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중의 행복한 북카페] 디킨스의 유령을 만나면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회심(回心), 마음을 돌려먹는 일이다. 어른이 된 인간의 사고란 오랜 습관의 결과물이라 한번 굳어진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오죽하면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래서인지 문학을 비롯해 온갖 서사 장르,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주인공이 ‘마음을 고쳐먹는 순간’은 이야기의 절정에 해당한다.
찰스 디킨스(사진)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바로 이 주제를 다룬다. 작품보다 더 유명한 스크루지 영감(『크리스마스 캐럴』을 읽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이 구두쇠 캐릭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은 인간의 동정심과는 담을 쌓고 산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크리스마스이브에도 그는 자선 모금을 하는 신사를 단칼에 내쫓고 하나밖에 없는 조카의 초대도 거절하며 유일한 직원인 밥 크래칫에게도 차갑고 심술궂게 대한다. 그날 밤, 죽은 동업자 말리의 유령을 만나 자신의 과거-현재-미래를 보여주는 세 유령과 차례로 동행하게 된다. 외로운 소년 시절, 돈밖에 모르는 자신의 모습과 대비되는 행복한 사람들, 싸늘한 미래의 자기 묘석까지 방문한 스크루지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다. 유령이 한 일은 스크루지에게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하여 직시하게 만든, 요즘 말로 ‘메타 인지’가 가능하게 한 일이다.
디킨스는 크리스마스를 ‘발명’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다. 캐럴 방문과 만찬, 이웃에 대한 사랑, 한겨울의 신나는 축제 등 오늘날 우리가 떠올리는 성탄 이미지는 대부분 그의 크리스마스 소설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이야기는 단순하나 주제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크리스마스는 멀었지만, 디킨스의 유령이 있다면 용산의 어느 한 곳을 방문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든다. 대통령실의 경직된 국정 운영 모습에서 유령을 만나기 전 스크루지의 그림자가 일렁이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김성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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