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이해되지 않는 것은 사랑입니다

이명희 2024. 9. 10. 00: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일 속에는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 숨어 있어

고난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축복·약속의 시간으로 바꿔야

믿는 자는 세상 사람과 구별돼야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

아침에 눈을 뜨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옆에 자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다. “여보, 여보.” 깨워보면 아내가 눈을 뜬다. 그러면 오늘 살아 있는 것이 감사해서 아내의 손을 잡고 “하나님 오늘도 우리는 살았습니다”라고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젖은 수건으로 아침마다 아내의 얼굴을 닦아주고 크림을 발라준다. 눈썹을 그려주고 아내가 외출할 때는 빨간 립스틱도 발라준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아내는 한평생 목회자 사모로 성도들과 자신을 섬겼다. 이제는 몸이 불편한 아내를 돌보며 받은 사랑을 되갚아주고 있다. 내 고향 교회를 섬기셨던 원로목사님 이야기다.

내가 서울로 대학 오면서 부모님은 지방 도청소재지로 이사해 그 교회를 다니시기 시작했으니 그 교회와 인연이 40년 가까이 된 듯하다. 교직에 계시면서 장로로 섬기셨던 아버지가 월급날이면 목사님 댁에 먼저 들러 고기 한 근 사다 드리고 퇴근하셨던 일을 20여년 전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온 가족이 교회에 갔을 때 목사님이 주일예배 시간에 얘기해주셔서 알게 됐다. “예수님의 모습을 보려면 고 ○○○ 장로님을 보라”며 아버지와 우리 가족을 많이 사랑해주셨다. 남동생 결혼식 주례도 서 주셨고, 내가 쓰는 칼럼을 정독해 주시는 국민일보 애독자이기도 하셨다.

은퇴하신 뒤에도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를 통해 목사님의 근황을 가끔씩 들었다. 4년 전 40대 젊은 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 충격 탓일까 몇 년 뒤 사모님마저 치매에 걸리셨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목사님은 몇 주 전 설교에서 가슴 아픈 가정사를 꺼내시면서 “오래 전 딸이 세상을 떠날 때 ‘하나님 왜 이러십니까’ 하고 울부짖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사위는 어느 교회 전도사로 봉사한다”며 “이해되지 않는 일 속에는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이 숨어 있다”고 했다. 그는 “고난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는 게 제 삶의 슬로건이다. 한평생 남편을 섬겼던 여인, 그를 위해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언제나 옳다. 이해되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라며 “우리는 죽어도 사는 승리자이며 자랑스러운 하나님의 자녀다. 고난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축복의 시간, 약속의 시간으로 바꿔야 한다”고 설교했다.

인생은 가시밭길이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몹쓸 병에 걸리기도 한다. 사랑하는 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병으로 먼저 곁을 떠나기도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을 겪기도 하고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참척의 고통을 당하기도 한다. 사랑의 하나님이라면서 잔인할 정도로 고난을 내리실 때는 ‘정말 신이 있는가’ ‘사랑의 하나님이 맞는가’ 회의가 들기도 한다.

사랑하는 외아들을 잃은 작가 박완서는 ‘한 말씀만 하소서’에서 주님이 정말 계신지, 내 아들은 왜 죽어야 했는지, 자신에게 왜 이런 고통을 내리시는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말씀만 해 달라고 절규했다. 그러다가 그가 얻은 것은 구원이었다. 나의 모든 자유와 내 기억력과 지력과 모든 의지와 고통까지도 당신이 주셨으니 당신께 도로 다 드리겠다는 깨달음이다. 욥은 자식과 온 재산을 잃고 자신도 질병에 걸렸으나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욥 23:10)고 고백했다.

믿는 자는 세상 사람들과 구별돼야 한다. 천국 소망을 갖고 살아가는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 고통이 클수록 주님 다시 오실 때 천국에서의 상급은 더 크다는 확신이 있다면 고통도 좀더 견딜 만하지 않을까.

아파보면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하고, 두 다리로 온전한 팔로 햇빛을 쬐며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남과 비교하면서 끊임없이 물질을 탐하는 세상살이가 다 부질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나님이 선물해주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가 주님 부르시는 날에 온전히 내어드리는 것, 그것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 성도들의 참 모습일 터다. 받은 사랑만큼 이웃에 나누면서 고난의 시간을 축복으로 받아들이자. 죽을 것 같은 고통 중에도, 삶의 끈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신다. “내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니.”(수 1:5)

이명희 종교국장 mheel@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