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재 목사의 후한 선물] 평범한 인생이 가장 비범한 인생이다
크고 멋진 준마와 보잘것없는 범마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떤 말을 선택하겠는가. 당나라 시인 두보는 “준마 한 마리가 나타나면 만고의 범마는 쓸모가 없어진다”고 했다. 우리는 평범보다는 비범을 훨씬 좋아한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겉으로 화려한 삶이 진정 비범한 삶일까.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이야기를 보면 뜻밖의 답을 발견하게 된다.
마태복음 21장을 보면 예수께서 제자들을 맞은편 마을로 보내신다. 거기서 매인 나귀와 나귀 새끼가 함께 있는 것을 볼 텐데, 그 나귀들을 풀어서 끌고 오라고 하신다. 여기서 세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 주님은 특별한 장소가 아닌 무명한 마을을 선택하신다. 제자들을 나사로 집이 있는 베다니가 아닌, 그저 가까이 ‘맞은 편’에 있는 마을로 보내신다. 둘째로 준마가 아닌 나귀를 선택하신다. 이는 물론 구약의 예언을 이루시기 위한 일이지만 그 예언 또한 주님이 정하신 일이다. 셋째로 나귀도 그냥 나귀가 아닌 ‘매인 나귀와 나귀 새끼’를 선택하신다. 끈에 묶여 당장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도 없는 나귀를 고르신 것이다.
예수님의 이상한 선택의 결과, 매인 나귀는 주님을 등에 태우고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영광을 얻는다. 그 한 번의 쓰임으로 나귀는 어떤 준마보다도 비범한 나귀가 됐다.
우리는 저마다 비범해지려고 열심히 산다. 그러나 인생의 비범함은 우리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다. 하나님이 써 주셔야 비범한 인생이 된다. 그리고 하나님은 매인 나귀처럼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택해 사용하신다.
그렇다면 평범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어떤 의사 부부의 사연을 들어보자. 부부는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쌍둥이를 얻었지만 한 아이가 뇌가 손상된 상태로 태어났다. 자폐 장애 진단도 받았다. 아이 엄마는 너무 힘든 가운데 인도된 교회에서 소그룹 지체들과 함께 느헤미야 큐티를 하며 “가정 성전이 훼파되었으니 직장을 그만두고 엄마의 자리를 지키라”는 권면을 들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는 말씀에 순종해 병원 일을 그만두고 가사와 양육에 전념했다.
그런데 아이가 커갈수록 행동을 통제하기가 어려워졌다. 가족을 때리는 공격성도 갈수록 심해졌다. 유일한 쉼이었던 예배조차 자유롭게 드리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힘든 마음으로 큐티를 하는데 하나님이 이렇게 물으시는 것 같았다. “얘야 아들이 좋아질 것을 바라지 말고 평생 매여 있는 모델로 구원을 위해 살면 안 되겠니?”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말씀으로 힘을 얻었다가도 아이가 난리를 치는 일이 반복되면, 이제 그만 아이와 함께 천국에 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기 일쑤였다. 최고로 비범할 줄 알았던 자기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결박된 처지가 됐는지 원망할 때도 많았다.
그러나 그에겐 힘들 때마다 펼쳐볼 주님의 말씀이 있었고 기댈 수 있는 믿음의 공동체가 있었다. 이에 힘입어 고난에 매인 삶을 하루하루 살아냈다. 그렇게 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그는 결박된 상황을 억지로 바꾸려 애쓰지 않는다. 매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게다가 그는 현재 소그룹 리더로서 자기 고난을 약재료로 나누며 힘든 지체들을 살리고 있다. 남편도 부부 소그룹 부리더로 섬기며 가정과 직장에서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쌍둥이도 힘들지만 믿음 안에서 자라는 은혜를 받고 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뭐가 잘 안 되는 모델이지만, 갈 곳이 없기에 교회 공동체에 붙어가며 주일 예배 후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커피 한잔하며 한숨 돌리는 우리 부부는 이미 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특별한 것 없이 힘든 상황에 잘 매여서 말씀대로 하루를 살아내는 삶이 평범한 삶이다. 이 땅에서 우리 삶에는 별 인생이 없다. 이것을 인정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평범한 일상을 살 때 주님이 사용하시는 진정 비범한 인생이 된다. 이 평범함의 복을 모두 누릴 수 있기를 축복한다.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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