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VS 트럼프, 세기의 TV토론…전세계 시선고정
트럼프 “해리스 지지율 추락, 바이든 컴백 어떤가”
한국시간 11일 오전 10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세기의 TV토론을 벌인다. 진보 흑인·아시아계 여성 후보와 보수 백인 남성 후보가 처음으로 마주 앉아 정치·경제·사회·외교 현안에 대해 90분간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두 후보는 각각 검사와 기업가 출신으로 화법과 토론 스타일도 전혀 다르다. 이번 토론은 초박빙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미국 대선의 결정적 순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언론은 9일 두 후보의 토론 준비 과정과 토론 전략, 전망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번 토론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미국 동부시간으로 10일 오후 9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ABC방송 주최로 진행된다. 이번 토론은 현재까지 두 후보가 합의한 유일한 토론이다. 두 후보의 첫 토론이자 마지막 토론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능수능란한 과장과 수치 왜곡으로 토론을 휘저을 것을 우려하며 대비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방송된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토론에서)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버락 오바마(전 대통령)와 힐러리 클린턴(전 국무장관)을 공격할 때 사용한 플레이북이 있다”고 경계했다.
해리스는 성 추문 입막음과 선거개입 등으로 기소된 트럼프의 ‘사법리스크’를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사 출신인 해리스는 그동안 “나는 트럼프 같은 타입을 잘 안다”고 밝혀왔다. 정책 분야에서는 트럼프의 낙태권에 대한 입장 번복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는 또 이번 토론을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갑작스럽게 후보 바통을 이어받은 해리스는 전직 대통령을 지낸 트럼프보다 유권자들에게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CNN은 해리스 측근을 인용해 “해리스가 어떻게 통치할 것인지, 해리스가 누구인지에 궁금해하는 유권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해리스의 비전과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리스는 지난 주말 일정을 대부분 비운 채 피츠버그의 한 호텔에서 토론 준비에 몰두해왔다. 실제 토론장을 본뜬 세트와 조명은 물론, 트럼프의 대역까지 동원해 토론을 준비했다. 특히 트럼프의 인신공격과 막말 등을 대비하기 위해 트럼프의 최근 집회 발언도 유심히 살펴봤다. 트럼프는 최근 유세에서 해리스의 흑인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지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즉흥적이고 임기응변에 강한 트럼프도 토론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그녀의 여론조사 수치가 추락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다음에는 누구를 내세울까? 바이든의 컴백은 어떤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카멀라 해리스 동지가 극좌파와 트럼프 혐오로 가고 있다”며 “그녀가 마르크스주의자이고, 미친 버니 샌더스(무소속 상원의원)나 엘리자베스 ‘포카혼타스’ 워런(민주당 상원의원)보다 훨씬 더 자유주의적이라는 걸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포카혼타스는 트럼프가 원주민 혈통을 내세우는 워런을 조롱할 때 쓰는 말이다.
트럼프는 별도 토론 준비 없이 통상적 유세를 이어가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는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TV토론에서 압승하고 후보사퇴까지 끌어낸 기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트럼프는 인플레이션 등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 남부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이민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의 경제 현안인 셰일가스 추출법 ‘프래킹(fracking·수압파쇄)’에 대해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해리스의 태도 변화도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후보 사퇴 후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무소속 후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토론 현장에 나와 장외 응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AP통신은 “해리스는 모욕과 방해로 상대를 흔드는 것에 탁월한 숙련되고 노련한 토론자와 맞붙게 된다. 트럼프는 날카로운 펀치를 날리는 것으로 유명한 오랜 경력의 검사와 맞붙게 된다”며 이번 토론을 트럼프와 클린턴의 2016년 대선 토론과 비교하기도 했다.
토론 규칙은 지난 6월 TV토론 당시와 거의 같다. 한 후보자가 발언을 할 때 다른 후보자의 마이크는 음소거된다. 후보들은 서로에게 질문할 수 없고, 메모를 소지할 수도 없다. 캠프 스태프들이 광고 시간에 후보를 방문할 수도 없다. 가상의 동전 던지기 방식에서 이긴 트럼프의 요청대로 2분간의 마무리 발언은 해리스 트럼프 순서로 진행된다. ABC방송은 트럼프 측이 요구해온 마이크 음소거를 받아들이는 대신 두 후보 사이에 상당한 대화가 오가는 경우 시청자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마이크를 켜기로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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