하다.

다만 투자업계는 조선주들에 대한 실적 기대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한다. 조선주들의 조정 국면에도 신조선가지수 오름세에 주가 상승 모멘텀은 충분하단 분석이다. 

신조선가지수는 신규 건조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지표로 현재 조선업계 상황과 함께 향후 조선업체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8월말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89.2로 전년말 178.4에서 지속 우상향하는 추세다. 지수가 높아질수록 선박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예상되는 상선 물량 및 글로벌 LNG 투자 확대 모멘텀으로 인해 높은 레벨의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며 “글로벌 조선소들의 2028년 인도 슬롯도 타이트해져 가고 있기 때문에 신조선가지수 상승세는 계속될 예정이다”고 분석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하반기 빅 이벤트 중 하나인 미국 대선으로 국내 주요 업종이 큰 영향을 받는 가운데, 당선자의 정당과 관계없이 조선섹터는 상대적 수혜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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