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X허남준, ‘유어 아너’ 금쪽이들 폭발했다 ②
강주희 2024. 9. 10. 06:01
손현주와 김명민을 꼼짝 못 하게 만든 ‘금쪽이들’. ‘유어 아너’의 두 아들, 배우 김도훈과 허남준이 극의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매력은 정반대다. 김도훈은 차분한 듯 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허남준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감으로 각기 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지니TV 드라마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한 판사 송판호(손현주)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범죄조직 보스 김강헌(김명민)이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는 부성 본능 대치극이다. 극 중 김도훈은 송판호의 아들 송호영으로, 허남준은 김강헌의 장남 김상혁으로 분했다.
송호영은 ‘유어 아너’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인물이다. 김강헌이 애지중지하는 차남 김상현을 뺑소니 사고로 죽게 하고, 평생을 청렴하게 살아 온 아버지 송판호를 범죄로 끌어들인다. 김도훈은 극초반 송호영을 비 맞는 어린 강아지 같은 느낌으로 표현한다. 자신이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당황스럽고 어쩔 줄 몰라 혼란스러워 하는 상태를 유약한 표정과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진실을 숨겨야 하는 사람 앞에서는 돌변한다. 경찰 앞에서는 의연한 말솜씨와 표정으로 의심을 피해 가고, 자신 때문에 죽은 피해자의 동생인 김강헌의 막내딸 김은(박세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는 주도면밀함도 보인다. 후반부에는 모든 사건이 송호영의 계획에서 비롯된 것이란 반전이 펼쳐지는데, 김도훈은 이 순간을 위해 참았다는 듯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아버지를 향해 폭발시키며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김도훈은 초반에는 조용히 있다가 뒤로 갈수록 존재감이 드러나는 캐릭터”라며 “본 모습을 꾹 누르다가 후반부에 발산하는 감정이 쉽지만은 않은 연기인데 순간적인 에너지가 돋보인다”고 짚었다.
김도훈이 극이 진행될수록 두드러진다면, 허남준은 첫 등장부터 강렬한 존재감으로 임팩트를 남겼다. 김상혁은 아버지의 사랑에 목마른 캐릭터로, 이런 갈증을 각종 범죄를 저지르며 뒤틀린 욕망으로 표현하는 인물이다. 허남준은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 냉소적인 표정으로 김상혁을 표현했다. 특히 김강헌의 차남이면서 자신에겐 이복 남동생인 김상현의 장례식 장면에서 첫 등장하는 허남준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아버지가 자신보다 동생을 더 신경 쓰는 것이 못마땅한 듯, 김명민을 도발하고 새엄마와 기싸움을 하는 모습은 단숨에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대사는 많지 않지만 어금니를 꽉깨물거나 목에 핏대가 서는 모습으로 캐릭터가 가진 분노를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김강헌의 심기를 거스르는 짓을 저질러 수 차례 뺨을 맞는 장면에선 새빨개진 눈으로 아버지를 노려보는데 동공의 떨림까지 구현해 몰입감을 높였다. 이에 시청자들 사이에선 “화면을 뚫고 나올 것 같은 연기력”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김명민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허남준에 대해 “평소엔 내성적인데 연기를 시작하면 딱 돌변한다. 순수함에서 나오는 폭발력이 굉장하다”고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정 평론가는 “허남준은 표정은 절제돼 있는데, 예측불허의 행동과 감정들이 튀어나오며 순간적으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연기를 보여줬다”며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막나가는 악역의 날카로움과 냉소적인 느낌을 잘 살려냈다”고 짚었다. 이어 “‘유어 아너’는 부성애를 다루는 만큼 아들들의 역할이 중요한 작품인데 두 배우가 극적 갈등을 높여주는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고 덧붙였다.
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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