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 외교부 산하 출판사로 좌천”
지난해 6월 말 이후 1년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친강(秦剛·58) 중국 전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외교부 산하 한 출판사의 한직으로 좌천당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친 전 부장이 중국 외교부 산하의 ‘세계지식출판사’의 하위 직책을 맡게 됐다고 두 명의 전직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의 한 관리는 “친 전 부장이 신임을 잃었으나 곤경에서는 벗어났다”며 “감옥에 가지 않는 대신 경력도 끝이 났다”고 전했다. WP는 그가 서류상으론 출판사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실제 출근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WP는 이같은 친강의 좌천 이유로 홍콩의 TV 앵커 푸샤오톈(41)과의 불륜설을 들었다.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뒤 그가 푸와 내연 관계였으며 미국에서 혼외자를 출산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WP는 푸가 외국 정보기관에 비밀을 넘겼다는 소문이 있으나 입증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친강은 영원히 공개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란 발언도 나왔다. 지난달 9일 알자지라의 한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덩샤오핑의 통역 출신 가오즈카이 중국 세계화싱크탱크 부주임은 “그(친강)는 중국 어딘가에 있다”며 “당신은 결코 그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강이 세계지식출판사로 좌천된 첫 번째 외교부 고위관리는 아니다. 지난 2005년 선궈팡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갑자기 경질당하면서 세계지식출판사 편집인으로 자리를 옮긴 선례가 있다. 1994년부터 98년까지 대변인을 역임한 선궈팡의 급작스러운 좌천 이유로 홍콩 여기자와의 불륜에 관한 소문이 돌았다. 공교롭게도 선궈팡이 좌천당할 당시 외교부 대변인이었던 친강은 기자들의 질문에 “일상적인 일”이라고 답변했다.
중국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상징으로 통했던 친강은 지난해 6월 베이징에서 베트남·스리랑카 외교부장과의 회담을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한 달 뒤인 7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아무런 설명 없이 그의 외교부장 직무를 면직했다.
지난해 11월엔 국무위원 직에서 해임했으며, 올해 양회를 앞둔 2월 톈진시 전인대 대표직에서도 사직 처분을 받았다. 다만, 지난 7월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는 “친강 동지의 사직 신청을 받아들여 중앙위원회 위원 직무를 면직한다”며 ‘동지’로 호명해 그의 ‘연착륙’을 예고했다.
한편 친강과는 달리 3중전회에서 당적 박탈처분을 받은 리상푸(李尙福·66) 전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의 처벌 소식은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리 전 부장은 지난 6월 정치국회의에서 “당성 원칙을 상실했다”며 당적과 상장(대장) 계급을 박탈당한 뒤 군 검찰로 이송됐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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