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의 글로벌 기업 탐구] 비용효율성 극대화 ‘사우스웨스트’… 비결은 사람에 대한 투자

2024. 9. 1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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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상식 반하는 ‘가족주의 문화’

조종사도 동료 일 자발적으로 도와
인력활용 유연성 높여 인건비 절감
캘러허 ‘脫특권 리더십’ 결정적 역할

조직문화는 경쟁력의 원천으로 자주 강조되지만 추상적 개념인 문화를 중심으로 기업을 경영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들의 사례를 실제로 들여다보면 구조나 제도를 문화라고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경쟁력의 원천이 문화라고 볼 수밖에 없는 소수 예외가 있는데 바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이다.
사우스웨스트의 독특한 경영 방식

1971년에 항공기 3대로 텍사스주 댈러스의 러브필드에서 창업한 사우스웨스트는 2020년대 중반인 현재까지 50여년간 운송고객 수, 정시출발률, 정비불량률, 화물분실률, 항공기운항률 등 주요 성과지표에서 선두를 지켜왔으며, 창업 후 20년간 전 세계 모든 기업들 중 최고의 주가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우스웨스트의 경영은 상식에 반한다. 일단 명확한 책임과 권한을 기반으로 자기가 맡은 일의 성과를 극대화한다는 개념이 없다. 물론 각자 담당 업무가 있지만 기준일 뿐이고 수시로 동료들의 일을 자발적으로 도운다. 조종실에서 항공기만 운항하는 대다수 조종사들과 달리 사우스웨스트 조종사들은 탑승준비 때 청소와 승객 안내, 짐싣기 등을 도운다. 모든 구성원이 모든 일이 ‘우리 일’이라고 믿으며 함께 해내는 것이다. 동료를 도와도 보상은 없다. 고용 보장이나 복지는 철저하지만 임금 수준은 오히려 낮은 편이다. 보상이 없지만 자발적으로 동료의 일을 최선을 다해 도우며 함께 일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우스웨스트의 문화에 대해 한 전문가는 “기업이라기보다는 광신집단에 가깝다”고 평했다.

캘러허의 리더십과 사랑과 신바람 문화

허브 캘러허 사우스웨스트 공동 창업자 겸 3대 최고경영자(CEO).

가족주의 문화 구축에는 창업자이며 3대 최고경영자(CEO)로 1981년에서 2001년까지 사우스웨스트를 이끈 허브 캘러허의 리더십이 결정적이었다. 캘러허는 가족은 서로 사랑하며 즐겁게 살아야 한다며 재미있고 신나는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아니라며 업무 중 수시로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장난을 쳐 분위기를 밝게 했다. 이런 행동이 모든 구성원에게 확산돼 사우스웨스트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신나는 기업이 됐다.

캘러허가 엘비스 프레슬리 분장으로 객석 위 캐비닛에 숨어 있다가 승객을 놀라게 하기도 했고, ‘기내는 금연이니 흡연은 바깥 날개 위에서 하라’는 공지로 웃음을 자아냈다. 핼러윈에는 승무원들이 귀신 분장으로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고, 경쟁사와 갈등이 있을 때 캘러허가 팔씨름 시합으로 판가름내자고 제안해 배 나온 CEO 둘이 링에서 맞붙어 인기를 끌었다. 또 가족은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서로의 일을 돕는 것이 당연하다며 항공기에 사랑을 의미하는 큰 하트 무늬를 그려 놓기도 했다. 서로 돕는 목적이 개인적 보상 획득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의 일이기 때문인 것이다.

사우스웨스트는 이런 문화를 지키기 위해 사람에게 많은 투자를 한다. 무엇보다 선발에서 사우스웨스트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을 뽑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일단 선발된 사람은 가족으로 평생을 함께하지만 누구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는 철저하게 따져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또한 사우스웨스트는 구성원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참가하는 다양한 모임과 파티를 수시로 개최해 진정한 가족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캘러허는 가족 같은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특권들을 포기했다. 높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자기 연봉은 업계 최저 수준만 받았으며, CEO 전용 주차공간 등 특혜를 다 없애고 종업원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았다. 캘러허가 현장 직원들의 일을 거들며 얼굴에 기름때를 묻히고 격의 없이 떠드는 모습은 사우스웨스트에서 흔한 풍경이었다.

전략의 문제를 사람중심 문화가 해결

전략적 관점에서 사우스웨스트는 단거리 항공이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의 개척자다. 창업 당시 항공산업은 아메리칸항공이나 델타 등 거대 기업들이 과점하고 있었으므로 사우스웨스트는 직접 경쟁을 피하기 위해 이들이 항공 시장으로 여기지 않던 비행시간 1~2시간 내의 단거리 항공을 선택했다. 그러나 단거리 항공은 기차나 버스 등이 이미 점유한 레드오션이어서 이들과 경쟁해야 했다. 이들에 비해 사우스웨스트의 경쟁우위는 육상교통이 5~6시간 걸리는 거리를 1~2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속도였던 반면 결정적 약점은 가격이었다. 따라서 단거리 항공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용효율성 극대화가 절실했다.

사우스웨스트의 독특한 경영 방식은 대부분 비용효율성 극대화로 연결된다. 연료효율성이 가장 높은 보잉 737만 운행했으며, 동일한 기종만 사용해 부품 교체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었고, 숙련도가 축적되며 정비 속도와 신뢰도를 계속 높여 비용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또 착륙 후 이륙 때까지 정비시간을 경쟁 업체들의 절반 이하로 단축했기 때문에 항공기를 매일 1∼2회 더 운행할 수 있게 되면서 항공기 자산활용도가 높아져 추가적인 효율성이 발생했다.

무엇보다 동료들의 일을 자발적으로 돕는 가족주의 문화는 소수 인력으로 다양한 일들을 수행할 수 있게 하므로 전담 인력 수를 대폭 줄이고 인력활용 유연성을 높여 인건비 절감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항공산업과 같은 서비스산업의 가장 큰 비용 요소인 인건비가 대폭 줄어들며 육상교통과의 경쟁이 가능해졌는데 그 기반이 바로 사람중심 가족주의 문화였던 것이다.

문화 기반 경쟁우위의 지속 가능성

사우스웨스트의 문화 기반 경쟁력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 심사숙고할 시기가 도래했다. 문화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캘러허를 비롯한 1세대 경영자는 대부분 물러났고, 창업과 성장 과정을 경험하지 않은 경영자들이 현재 사우스웨스트를 이끌고 있다. 물론 이들도 사우스웨스트의 문화적 전통에 영향을 받았지만 강도는 창업세대와 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재 4차 산업혁명을 필두로 모든 산업에 걸쳐 경쟁규칙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며 사우스웨스트의 기존 문화가 여전히 유효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말 초유의 대량 연착 사태가 발생했을 때 사우스웨스트의 문화가 잠재적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기도 했다. 사우스웨스트가 미래에도 초우량 기업으로 남을 수 있을지는 6대 CEO로 2022년 이래 회사를 이끌고 있는 로버트 조던이 조직문화를 새 시대의 환경에 적합하게 진화시켜 나갈 수 있을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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