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엔 세금 다 못거두면서…" 온플법에 한숨 쉬는 국내업계 [팩플]
2020년 이후 플랫폼 업계 이슈가 생길 때마다 등장하는 법이 하나 있다.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이다.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이후 22대 국회에서도 주요 법안으로 거론되는 중. 하지만 플랫폼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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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플법, 그게 뭔데?
온플법은 크게 두 개 법안으로 나뉜다.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는 온라인플랫폼독점규제법, 그리고 플랫폼과 입점업체간 ‘갑을관계’를 규율하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다. 시가총액 등을 기준으로 시장 지배력 남용이 우려되는 플랫폼 기업을 사전 지정해 자사우대, 끼워팔기 행위 등을 금지(독점규제법)하는 내용, 입점업체 정산 주기를 법제화하고 중개 수수료 상한제 등을 도입(공정화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야당인 민주당은 8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별도 법안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의 입법을 추진했던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공정거래법·대규모유통업법 등 기존 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독과점 플랫폼을 ‘사전 지정’해 규제하려 했던 것도 ‘사후 추정’ 방식으로 변경했다. 대신 과징금 상한선을 올리고(6%→8%), 피해 확산 전 플랫폼 내 거래를 중지시키는 임시중지명령제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공정위가 기존 법 개정으로 방향을 틀면서 법안 추진 방향에 대한 여·야 간 마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온플법, 공정거래법·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구글·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와 네이버·카카오 등이 적용 기업으로 꼽힌다. 이커머스 업계 1위인 쿠팡은 공정위 안에서 시장 점유율이 기준(60% 이상)보다 낮아 규제를 피해 갈 가능성이 커졌다.
나랑 무슨 상관 인데?
자사 시스템을 통해서만 결제(인앱결제)하게 만들어 수수료를 챙겨온 구글·애플,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한 티메프 사태, 전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딥페이크 범죄까지. 사람들이 몰리는 특정 플랫폼에서 독점이 발생하고, 이런 독점은 불공정거래 혹은 범죄 등 큰 사회적 비용을 낳는다. 플랫폼 산업에 적절한 규제책이 가동돼야 한다는 데는 전문가, 심지어 업계에서도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추진 중인 법안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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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플법이 놓치고 있는 것
①플랫폼 시장에 대한 낮은 이해도: 온라인 플랫폼은 이용자 선택에 생사가 결정된다. 초기에 주도권을 잡은 플랫폼이 선두 자리를 지키기도 하지만 다양한 서비스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경계는 흐려지는 요즘, 그 지위가 제조업이나 금융업처럼 오래 유지되는 경우는 드물다. 국내 한 ICT 플랫폼 관계자는 “국경을 넘나들며 생물처럼 움직이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이해 없이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②해외 빅테크만 살리는 법안?: 5180억원과 155억원. 전자는 최근 한국재무관리학회가 구글코리아의 국내 매출 추정치를 근거로 추산한 법인세, 후자는 실제 납부한 법인세다. 구글·메타 등 빅테크들의 조세 회피에 정부도 행정처분·과징금 부과 등 칼날을 들이밀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행정 소송 등을 벌이며 ‘버티기’ 중.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실적으로 빅테크 본사에 가서 조사를 벌일 수도 없는 일”이라며 “빅테크와 국내 플랫폼에 독같은 허들이 적용된다면 아무리 목적과 명분이 좋아도 국내 플랫폼만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③‘이중규제’ 문제: 입점업체에 특정 상품과 용역 구입 강제, 협찬 강요, 경영간섭행위 등 온플법의 주요 제재 사항들은 기존 공정거래법 등에도 포함돼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5월 발행한 ‘온라인 플랫폼의 실효적 규제를 위한 입법방식의 재검토’ 보고서에서 ‘공정거래법 개정 중심의 단계적이고 유기적인 입법 방식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존에 있는 법을 토대로 현실에 맞게 보완해 가는 방향을 제시한 것.
해외는 어때
①유럽(EU): 국내 온플법이 차용하고 있는 법안은 EU의 DMA(디지털시장법). 초대형 IT 기업을 사전에 지정해 이들에게 갑질 금지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으로 올해 3월 시행됐다. 자생 플랫폼이 없는 EU에서 DMA는 구글·애플 등 빅테크로부터 자국 기업 보호 및 주권 회복을 위한 목표가 명확한 법이다.
②미국: ‘플랫폼 독점 종식법’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이 추진됐지만 현재는 전부 폐기. 다만 최근 구글 등 빅테크들을 대상으로 기존 반독점법을 더 강력히 집행하고 있다. 지난달 미 연방법원은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낸 반독점 소송 1심 재판서 법무부 승소 판결했다.
③일본: 올해 ‘통신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법’을 발의. 단 적용 범위를 스마트폰과 PC 등 운영체제(OS) 영역으로 한정했다. 자연스럽게 규제 대상은 구글·애플 등 빅테크로 좁혀진다.
대안은 없나
플랫폼의 위법 행위는 기존 법 개정 등을 통해 엄격히 다스리되, 시야를 더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황 교수는 “‘빅테크로부터 우리의 안보와 주권, 경쟁력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넓은 관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일본처럼 규제 적용 범위를 특정 사업으로 한정하는 등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플랫폼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 집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혜련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독일에서는 플랫폼에 조사·감독·집행 권한을 갖는 부처를 꾸리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제도를 개선하고 이해도 높게 집행할 전문가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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