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러시아 언론사의 물밑 활동
2005년에 만들어진 러시아의 다국어 언론사 RT(러시아투데이)는 지금은 뜸하지만, 꽤 오랫동안 전 세계에 콘텐트를 공급했다. 러시아 정부가 돈을 댄 언론사였기 때문에 불안하게 바라봤지만, 나름 좋은 기사도 있었고, 유명한 언론인을 고용하기도 해서 온라인에서 콘텐트가 전 세계로 유통되곤 했다.
RT가 본색을 드러낸 것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부터다. 세계인이 지켜본 명백한 침공을 러시아 정부에 유리하게 왜곡하고 허위 정보를 뿌리면서 프로파간다 채널이 분명해졌고,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계정이 삭제되었고, 현재는 인터넷 웹사이트도 폐쇄된 상황이다.
그런데 그렇게 사라진 줄 알았던 RT가 사실은 숨어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주 미국 법무부가 자국의 우익 온라인 인플루언서를 고용해서 러시아의 주장을 퍼뜨리게 한 혐의로 기소한 두 사람이 RT 소속이었던 것. 이들은 러시아 정부의 자금으로 미국 테네시주에 ‘테넷 미디어’라는 일종의 MCN을 설립한 후 인플루언서들과 계약을 맺고 푸틴이 원하는 대로 미국의 여론을 조작하는 작업을 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적이며, 이 나라를 돕는 미국의 민주당 정부는 러시아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테넷 미디어 소속의 인플루언서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트럼프의 당선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들의 주요 시청자들일 뿐 아니라, 트럼프는 자기가 당선되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가 철저하게 보장되는 미국이지만, 이렇게 외국 정부의 이익을 대표해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자진 등록하지 않으면 간첩행위자로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RT 직원들은 기소된 상황이고, 인플루언서들은 몰랐다고 잡아떼는 중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년 불행, 한 달만에 바뀐다" 주역 대가의 복 부르는 관상 | 중앙일보
- 결혼 열흘만에 가출한 베트남 아내, 노래방서 잡히자 한 말 | 중앙일보
- 쌈은 배추보다 깻잎이다, 당뇨 막을 최고의 식품 셋 | 중앙일보
- "탄 고기 암 걸려" 피하는 한국인…이 '1군 발암물질' 왜 사랑하나 | 중앙일보
- 배우 사강, 남편 사별 후 근황…"슬퍼할 겨를 없이 가장됐다" | 중앙일보
- "수리비 2200억? 그냥 폭파하자"…美 22층 빌딩 순식간 와르르 | 중앙일보
- 이강인, 또 열애설…'두산가 5세' 어깨 감싸안고 파리 데이트 | 중앙일보
- 복지포인트만 연간 840만원…삼전·SK 뺨치는 이 회사 어디 | 중앙일보
- 2억 신차를 "7000만원에 샀다"…연두색 번호판 피하려 이런 꼼수 | 중앙일보
- 김정일 죽자 "원수도 문상"…남한 스파이는 35만원 부조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