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보는 오타니는 "차원이 다른 선수"…돌아본 자신은 "넘어져도 빨리 일어섰다"
(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추추 트레인' 추신수(42·SSG 랜더스)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활약에 찬사를 보내는 동시에 스스로 쌓아온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안 빅리거 통산 최다 홈런 기록 경신이 초읽기에 돌입했지만 전혀 미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추신수는 지난 8일 롯데 자이언츠전을 끝으로 부산 사직야구장과 작별했다. 선수로서는 마지막으로 사직야구장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SSG의 11-6 승리에 힘을 보탰다. 1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로 공격의 물꼬를 튼 뒤 최정의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 때 팀의 선취 득점을 책임졌다.
추신수는 "사직야구장은 확실히 다른 야구장에서 경기를 뛸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내가 야구선수로 꿈을 키운 동기부여를 줬다. 이번 원정을 끝으로 사직야구장에서 선수로 뛸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집을 떠나는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1982년생인 추신수는 2001년 부산고를 졸업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입단 계약을 맺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은 뒤 2005년 4월 22일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2005년 5월 4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빅리그 커리어 첫 안타의 기쁨을 맛봤다.
추신수는 이후 2006 시즌 중 트레이드를 통해 클리블랜드 가디언즈로 이적했다. 2009 시즌과 2010 시즌에는 2년 연속 3할 타율과 20홈런-20도루를 기록하면서 '추추 트레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추신수는 2013 시즌 FA(자유계약) 자격 취득을 앞두고 신시네티 레즈로 둥지를 옮겼다. 타율 0.285, 162안타, 21홈런, 54타점, 107득점, OPS 0.885로 펄펄 날았다. 특히 출루율 0.423으로 내셔널리그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추신수는 2013 시즌의 활약을 발판으로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기간 7년, 총액 1억 3000만 달러(약 1750억 원)의 FA 대박을 터뜨렸다. 2014 시즌부터 2020 시즌까지 텍사스에서 활약한 뒤 2021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 복귀를 결정했다.
추신수는 당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오프시즌 계약이 지지부진하던 가운데 SSG의 구애를 받고 고민 끝에 한국행을 택했다. 빅리그 구단들의 영입 제안도 있었지만 고국의 팬들 앞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추신수는 한국에서도 2021 시즌 역대 KBO 최고령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것을 비롯해 2022 시즌에는 SSG의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다. 올해는 선수로서 마지막 행보를 밟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24일 부산에서 2000 안타를 치고 기념구에 입을 맞췄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남긴 발자취도 대단하다. 빅리그 통산 16 시즌 동안 1652경기, 타율 0.275,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OPS 0.824를 기록했다. 홈런의 경우 마쓰이 히데키(175홈런), 스즈키 이치로(117홈런) 등 일본 야구의 전설들을 큰 격차로 앞질렀다.
다만 추신수의 기록은 2024 시즌 중 오타니가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는 9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홈 경기에서 시즌 46호 홈런을 터뜨렸다. 빅리그 통산 217번째 아치를 그려내면서 홈런 1개만 더 추가하면 추신수와 아시안 빅리거 최다 홈런 타이기록, 2개를 더 때려내면 신기록을 작성한다.
미국, 일본 언론에서도 오타니가 사상 최초로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50홈런-50도루를 기록할 것인지 주목하는 동시에 추신수가 보유 중인 아시안 빅리거 통산 최다 홈런 기록 경신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추신수는 "예전에도 얘기했던 적이 있지만 나는 오타니를 처음 봤을 때부터 내가 가지고 있는 아시안 빅리거 최다 홈런 기록이 깨질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 문제라고 봤다"며 "오타니는 차원이 다른 선수다. 플레이하는 걸 보시면 아시겠지만 너무 특별한 플레이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 이름이 요즘 해외 언론에서 많이 나오는 게 은퇴를 결정한 조이 보토가 나를 언급해 준 부분도 있고 그래디 사이즈모어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을 하고 있다. 함께 성장했던 선수들이 은퇴하고 다른 일을 하는데 '내가 계속 야구를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웃었다.
조이 보토는 추신수가 신시내티 시절 2013 시즌 딱 1년만 함께 뛰었음에도 최근 은퇴 심경을 밝히며 추신수를 언급했다. 클리블랜드 시절 중심 타선을 이끌었던 사이즈모어는 지난달 8일부터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 대행을 맡고 있다.
추신수는 "보토, 사이즈모어처럼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선수 생활을 했다는 자체가 내게는 큰 선물이다. 메이저리그라는 무대가 얼마나 대단하고 쉽게 뛸 수 없는 곳인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사람들이 나를 오뚜기라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부상이나 슬럼프로) 넘어졌을 때 일어나는 게 누구보다 빨랐다. 이 부분에서는 자부심이 있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포기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스스로의 커리어를 평가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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